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

가자 해역 탐사 반대 시위 애버딘 확산… 다나 본사 앞서 한국석유공사 책임론 부상

스코틀랜드 애버딘 다나 패트롤리엄 본사 앞에서 가자지구 인근 해역 가스 탐사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지면서, 한국석유공사 자회사인 다나 패트롤리엄을 향한 국제 시민사회의 압박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4월 7일, 애버딘 헌틀리 거리에 위치한 다나 패트롤리엄 본사 앞에는 건물 외벽을 따라 긴 붉은 띠를 두르는 퍼포먼스와 팔레스타인 연대 상징

김정기 2026. 4. 10.

 

스코틀랜드 애버딘 다나 패트롤리엄 본사 앞에서 가자지구 인근 해역 가스 탐사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지면서, 한국석유공사 자회사인 다나 패트롤리엄을 향한 국제 시민사회의 압박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4월 7일, 애버딘 헌틀리 거리에 위치한 다나 패트롤리엄 본사 앞에는 건물 외벽을 따라 긴 붉은 띠를 두르는 퍼포먼스와 팔레스타인 연대 상징물이 등장했다. 시위대는 다나 측의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본사를 포위하는 등 강도 높은 실력 행사를 이어갔다. 스코틀랜드 연대단체들은 이번 행동을 시작으로 다나 본사를 겨냥한 중단 요구를 공개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시위는 단순한 사업 중단 요구를 넘어, 가자지구 전쟁과 점령지 자원 개발, 그리고 기업의 윤리적 책임 문제가 겹쳐진 국제 인권 논란의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알하크는 이스라엘 정부가 부여한 'Zone G' 탐사 구역의 62%가 팔레스타인이 2019년 선언한 해양 경계와 겹친다는 점을 들어, 해당 해역 개발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자원 약탈'이라고 비판해왔다.

 

논란은 최근 이탈리아 에너지 대기업 ENI의 철수 이후 더욱 거세졌다. ENI가 지난 3월 국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컨소시엄에서 공식 철수함에 따라, 남은 파트너인 다나 패트롤리엄(Dana Petroleum)과 라티오(Ratio)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ENI라는 '방패막이'가 사라진 상황에서 잔류를 선택한 다나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더욱 날카로워진 분위기다.

 

다나 패트롤리엄은 한국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이 때문에 이번 시위는 영국 현지 기업을 향한 항의를 넘어 한국 공기업의 책임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견리사의(見利思義, 이익을 보거든 의로움을 생각하라)의 가르침은 공적인 자산을 운용하는 공기업에 더욱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며, 분쟁 해역 자원 개발 관여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도덕적 위상을 시험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핵심 쟁점은 에너지 개발의 경제성보다 공기업이 분쟁 지역 사업에서 어떤 사회적 책임 기준을 적용하느냐로 귀결된다. 가자 전쟁의 비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점령지와 맞닿은 해역 자원 개발에 한국 공기업 자회사가 끝까지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NI 철수 이후 다나의 선택은 단순한 사업 지속 여부를 넘어, 한국석유공사가 국제 인권 논란과 보편적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다룰 것인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한편, 본지는 계속된 해외 시민단체들의 시위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석유공사에 전화했음에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