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신문 | 2026년 상반기 국회가 극한 대립과 부분 협치를 동시에 보이는 ‘이중 구조’를 고착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특검법·선거제·방송법 등 핵심 쟁점에서는 충돌을 이어가면서도, 비쟁점 민생 법안은 별도로 분리해 합의 처리하는 ‘투트랙 입법’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1월 29일 본회의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당시 여야는 반도체특별법을 포함한 민생·비쟁점 법안 90여 건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상임위를 통과하고도 정쟁 속에 계류돼 있던 법안들을 선별해 ‘우선 처리 목록’으로 묶은 뒤, 원내 협의를 통해 본회의에서 일괄 의결한 것이다.
이후에도 국회는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본회의마다 수십 건 규모의 비쟁점 법안이 합의 처리되는 반면, 권력 구조와 직결된 핵심 정치 사안은 여전히 평행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회는 ‘충돌과 협력의 병행’이라는 이중적 운영 방식을 구조화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원내수석부대표와 상임위 간사가 중심이 된 실무 협의 채널이 입법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축으로 자리 잡았다. 쟁점 법안은 지도부 간 대치 국면에 묶여 있는 반면, 비쟁점 법안은 실무 라인에서 사전 조율을 거쳐 처리되는 구조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이를 ‘입법 기능 유지 전략’으로 해석한다. 민생 법안까지 장기간 표류할 경우 국회 기능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여야 지도부 역시 공개적으로 ‘민생 우선’을 강조하며 일정 수준의 입법 성과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협치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비쟁점 법안 처리는 국회의 기본 책무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두고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책임 정치라기보다 관리 정치에 가깝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정치적 계산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모두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비판을 피할 필요가 있고, 일정한 입법 실적을 통해 여론을 관리하려는 측면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비쟁점 법안 합의는 상대를 ‘민생 발목잡기’로 몰아세우는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분리형 입법’이 장기화될 경우 국회의 본질적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쟁점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회는 정책 조정 기관이 아니라 단순 처리 기구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논어 자로편에는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고 했다. 조화를 이루되 무리하게 같아지지 않는 것이 군자의 도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 모습은 형식적 합의는 유지하면서도 본질적 조율에는 이르지 못하는 ‘불완전한 화합’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관건은 쟁점 법안에서의 협의 구조를 복원할 수 있느냐다. 비쟁점 법안 처리로 입법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그것이 갈등 회피의 수단으로 고착될 경우, 국회는 정책 결정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점차 잃게 된다.
강한 대립과 제한적 협력이 병존하는 현재의 국회. 이 이중 구조가 일시적 균형에 머물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 운영 방식으로 굳어질지는 향후 정국의 흐름 속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