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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의 고향으로 돌아온 작품 18점의 가치 재조명

2004년 10월, 당시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었던 홍라희 여사가 박수근미술관 개관 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당시 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은 유홍준 문화재청장) 박수근 동상 옆 빨래터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 자작나무 숲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고, 그때 기증해 식재한 자작나무 숲은 현재 박수근미술관을 찾는 방문객들의 힐링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

전남표 기자 2021. 4. 29.

2004년 10월, 당시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었던 홍라희 여사가 박수근미술관 개관 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당시 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은 유홍준 문화재청장) 박수근 동상 옆 빨래터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 자작나무 숲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고, 그때 기증해 식재한 자작나무 숲은 현재 박수근미술관을 찾는 방문객들의 힐링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졌고 ‘당신을 기다립니다’의 꽃말을 가진 자작나무의 바램이 마침내 이루어진 듯 박수근미술관으로 박수근의 유화 4점과 드로잉 14점이 돌아왔다. 홍라희 여사가 故 이건희 회장의 뜻과 마음을 이어가고자 그의 가족을 대표해 작품들을 기증한 것이다.

 

이번에 기증한 유화 작품들은 ‘아기 업은 소녀’(34.3x17cm, 합판에 유채, 1962), ‘농악’(20.8x29.3cm, 하드보드에 유채, 1964), ‘한일’(閑日, 한가한 날)(33x53cm, 캔버스에 유채, 1950년대), ‘마을풍경’(24x39cm, 하드보드에 유채, 1963) 으로 박수근미술관에서 추후 확보해야 할 주요 소재별 유형의 유화 작품들이라 더더욱 기증의 의미가 크다. 이로써 박수근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화는 총 17점이 되었다.

 

특히 ‘한일’(閑日, 한가한 날)(33x53cm, 캔버스에 유채, 1950년대) 작품은 박수근 선생이 1959년 제8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추천작가로 출품했던 작품이며, 해외에 반출되었다가 2003년 3월 24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되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귀한 작품이다. 마침내 박수근 선생 곁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더더욱 박수근 선생의 대표적인 작품 소재 중 하나인‘아기 업은 소녀’ 시리즈는 옥션 경매에 잘 출품되지 않는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구입비가 있어도 살 수 없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아기 업은 소녀가 뒷모습이나 측면의 모습인 반면 이번에 기증받은‘아기 업은 소녀’(34.3x17cm, 합판에 유채, 1962)는 온화하고 푸근하며 넉넉한 표정으로 정면을 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농악’(20.8x29.3cm, 하드보드에 유채, 1964) 작품은 1965년 10월 6일~10월 10일에 서울 중앙공보관에서 개최된 <박수근 유작전>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1965년 이후 소장처가 확인이 안 되었던 작품 중 하나다. 그동안 박수근의 장남 박성남 화백이 박수근미술관에 기증한 유작전 슬라이드를 통해서만 알려져 왔다.

 

박수근 작품의 형식적 가치는 ‘유화의 독보적인 기법’과 ‘드로잉 선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박수근미술관에서 수집한 드로잉 98점과 이번에 기증받은 14점의 드로잉으로 박수근미술관은 드로잉 전문미술관에 버금가는 소장품을 확보하게 됐다.

 

기증 드로잉 작품으로는 ‘나무와 여인’(26.4x18.8cm, 종이에 연필, 1958), ‘나무와 소녀’(21x14.5cm, 종이에 연필, 1950년대), ‘마을풍경’(15.3x22cm, 종이에 연필, 1954), ‘지게꾼’(20.9x14.3cm, 종이에 연필, 1950년대) 등 주로 전쟁 이후의 삶을 힘들게 살아내는 서민들의 일상과 풍경을 노상에서 스케치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번 기증은 박수근미술관 개관 20주년을 한해 앞둔 시점에 참 감사한 일이다. 기증의 의미와 작품의 가치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박수근 작고 56주기를 추모하며 기획한 아카이브 전시에 기증섹션을 만들었다. 그동안 연구 조사 수집한 자료와 함께 전시되며, 10월1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사전관람 예약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