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신문 |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전문대학이 지역 정주형 기술인재 양성의 거점이 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COLiVE(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 2026 상반기 정기세미나’에서는 RISE 체계, 직업교육 혁신, 지역 산업 연계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번 세미나는 전문대학의 교육 기능을 넘어 지역 산업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실무 인재 육성 체계를 점검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인구 감소, 산업 전환, 청년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문대학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남식 COLiVE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RIS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자체와 대학, 산업 현장이 분절적으로 움직여서는 지역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고, 전문대학이 지역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 실질적 거점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논의의 초점은 단순한 취업률이 아니었다. 오득창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는 세미나에서 “지표상의 취업률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린 인재인가”라는 점을 짚으며 지역 기반 창업과 정주 생태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력을 길러 외부로 보내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에서 일하고 머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업교육의 방향도 함께 제시됐다. 황성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원장은 디지털·그린·인구 구조 변화를 아우르는 ‘삼중전환’ 시대를 언급하며, 현장 중심 STEM 교육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생산 현장의 오차를 조정하고 장비를 운용하며 안전을 책임지는 숙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세미나에서는 기술교육을 산업 수요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공동체 책임과 직업윤리를 함께 갖춘 인재 양성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서명지 CSR Impact 대표는 지역사회 공헌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연결하며, 대학과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인재를 키우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업은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대학은 현장성과 책임의식을 갖춘 인력을 공급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통문화와 직업교육의 결합 가능성도 제시됐다. 조인선 ㈜모던한 대표는 한류와 전통문화 콘텐츠가 직업교육과 결합할 경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교육이 제조와 생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날 세미나는 결국 지역소멸 대응의 핵심을 ‘사람’에서 찾았다. 단순 기능인 양성을 넘어 지역 산업을 지탱하고 공동체 안에 머무를 수 있는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전문대학이 맡아야 할 역할도 보다 선명해졌다.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실무 능력,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정주 기반, 기업이 요구하는 책임의식을 함께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기술은 산업 현장의 도구이지만, 그 기술이 지역에 남아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품성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지역 인구 유출과 산업 기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날 세미나는 전문대학이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회복의 인프라가 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인구 소멸의 파고를 넘기 위한 해법은 결국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일하며, 지역에 남을 수 있는 기술인재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