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림회관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유림관련 시설에 규탄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성균관은 법무부와의 소통을 통해 일단 규탄 현수막 등을 철거하기로 했다.
성균관(관장 최종수)은 최근 논란이 지속되는 ‘근친혼 금지범위 조정’과 관련해 지난 3월19일부터 법무부(장관 박성재)와 3차례 실무접촉을 진행하며 법무부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고, 유림의 요구사항 등을 전달했다.
이를 통해 국론 분열과 가족제도 붕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판결한 민법 제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제1항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혼인금지 범위 축소 연구용역 등과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법무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가족법(민법) 개정과 관련해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성균관과 법무부는 앞으로 8촌 이내 혼인금지 민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관련해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해가기로 했으며, 법무부는 향후 법 개정과정에서 헌재의 결정 및 국민정서와 유림의 뜻을 깊이 살피기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이에 따라 성균관은 법무부와의 실무접촉 결과를 전국 유림과 공유하는 동시에 유림회관 및 전국 향교 등에 설치된 현수막을 철거하고,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진행 중인 1인 시위를 중단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법무부와 계속 소통하며 대응하기로 했다.
최종수 성균관장의 위임을 받아 성균관 대표로 협의를 진행한 김기세 총무처장은 “법무부 관계자들이 유림의 입장을 경청하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성균관도 신뢰를 갖고 법 개정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며 대화와 소통에 임하기로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지난 3월20일 저녁 TV조선은 ‘[단독] 정부, '8촌 내 결혼금지' 유지 가닥…"여론 반발 커"’ 기사를 통해 ‘법무부가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민법 개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합헌) 조항까지 건드리며 근친혼 범위를 현행 8촌에서 4촌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놔 논란이 됐었는데, 법무부 가족법 특별위원회의 대다수 위원들은 ‘법무부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5%가 근친혼 범위 완화에 반대한 만큼 여론을 거스르면서까지 범위를 축소할 필요는 없을 것같지만 근친혼을 '무효'로 규정한 민법 조항을 '취소'로 바꾸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이것은 지난 3월20일 본지가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한 ‘국회입법조사처, 근친혼 범위 조정 관련 보고서 공개-4가지 입법 방안 제시’에서 상세하게 밝혔듯이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가 지난 3월20일 홈페이지(https://www.nars.go.kr)를 통해 공개한 「이슈와 논점 제2217호 ‘4촌 간 혼인 가능해질까?-근친혼에 대한 입법 논의」 보고서 내용 중 제시된 4가지 입법 방안 중 2번째 방안이다.
즉 ①‘근친혼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으로 현행 8촌 이내 혼인 금지를 4촌이나 6촌 이내 등으로 축소 ②‘취소사유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현행 무효 대신 취소로 변경 ③‘혼인무효소송 원고적격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대상을 현행 당사자,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 친족에서 당사자와 법정대리인만으로 조정 ④‘자녀를 보호하는 특칙을 두는 방안’으로 (설령 8촌 이내 근친으로 출생을 하더라도) 혼인 중 출생자로 보는 등의 방법으로 특칙 설정 등 제안된 4가지 방안 중 ②‘취소사유로 전환하는 방안’을 가장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면 현재의 민법은 ‘제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①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와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2.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를 통해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근친혼은 원래부터 하면 안 되고, 설령 혼인했더라도 소급적용해 처음부터 혼인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았었다는 가정을 하므로 혼인 이후 불어난 재산에 대해 법정지분을 고려해 배분하는 등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반면 취소사유로 전환하게 되면 현재의 민법에서 ‘제824조(혼인취소의 효력) 혼인의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을 상실해 기존 신분관계와 상속관계 등이 보호받을 수 있게된다.
TV조선의 단독 보도 내용과 달리 뉴스1과 파이낸셜뉴스는 ‘법무부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고, 본지가 성균관을 통해 법무부에 확인해본 바로도 ‘가족법 특별위원회 위원들의 개인 의견일 뿐이고, 특정 방향으로 미리 설정해서 진행하거나 방향이 이미 정해진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단기간에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하며 수백 개의 언론 보도가 쏟아질 정도로 주목받았던 ‘근친혼 금지범위 조정’ 문제는 유림은 물론 전통문화와 상식을 존중하는 일반 국민들을 대변한 성균관이 법무부와의 실무접촉을 통해 소통의 창구를 마련함으로써 일단 진정되는 국면으로 보이지만 가족법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언론을 통해 전하는 내용들은 법무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모습들을 여러 번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적인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법무부 당국도 가족법 특별위원회 회의, 공청회,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논의의 과정과 자료를 공개하고, 공청회 등의 자리에 성균관 등 유림측 대표는 물론 유전질환 전문가, (근친혼 금지범위 축소를 주장하는) 기존 가족법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달리 ‘근친혼 금지범위 축소를 반대’하는 법률가들을 골고루 참여시켜 논란의 소지를 줄여가며 국민적 합의 방안을 도출해야 남은 9개월 여의 기간 안에 정상적으로 대안 마련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