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

성남시의회, 21일 학교폭력 피해회복 조례안 부결… 학부모단체 “정쟁 희생양 된 아이들”

유교신문 | 성남시의회에서 21일 제310회 본회의에 상정된 「학교폭력 피해학생 회복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부결됐다. 법제처와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보충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았음에도, 제9대 의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해당 조례안은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조례안은 주민 제안과 더불어민주당 서은경 성남시의원의 대표 발의로 상정됐다

김정기 2026. 4. 23.

 

유교신문 | 성남시의회에서 21일 제310회 본회의에 상정된 「학교폭력 피해학생 회복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부결됐다. 법제처와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보충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았음에도, 제9대 의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해당 조례안은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조례안은 주민 제안과 더불어민주당 서은경 성남시의원의 대표 발의로 상정됐다. 대안학교, 국제학교, 학교 밖 청소년 등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법률상담 연계, 학습권 회복 프로그램, 사례관리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 판단 여부와 무관하게, 지역 차원의 회복 지원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표결 결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전원 반대했고, 무소속 이영경 의원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피해학생 회복을 위한 보완적 지원 장치는 의회 문턱에서 멈췄다.

 

이번 부결 과정에서 쟁점이 된 것은 조례의 필요성보다 정치적 공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영경 의원은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이른바 ‘권력형 학폭’ 관련 주장과 조례 발의 배경 및 동기를 문제 삼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부 발언에서는 조례 추진을 ‘위선’ 또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표현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폭OUT 학부모시민모임은 "조례안의 구체적 내용과 현장 필요성보다 발의자의 자격과 정치적 논란이 더 부각되면서 정책 논의가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피해학생과 가족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덜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정쟁에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 역시 전혀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 법제처는 지난 3월 31일 의견제시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학생 회복 지원 사무를 주민복지 및 청소년 보호·복지증진과 관련된 자치사무로 볼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규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행정안전부도 주민복지 차원의 보충적 지원에 해당하는 경우 교육감 사무를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성남시의회는 지원의 필요성과 가능성보다 정치적 대립 구도를 더 앞세운 모양새가 됐다. 결국 이번 부결은 ‘할 수 있느냐’보다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하느냐’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결정으로 남게 됐다.

 

맹자는 “측은지심은 인의 단서다(惻隱之心 仁之端也)”라고 했다. 남의 고통을 아프게 여기는 마음이 곧 인의 출발이라는 뜻이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회복을 돕는 문제는 정파의 셈법보다 먼저 놓여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번 본회의에서는 아이들의 상처보다 정치의 언어가 더 크게 작동했다.

 

이 장면을 고전의 말로 옮기면 견문발검(見蚊拔劍)에 가깝다. 모기를 보고 칼을 뽑는다는 뜻이다. 본질보다 곁가지를 붙들고, 사소한 정치적 이해에 과도하게 매달린다는 의미다. 정작 살펴야 할 것은 피해학생 보호와 회복 지원인데, 논의는 발의 배경과 정치적 공방으로 흘렀다. 그 사이 아이들을 위한 제도는 부결됐다.

 

정치는 약자를 향할 때 비로소 공공의 이름을 얻는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지원 조례안 부결은 단순한 안건 하나의 무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사회가 폭력 피해 아동과 청소년을 어떻게 대하는지, 지방의회가 어떤 가치 앞에서 결단하는지 드러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학폭OUT 학부모시민모임은 이번 부결에 유감을 표하며, 학교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가 성남시를 넘어 국가적으로 더 정교하게 마련될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