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한국의 7대 종단이 중심이 되어 종교 간 상호 이해와 공존을 촉진하고, 일상적 협력과 평화 증진을 추구하며,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연합체로 결성된 한국종교인연대(상임대표 김대선 교무, 무원 스님, 염상철 선도사)는 오는 7월29일까지 '생명살리기,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인 1,000명 선언'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종교 성직자와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는 서명이 완료된 다음날인 7월30일에는 낮 12시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조계종 법화사에서 개최되는 생명존중, 상생평화 세미나에서 선언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대선 상임대표는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한 해 15,000명, 하루 평균 40명 가까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나라에서 종교와 시민사회가 침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019년에 638명의 종교인들이 생명살리기 선언을 했으나 이후 6년 동안 종교계가 얼마나 행동했는가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마음뿐이다.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이제 실천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프로그램의 의의와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지금은 디지털 고립, SNS 기반 사회, 정서적 단절이 새로운 생명의 위협이 되고 있다. 청소년, 노인뿐 아니라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종교는 본질적으로 생명을 지키는 울타리이자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망이다. 우리는 이 생명의 끈을 붙잡고, 절망의 끝자락에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자살 문제는 국가 혼자 풀 수 없고 종교, NGO, 지자체, 보건기관이 함께 손잡아야 한다. 한국종교인연대는 전국 종교인을 연결하는 ‘생명지킴이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 운동은 종단 간 협력을 넘어서 지역과 사회 전체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저는 이 선언을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종교가 이 사회에서 책임지는 약속이자 실천의 출발점으로 생각한다. 진정한 참회는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지난 1995년 UN(국제연합)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창설되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전 세계 68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세계종교인연대(URI: United Religions Initiative)의 한국 지부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종교인연대(URI-K)는 창립 이후 종교로 인한 갈등과 폭력을 줄이고, 종단 간 교류와 화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다양한 연대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 한국종교인연대(URI-K) '생명살리기,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인 1,000명 선언' 서명 링크 https://naver.me/FYqpaFFR
생명살리기,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인 1,000명 선언문
생명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귀한 가치입니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한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보다 무겁고도 귀중하고 엄숙한 것이며,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입니다. 이처럼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지키고 일깨우는 일은 종교의 본분이며 사명입니다.종교의 생명은 곧 생명 그 자체입니다.
지난 2019년 6월 18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638명의 성직자들이 생명살리기,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인선언을 했지만 오늘 우리는 이 사명을 온전히 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 OECD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현실 앞에 우리는 때때로 침묵했고, 때때로 무관심했습니다. 한 해 1만 명이 넘는 이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고 지난해는 15,000명이 생명을 달리 했음에도 우리는 그 고통을 충분히 껴안지 못했습니다.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보거나, 자살 유가족의 고통을 보듬는 데 소홀했으며, 심지어 낡은 종교적 관행이나 교리로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생명존중의 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돌보는 사랑의 실천에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생명운동 참여에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사회의 고립과 정신건강 위기, 청소년 · 노인 자살 증가 등 새로운 위협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AI · SNS 기반 사회에서의 '비대면 외로움'과 '정서적 단절'은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생명의 위기입니다. 이주민, 미등록외국인, 다문화청소년, 북한이탈주민의 자살율은 한국의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습니다. 우리 종교인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지난날을 깊이 참회합니다. 진정한 참회는 행동의 변화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살리고 북돋는 일이 선이다"라는 슈바이처의 외침에 다시금 귀 기울이며, 이제는 생명을 지키는 선한 실천에 우리가 먼저 나설 것을 선언합니다.
종교가 생명의 방파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생명의 끈을 다시 잡을 수 있도록 손 내미는 종교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생명을 지키는 ‘연결망’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선언이 종교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우리 모두가 생명존중의 문화를 실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 합니다.
1. 자살은 더 이상 안 됩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생명 가치는 훼손되어서는 안 됩니다.
2. 종교인들은 지역공동체의 연결자로서 더 생기 있고 밀착된 관계망을 만들겠습니다. 특히 힘없고 병들고 외로운 이웃들을 적극적으로 돌보며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겠습니다.
3. 우리는 갈등과 혐오, 배제를 넘어 다양성과 상생, 회복의 문화를 실천하겠습니다.
4. 지역사회 · 지자체 · 보건기관 · NGO와 연대하여 생명지킴이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하겠습니다.
5. 자살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애도와 회복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겠습니다.특히 청소년 유가족 및 이주민 유가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맞춤형 치유를 지지하겠습니다.
6. 설교, 설법, 강론 등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겠습니다.
7. 디지털 콘텐츠, 온라인 법회,미사,예배 유튜브/팟캐스트 등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해 생명 메시지를 확산하겠습니다.
8. 생명존중 서약 캠페인 등 시민참여형 생명운동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지역 청년, 교회·사찰·성당·교당 청소년들과 함께 ‘생명살리기 행동’으로 확산시키겠습니다.
2025년 7월 30일
생명존중을 실천하는 대한민국 종교인 일동
한국종교인연대(UR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