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

스벅 ‘탱크데이’ 실무자 발언 보도 후 “진정성 의심” 확산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했음에도,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 회장의 사과를 “사법 책임 회피용 사과”라고 비판한 데 이어, 논란 직후 일부 실무자가 문제 제기 여론을 두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김정기 기자 2026. 5. 26.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했음에도,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 회장의 사과를 “사법 책임 회피용 사과”라고 비판한 데 이어, 논란 직후 일부 실무자가 문제 제기 여론을 두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정 회장의 사과를 “전형적인 총수 면피용 대본”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도의적 책임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사법적·법적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며 “사과는 했지만 책임의 방식은 비워둔 유체이탈식 사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이미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진행 중인 형사 사건”이라며 “이해와 미래를 말하는 것은 사법 심판을 감정싸움으로 격하시켜 국면을 조기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민노총은 정 회장이 현장 노동자들을 언급한 대목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현장 노동자를 방패막이 삼아 정당한 시민의 분노와 불매운동을 가로막으려는 것”이라며 “진심으로 직원을 보호하겠다면 총수 본인의 사재 출연을 포함한 실질적 보상 대책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이 해임되고 관련 임직원 5명이 직무에서 배제된 데 대해서도 민노총은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민노총은 “정용진 회장은 사법기관의 엄정한 조사를 받고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며 “이번 마케팅이 어떤 경로로 기획·승인됐는지, 정 회장 본인 또는 측근이 사전에 인지했는지 수사기관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정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 광주 시민에게 사과했다. 또 “전국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파트너 여러분께 따뜻한 시선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회장직 거취나 구체적인 법적 책임 이행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사과 이후에도 책임의 방식이 빠져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진행한 ‘탱크데이’ 마케팅에서 비롯됐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명칭과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면서 광주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세계그룹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관련 임직원 15명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에는 커머스팀 전원과 결재라인 관계자들이 포함됐고,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대한 포렌식 분석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26일 신세계그룹 내부 감사 결과를 인용해, 논란 직후 일부 실무자가 문제를 제기한 여론을 두고 “정신이 이상하네? 왜 저렇게 생각하지?”라는 취지의 사내 메신저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 이후 정 회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역사 인식과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은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세계그룹은 사전 기획 고의성을 입증할 직접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마케팅 승인 과정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조사 결과 해당 마케팅은 팀장, 담당 임원, 본부장, 대표이사 등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여 직원들은 기존 텀블러 홍보 문구였던 ‘가방에 쏙’과 운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해당 문구를 만들었고,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을 참고했을 뿐 5·18과의 연관성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 과정에서는 승인 절차의 허술함도 드러났다. 마케팅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팀 검증 절차도 생략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탱크데이’ 명칭을 제안한 직원을 포함한 커머스팀 팀원 3명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메신저 기록 서버 보관 기간도 일주일에 불과해 최초 기획 단계의 대화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설명도 나왔다.

 

신세계그룹은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운동 폄훼 의도가 확인될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시 해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의 차원을 넘어 기업 내부의 역사 인식, 승인 구조, 리스크 관리 체계, 최고 책임자의 책임 범위 문제로 번지고 있다. 특히 총수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음에도 책임 이행 방식이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실무자 발언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여론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자(孔子)는 논어에서 “군군신신(君君臣臣)”을 말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위와 책임이 따로 갈 수 없다는 경계이기도 하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말의 무게보다 책임의 실천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중용에는 “덕불배위 필유재앙(德不配位 必有災殃)”이라는 경계가 있다. 덕이 지위에 걸맞지 않으면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는 뜻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다.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아래로 미루는 구조에서는 신뢰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이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다. 최고 책임자가 말로 모든 책임을 인정하는 데 그칠 것인지, 권한에 걸맞은 실질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가 남은 쟁점이다. 사과는 끝이 아니라 책임의 시작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