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

법원, 영풍 측 ‘문서제출명령’ 항고 기각… 절차적 결정 둔갑시킨 ‘여론전’ 논란 [법정문답]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법정 절차 해석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최근 장형진 영풍 고문의 즉시항고를 기각하면서, 1심의 ‘경영협력계약서 문서제출명령’ 결정은 유지됐다. 고려아연 측은 이를 두고 “통상적인 증거조사 절차를 마치 본안 판단처럼 포장해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사안의 핵심

김정기 기자 2026. 5. 30.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법정 절차 해석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최근 장형진 영풍 고문의 즉시항고를 기각하면서, 1심의 ‘경영협력계약서 문서제출명령’ 결정은 유지됐다.

 

고려아연 측은 이를 두고 “통상적인 증거조사 절차를 마치 본안 판단처럼 포장해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문서제출명령의 법적 의미다. 법원이 문서 제출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 곧 영풍·MBK 측 주장을 인정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고려아연 측은 “문서제출명령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며 “이를 본안 판단처럼 해석하는 것은 사법 절차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쟁점이 된 법적 절차의 의미와 양측 공방의 본질을 문답 형태로 짚어본다.

 

 

Q. 문서제출명령이란 무엇인가?

 

A. 문서제출명령은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특정 문서를 제출하도록 명하는 증거조사 절차다. 민사소송법 제344조에 근거한다. 재판 과정에서 특정 문서가 사실관계 확인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법원은 문서 보유자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본안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최종 판단이 아니다. 법원이 문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해서, 그 문서로 입증하려는 주장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문서가 제출된 뒤에도 따질 절차는 남아 있다. 문서의 내용, 사건과의 관련성, 증명력은 별도 심리를 통해 판단된다. 따라서 이번 항고 기각은 1심의 절차적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영풍·MBK 측 주장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Q. 이번 결정은 어떤 소송과 연결돼 있나.

 

A. 이번 문서제출명령은 고려아연 계열사 KZ정밀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영풍 이사진을 상대로 제기한 9300억 원대 주주대표소송과 맞닿아 있다.

 

핵심 쟁점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맺은 ‘경영협력계약’의 실체다. 고려아연 측은 이 계약이 영풍의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 측에 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풍 이사들의 임무 위반 또는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직접 책임을 묻지 않을 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제도다.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했는지,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가 핵심 판단 대상이다.

 

Q. 왜 ‘사법 절차 왜곡’ 논란이 불거졌나?

 

A.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측이 절차적 결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적 판단처럼 해석하고 있다고 본다.

 

문서제출명령은 증거조사의 문을 여는 단계다. 그런데 이를 근거로 의결권 제한, 순환지분출자 구조, 외부 자문계약, 자금 집행 등 여러 쟁점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인정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장사의 경영권 분쟁은 자본시장과 투자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준다. 법원 결정의 의미가 과장되면 시장은 왜곡된 신호를 받을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이 ‘여론전’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다퉈야 할 사안을 장외 여론의 문제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 절차는 절차로 봐야 한다. 본안 판단은 본안 판단으로 구분해야 한다. 이를 혼동하면 사법 절차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Q. 영풍·MBK 측의 ‘자기 책임’ 논란은 왜 제기되나?

 

A.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각자 중대한 경영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타사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기 전에 자신들의 경영 책임부터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영풍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592억 원이다. 전년 1607억 원보다 적자 폭도 커졌다. 환경 리스크도 남아 있다.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 카드뮴 유출 문제와 관련해 환경부는 과징금 281억 원을 부과했다. 현재 관련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2026년 5월에는 ‘2차 구조혁신’ 방안을 내놓고 전국 37개 매장의 영업을 약 두 달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 같은 상황에서 영풍·MBK가 고려아연을 향한 공세에 집중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Q. 이번 사안의 본질은 무엇인가?

 

A. 본질은 경영협력계약의 실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사이의 계약이 어떤 구조였는지, 영풍 이사들이 회사와 주주에게 충실했는지, 고려아연 지분이 어떤 방식으로 다뤄졌는지가 핵심이다.

 

문서제출명령은 이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따라서 논의는 계약의 내용과 책임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누가 무엇을 결정했는지, 그 결정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이사회가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게 움직였는지를 따져야 한다.

 

절차적 결정을 과장해 여론몰이에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다.

 

[유교신문 돋보기] 반구저기와 정명

 

맹자 이루상에는 “유제기이후구제인, 무제기이후비제인(有諸己而後求諸人, 無諸己而後非諸人)”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있은 뒤에야 남에게 요구하고, 자신에게 없은 뒤에야 남을 비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가르침은 이번 사안에도 무겁게 닿아 있다. 남의 지배구조를 비판하려면 자신의 경영 책임부터 돌아봐야 한다. 남의 절차를 문제 삼으려면 자신의 절차적 정당성도 설명해야 한다.

 

영풍은 적자와 환경 리스크를 안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사태로 경영 책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을 향한 공세만 앞세운다면 시장은 그 진정성을 묻게 된다.

 

정명(正名)의 태도도 필요하다. 절차는 절차로 불러야 한다. 결론은 결론으로 구분해야 한다. 문서제출명령을 본안 판단처럼 말하는 것은 이름과 실질을 혼동하는 일이다.

 

고려아연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무책임한 여론전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본연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영풍·MBK 측은 법원의 절차적 조치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시장을 호도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정에서는 증거와 법리로 다퉈야 한다. 시장 앞에서는 사실과 책임으로 말해야 한다. 절차를 왜곡하지 않는 것, 본질을 외면하지 않는 것, 자기 책임을 먼저 설명하는 것. 그것이 이번 분쟁을 바라보는 최소한의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