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

[기자수첩] 대법, 사내하청 215명 직접고용 확정…7명은 파기환송

대법원이 16일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업체 노동자 223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건에서 215명에 대해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고, 정년이 지난 1명은 각하했으며, 냉연제품 포장 업무 종사자 7명은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2022년에 이어 포스코 사내하청 구조에 다시 불법파견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공자는 논어 계씨편에서 “적음을 걱

김정기 2026. 4. 17.

 

대법원이 16일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업체 노동자 223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건에서 215명에 대해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고, 정년이 지난 1명은 각하했으며, 냉연제품 포장 업무 종사자 7명은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2022년에 이어 포스코 사내하청 구조에 다시 불법파견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공자는 논어 계씨편에서 “적음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하라”고 했다. 포스코를 둘러싼 이번 판결에서 먼저 보이는 것도 이 대목이다. 기업의 매출과 생산량,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은 이미 충분히 크다. 그런데 그 거대한 공정 안에서 같은 제철소, 같은 설비, 같은 생산 흐름 위에 서 있던 노동자들의 이름은 오랫동안 다르게 불렸다. 누구는 원청이고 누구는 하청이었다. 누구는 포스코의 이름 아래 일했고 누구는 협력업체 이름 뒤에 머물렀다. 이번 판결은 그 불균형을 다시 법정 위에 올려놓았다.

대법원은 215명에 대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스코 생산 공정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고, 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했다고 판단한 원심을 받아들였다. 협력업체가 사용한 작업표준서가 포스코의 작업표준서와 거의 같았고, 포스코가 MES 생산관리시스템을 통해 작업 대상과 장소 등을 사실상 지시한 점이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하청이라는 외형보다 실제 작업 지휘와 공정 편입의 실체를 본 판결이다.

이 점에서 이번 판결은 정명의 판결이기도 하다. 공자는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서에 맞지 않고, 말이 순서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으나 실질은 원청의 지휘 아래 있었다면, 법은 그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에 직접고용 대상이 된 215명은 오랜 시간 뒤늦게나마 제 이름을 찾은 셈이다.

다만 판결은 완결이 아니었다. 대법원은 광양제철소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맡은 7명에 대해서는 포스코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협력업체의 독립성과 재량, 업무 성격의 차이를 더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같은 제철소 안에서도 어떤 업무는 원청 책임으로 인정되고, 어떤 업무는 다시 다툼의 대상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현장의 혼란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포스코 사내하청 소송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과 2016년에 제기된 1·2차 소송도 2022년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로 확정됐다. 이번 사건은 2017년 제기된 3·4차 소송이고, 5~7차 소송도 2심에서 승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1년 넘게 같은 쟁점이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가 포스코식 고용 구조가 얼마나 오래 법적·사회적 의문 위에 놓여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포스코는 이달 초 협력사 직원 7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로서는 대법원 판단과 별개로 구조 전환에 나섰다는 뜻이겠지만,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소송 당사자와 협의 없는 일방 추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포스코가 지금 하려는 직접고용이 판결 이후의 수습인지, 아니면 늦었지만 책임을 인정하는 방향 전환인지를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느냐다.

유교에서 말하는 공정은 결과의 크기보다 분배의 바름에 가깝다. 기업의 도리도 마찬가지다. 이익이 많이 남았는가보다, 그 이익을 떠받친 사람들을 얼마나 바르게 대했는가가 먼저다. 더구나 철강과 같은 기간산업은 수치만으로 서지 않는다. 사람 위에 서고, 공정 위에 선다. 이름과 실체가 어긋난 자리를 오래 방치해 놓고도 세계 1위를 말할 수는 없다.

이번 판결은 포스코를 향한 법원의 채찍이자, 동시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군자유어의(君子喩於義), 소인유어리(小人喩於利)”라 했다. 군자는 의를 먼저 보고, 소인은 이익만 좇는다는 뜻이다. 포스코가 이제라도 법원이 바로잡은 이름 위에 책임을 얹고, 남은 하청 구조까지 스스로 점검한다면 이번 판결은 기업의 손실이 아니라 기업의 체면을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명은 법원이 시작했지만, 완성은 결국 포스코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