문화재청이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1. 하위기관이 세운 계획을 상위기관이 그대로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문화재청
본지 제1068호(2022.6.1.자) 4면 ‘수백 년 동안 문묘를 지켜온 수호자, 성균관 수복(守僕)을 아십니까?-문화재청의 6월 말일 철거 일정 통고로 퇴거 위기에 처한 수복 집안’ 기사 및 <한겨레신문> 6월7일자 23면 ‘3대째 성균관 안살림 챙겨왔는데 쫓겨나게 됐네요’ 기사와 관련해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6월8일 보도자료(문화재청 홈페이지 www.cha.go.kr 새소식-보도/설명-8886번)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정책총괄과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문화재청은 "성균관 유림회관 부속동 철거는 지난 2009년에 세워진 문묘종합정비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1990년 건립 이후 30여 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로 인해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균관 및 입주 상인들의 생계와 편의 등을 고려하여 2011년, 2015년 등 2차례에 걸쳐 철거가 유예되었고, 이번 6월30일까지 퇴거준비기간을 연장제공하여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라고 덧붙이며 "2대 수복의 장남인 이모씨에게는 부속동 옆 유림회관 본관 건물 일부에 대한 국유재산 사용을 허가해 이모씨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상태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 문묘의 법적 소유주인 문화재청과 성균관 문묘를 위탁관리하는 종로구청에 확인한 결과 2009년에 작성된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에 대해 문화재청은 ‘자신들이 한 것이 아니라 위탁기관인 종로구청이 작성한 것이므로 그쪽에 확인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성균관은 오랜 역사적인 내력뿐만 아니라 대성전, 명륜당, 동무·서무, 신삼문 등 4종 건축물이 보물 제141호, 존경각, 향관청, 동재·서재, 정록청 등 수많은 건축물이 사적 제143호, 명륜당 앞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 제59호로 지정되어 있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요국가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인 문화재청이 선도적으로 장기플랜을 만들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맡겨둔 지자체가 세운 계획을 그대로 따르고 있을 뿐이라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지금부터 13년 전에 세워진 계획의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다만 행정계획을 추진하는 법적 근거 정도의 역할인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은 인터넷상으로는 확인이 불가하고 공공도서관 등에 책자 형태로 배포됐다. 본지는 조만간 그 내용과 문제점을 상세히 보도할 예정이다.
2. 수복 장남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수복 장남에게 국유재산 사용을 허가해 사용하고 있는 상태라는 입장’에 대해 성균관 유림회관 1층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이태형 대표는 “문화재청의 표현은 마치 내가 대단한 특혜를 받고 있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데, 황당할 뿐이다. 엄연히 보증금을 냈고 지금도 매달 상당액의 월세와 관리비 등을 성균관에 납부하고 그 내용들은 문화재청의 관련부서에도 자료가 들어가 있어서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유림회관에 입주해 있는 은행, 예식장 등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정당한 절차를 밟아 들어왔고 그동안 성균관과 유림을 위해 수많은 액수의 자금을 추가로 지출하는 등 오히려 노력을 하면 했지 덕이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덧붙여 “그리고 우리 어머니에 대한 것과 내가 유림회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조선시대에는 궁궐이나 종묘보다도 더욱 소중히 여겨졌던 성균관에 저희 선조들이 들어와서 수복과 석전 준비 등으로 헌신해 온 노력과 수고에 대한 댓가를 지금 돌려달라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봤을 때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시집온 후 63년째 성균관을 돌보고 애쓰고 계신 어머니는 여기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분이다. 살아계신 동안만이라도 성균관에서 살 수 있게 해드리면서 어머니가 평생 경험하면서 쌓은 여러 가지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몇 백년 내려온 소중한 내용들이 하루 아침에 소멸되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3. 국가중요문화재 성균관 문묘는 외형만 복원하면 그만인가?
문화재청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오랜 세월 성균관을 출입하고 전국 각지의 향교 등에서 유교와 전통문화에 관심을 기울여 온 관계자는 “각종 선거공약과 지자체 단체장들의 의지 등이 맞물려 전국적으로 수 천억원, 수 백억원의 옛 건물 재건축과 보수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그 중 상당수가 외관만 그럴 듯하고 실제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방치되면서 국민들의 귀중한 세금만 낭비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문화재는 겉으로 보이는 외형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만들고 운영했던 이들의 각종 노하우를 시스템화해서 적용하고, 그곳에 애정과 열정이 있는 이들이 돌보고 가꾸며 완성시켜 가야 비로소 제대로 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며 답답해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화강국 코리아’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관광대국 대한민국’ 등의 각종 구호가 정부 각 기관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 때에 무형자원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아무런 전승계획 없이 방치하고 유형자원만 예쁘게 만들어두겠다는 사고는 유교권 문화를 가진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을 유치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뿐만 아니라 이웃해 있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등의 문화유산과 연계하는 모습도 외면하는 것이다. 국가중요문화재 성균관 문묘는 외형만 복원하면 그만인가? 주요시설 안내판도 제대로 없고, 문화해설사 한 명 배치되어 있지 않으며, 무조건 닫아걸면서 못 보고 못 쓰게 하면서 겉만 번지르르하게 하면 그건 껍데기다. 이미 1960년대에 신동엽(1930-1969) 시인이 ‘껍데기는 가라!’고 했는데, 알맹이를 찾고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며 전국 유림들에게 사실을 전하여 의견을 모을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