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환율 방어 입법 한 달, 시장은 아직 관망… ‘환율 안정 3법’ 효과 검증 국면

유교신문 | 국회가 지난 3월 말 ‘환율 안정 3법’을 처리한 뒤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정치권의 초당적 입법이 실제 외환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검증 국면에 들어섰다. 관련 제도는 이미 시행 단계에 들어갔지만,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다시 1500원선을 위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 이번 입법의 핵

김정기 2026. 4. 23.

 

유교신문 | 국회가 지난 3월 말 ‘환율 안정 3법’을 처리한 뒤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정치권의 초당적 입법이 실제 외환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검증 국면에 들어섰다. 관련 제도는 이미 시행 단계에 들어갔지만,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다시 1500원선을 위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

 

이번 입법의 핵심인 국내시장복귀계좌(RIA)는 해외주식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지난해 12월 23일 이전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해 RIA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 재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5월 31일까지 매도하면 100%, 7월 31일까지는 80%, 연말까지는 50% 공제받는 구조다. 납입 한도는 5000만원이며 최소 1년간 계좌를 유지해야 혜택이 적용된다.

 

증권사들은 이미 RIA 계좌를 출시하고 수수료 우대와 개설 지원금 등 각종 유치 경쟁에 들어갔다. 제도는 분명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제도 가동과 시장 안정이 곧바로 같은 말은 아니다. 환율은 이달 중순 다시 149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고, 장중 1500원선을 넘나든 날도 있었다. 3월 평균환율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이 한 달 전 보여준 협치는 분명 이례적이었다. 여야는 대치 정국 속에서도 환율 불안을 비쟁점 경제 현안으로 보고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정치는 통과를 성과로 말할 수 있어도, 시장은 숫자로만 답한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법안이 얼마나 빨리 달러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해외로 나간 투자자금과 기업 유보금을 국내로 되돌릴 수 있느냐다.

 

기업 측면의 기대도 남아 있다. 이번 법안에는 외국 자회사 수입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 특례와 환율변동위험회피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담겼다. 취지는 해외에 쌓인 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고 민간의 환위험 대응력을 높이자는 데 있다. 다만 이런 세제 유인이 실제 기업 자금 이동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제도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가 크고, 체감 효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기 처방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고환율의 배경에는 중동 정세, 안전자산 선호, 국제유가, 달러 강세 같은 대외 변수들이 겹쳐 있다. 결국 세제 지원만으로 환율 흐름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쉽지 않으며, 국내 자본시장 신뢰와 투자 매력 회복이 함께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최근 환율 흐름과 제도 내용을 종합한 해석이다.

 

공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에 밝다”고 했다. 정치는 위기 때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정책은 그 방향이 옳았는지를 현실에서 증명해야 한다. 지난달 국회의 협치는 출발점으로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입법의 명분보다 효과의 실체가 더 중요하다. 환율 안정 3법의 평가는 법안을 통과시킨 속도가 아니라, 이 봄의 외환시장 불안을 실제로 얼마나 덜어냈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