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의 문묘종합계획은 2009년에 종로구청이 세웠다.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합니다’
홈페이지(www.cha.go.kr)와 보도자료 등에서 담당업무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문화재청이 사용하는 문구이다.
홍보동영상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사라진 시대를 되살리고 묻혀있던 과거가 현재와 만날 수 있도록 하고, 과거의 유산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온전한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며, 우리 유산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세계와 만나 더 큰 가치를 갖도록 하는 곳이 문화재청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국가기관인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59호(1962년 12월3일 지정)인 명륜당 앞 은행나무, 보물 제141호(1963년 1월21일 지정)인 대성전, 명륜당, 동무, 서무, 신삼문, 사적 제143호(1964년 11월10일 지정)인 존경각, 향관청, 동재, 서재, 정록청 등 수많은 건축물이 산재한 국가중요문화재인 성균관 문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최신 자료가 지난 2009년 종로구청이 발간한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이므로 여기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과 문제점을 몇 회에 걸쳐서 집중 보도한다.
이 자료는 위탁기관인 종로구청이 단순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문화재청과 협의하에 제작되었으며,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 보내지고 공공도서관 등에도 책자 형태로 배포되었으나 홈페이지 등 인터넷상에서는 확인이 되지 않으므로 본지가 원본을 입수하여 전국의 유림과 국민들에서 실상을 알림으로써 객관적인 판단과 향후 정책설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현실과 동떨어진 채 3년 후 종료예정인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
지난 6월8일자 보도자료에서 이미 밝혔듯이 문화재청은 종로구청에서 2009년에 발간한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을 2022년 현재에도 여전히 성균관 문묘에 대한 최상위 마스터플랜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그 외의 주요계획안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 계획안은 2009년 당시 ‘2년 후인 2011년부터 2025년까지 15년 동안 789억 4300만원을 투입하여 문묘 일곽을 둘러싼 주변 토지의 매입과 도로 이설 등을 통해 문묘 일원과 반수 및 반교를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때 설정된 사업액 중 이미 문화재청 소유의 국유지에 소재한 건물, 시설 등에 대한 투입예정액은 3.19%(25억 1900만원)에 불과하고, 절대다수인 96.81%(764억 2467만원)가 주변 토지 매입을 통한 발굴, 이전, 복원 등에 소요되도록 편성되었는데 원래 계획에 의하면 3년 후에 종료예정인 내용을 수정·확정하는 과정을 생략하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2차 서울 문묘 주변 수용 계획’에 편성되어 있는 ‘명륜3가 19-1(대지, 6.60㎡)’ 지번의 경우 ㎡당 공시지가가 64만 6천원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www.realtyprice.kr)’를 통해 인근 표준지 가격을 확인하면 최소한 500만원을 넘고 있으므로 13년 사이에 7배 이상의 공시지가가 상승했다.
이러한 예는 무수히 보이는데, ‘3차 수용 계획’에 있는 ‘명륜2가 118-1(대지, 23.10㎡)’ 지번은 ㎡당 공시지가가 292만원으로 되었으나 지금은 최소 500만원 이상으로 1.7배, ‘4차 수용 계획’에 있는 ‘명륜3가 61-52(대지, 25.80㎡)’ 지번은 ㎡당 공시지가가 66만원으로 되었으나 지금은 약 320만원으로 4.8배, ‘5차 수용 계획’에 있는 ‘명륜1가 72-6(대지, 117.70㎡)’ 지번은 ㎡당 공시지가가 180만원으로 되었으나 지금은 800만원 이상으로 4.5배가 올랐는데 어림짐작으로 보더라도 대상지의 공시지가가 최소 2배에서 5배 정도는 올랐음을 알 수 있다.
문묘 인근의 부동산 사무실을 통해 공시지가의 적절성 여부를 알아보니 “2009년 액수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공시지가도 시세보다 너무 낮게 책정되어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정부 고시 공시가격의 최소 3배 이상은 얘기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지경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턱없이 낮았던 2009년에 산정된 예산액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며, 심지어는 “조 단위의 사업비가 투입이 되어도 될까 말까 할 것이다”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2. 13년 동안 거의 달라진 것이 없는 ‘국가중요문화재’ 서울 문묘
‘서울 문묘와 관련된 직접적인 이해관계 단체는 문화재청, 서울시(종로구청), 성균관, 유림측으로 나눠 볼 수 있고, 이 중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은 직접적인 책임 관리자로 규칙에 따라 철저한 업무수행을 하고 있다’(2009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 279쪽)
‘서울 문묘가 지금의 모습대로라도 남아 조선시대의 국가적인 이념과 선조들의 정신적인 체제를 짐작할 수 있는 데는 문화재청과 직접적인 관리 주체인 서울시, 종로구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2009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 293쪽)
계획안의 설명글에 의하면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의 끊임없고, 철저한 업무의 결과로 지금의 모습이라도 남아있다고 하는데 아래의 글을 접하면 2009년부터 지금까지 13년이 흐르는 동안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문묘를 한 번이라도 와본 이라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문묘는 말 그대로 일반인들에게는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없는 단지 옛날 건물들일 뿐이며, 굳이 찾아갈 이유도 없고, 특별한 유인책도 없다. 또한 인근 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의 건축 행위 등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애물단지일 뿐이며, 성균관대학교 재학생들에게는 4학년 1학기 말에 단체로 양복 입고 들어가 명륜당 앞에서 졸업사진 한 장 찍으면 그만인 장소이다. 현재의 관리 초점도 단지 있는 그대로의 현상 유지를 위한 것에 맞춰져 있어 보안 인원만 있을 뿐이며, 문화유산에 대하여 해설을 해주는 이도 없다’(2009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 270쪽)
‘현재 문묘 일원은 관리상의 이유로 각기의 건물들이 항상 출입문이 잠겨 있어 외관만을 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고건축 탐방 등 특정한 목적을 가지지 않은 일반 탐방객들이 문묘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채 10~20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탐방 중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등 휴게시설이 전무한 형편으로 탐방객들을 위한 어떠한 배려도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서울 문묘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2009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 273쪽)
근처에 위치한 창경궁, 종묘에는 문화해설사를 비롯한 상당수의 인원배치와 함께 각종 행사들이 수시로 열려 관람객들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즐길 요소가 제공되고 있지만 서울 문묘는 모든 것이 예외인 채로 2022년 6월 현재도 ‘그냥’ 유지되고 있다.
3. 이해당사자간 의사소통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
서울 문묘에 대한 마스터플랜인 ‘2009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의 내용을 모두 보게 되면 ‘이렇게 거대하고 중요한 내용들이, 이렇게 조용하고 얘기 없이 진행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계획에 의하면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은 5차에 걸쳐 서울 문묘 주변의 토지를 매입 및 수용할 예정이다.
먼저 지금의 성균관 유림회관과 부속동 상가를 철거하여 그 위치의 토지 4,180㎡를 제1차로 확보해 녹지벽을 구축함으로써 반수 및 반교 복원의 기초를 마련하고, 향관청 외부 주변의 토지 1,371.80㎡를 제2차로 확보해 주변을 정비하며, 성균관대학교 정문 좌우의 토지 1,340.90㎡를 제3차로 확보해 정면성을 가짐과 동시에 주차장을 만들고, I 하우스 옆이자 600주년기념관과 비천당을 마주 보는 위치의 토지 6,362.90㎡를 제4차로 확보해 성균관대학교 정문을 이전하며, 정문에서 유림회관을 거쳐 향관청 건너편의 토지 5,196.30㎡를 제5차로 확보해 반수 복원을 완료하면서 도로를 옮기고 휴게공간을 만든다.
제1차 계획지로 선정된 성균관 유림회관은 원래 성균관대 체육관이 있던 자리로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당시 노태우(1932-2021) 민정당 후보의 선거공약으로 제시되어 국고와 재단법인 성균관의 출연자금을 합하여 건립되었으며,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기원하는 뜻에서 유림 지도자들은 ‘건립 30년 후 기부채납을 약정’하여 지금은 문화재청이 소유하는 국유재산이 되었고, 전국 유림의 중앙단체인 성균관이 일정 시기마다 위탁관리 계약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오랜 세월 성균관을 출입하며 어른들을 통해 지난 역사들을 접해온 관계자들은 “당시 어른들이 좋은 뜻으로 기부채납을 약속하며 앞으로도 유림이 이곳을 편하게 이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법적 권한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면서 전국 유림의 피땀 어린 자금이 투입되어 지어진 건물에 대한 보수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지금은 여름만 되면 천정에서 물이 새고, 지하 강의실은 곰팡이 냄새가 1년 내내 가시질 않는다. 지자체의 지원으로 지어진 지방의 수많은 유림회관들보다 훨씬 못한 지경인데도 서류상의 주인이 아니니 문화재청의 지원과 조치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쉽게 진행되지 않는 것같다.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2009년에 종로구청에서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을 세울 때도 수백 년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격동의 한국현대사 속에서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이루어지는 분향, 봄과 가을의 석전대제 등 전통의 제례의식을 지속하고 무관심이나 재정 악화로 정부의 지원이 없는 속에서도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지금의 성균관 문묘 일원을 보존하고 지켜왔던 성균관과의 협의는 거의 없거나 형식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도 의미 있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성균관 관계자는 “지난 2018년에 성균관에서 문묘활용방안 등을 전문기관과 작성하여 문화재청, 종로구청에 제출하기도 했으나 4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없었다”고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오랜 세월 문묘를 출입하며 근처에서 살아온 유림 및 주민들은 “유교의 총본산이자 한국전통문화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는 성균관을 대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이렇게 방대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이라면 적어도 주변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렇게 주변 토지를 매입하여 이전, 복원하는 계획이 있다는 사실조차 오늘 처음 알았다. 쉬쉬하며 진행하는 계획이라면 주민들이 협조할지 의문이다”며 “실제로 이렇게 하려는 게 맞느냐?”고 거듭 기자에게 되물었다.
즉 계획상으로만 거창한 것인지, 실제로 추진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하는 척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정부기관이 처음 계획한 바가 있더라도 예산상의 문제나 대통령과 정권의 의지 등이 작용하면서 원래대로 진행되지 않는 모습은 많은 국민들이 이미 여러 차례 봐왔다.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야 할 일은 기관장 및 주요 부서장의 직을 걸고, 기관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추진되어야 하되 그 과정은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누가 보더라도 보편타당해야 할 것이다.
2022년 현재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로 일대에 위치한 서울 문묘는 단순한 고적이나 옛날 옷을 입고 사진촬영만 하는 곳이 아니다. 그 속에는 조선 왕조 개창 후 수도가 서울로 옮겨와 1398년에 이 자리에 위치한 이래 파란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민족의 얼과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지키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본지는 이번에 입수한 ‘서울 문묘 일원 종합정비계획’(2009, 종로구청)의 내용과 현재 모습 및 진행상황 등을 반영하여 이후로도 후속보도를 통해 일반 유림과 국민들이 사실관계를 알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종로구청 등 관련기관의 설명뿐만 아니라 유림, 국민들의 제보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