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신문 | 영풍 측이 미국 법원 판단을 사실상 승소로 해석한 데 대해 고려아연이 반박 입장을 밝혔다. 미국 항소심 결정은 증거수집 신청 절차에서 1심 재량이 적절했는지를 본 데 그친 만큼, 한국 소송의 본안이나 증거능력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23일 낸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은 미국 제2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단이 연방법 1782조에 따른 증거수집 신청 절차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풍 측이 이를 실체 판단이나 승소로 연결하는 것은 판결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핵심은 이번 결정이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의 본안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1782 절차는 국제소송 당사자에 대한 증거수집 지원 제도일 뿐이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자료가 한국 법체계에서 적법한지, 실제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설명이다.
보호명령이 적용된 문서의 사용 범위도 짚었다. 미국 디스커버리로 확보된 자료는 한국 소송 입증 목적 외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고, 이를 언론전이나 여론전에 사용할 경우 미국 법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반박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그리고 이그니오 인수 적정성 공방과 맞물려 있다. 고려아연은 국내 주주대표소송의 당사자가 고려아연 이사 개인인 만큼, 페달포인트가 보유한 문서가 쟁점 판단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논리도 폈다. 다만 이 부분은 향후 법리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입장문에서는 미국 자원순환 사업도 함께 부각됐다. 고려아연은 페달포인트를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자원순환 부문 핵심 계열사로 보고 있다. 이그니오 인수 이후 캐터맨과 MDSi 등을 편입해 현지 밸류체인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페달포인트가 지난해 연간 기준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그니오 인수 가격 역시 글로벌 투자은행의 기업가치 평가를 토대로 산정됐고, 당시 의사결정도 합리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적대적 인수합병 국면 이후 영풍 측이 이그니오 가치와 페달포인트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시각이다.
미국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 크루서블’도 언급했다. 통합 제련소가 완공되면 페달포인트 중심의 자원순환 사업과 제련 사업 간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관련 신사업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