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최보기의 溫故而知新] 아가, 비 온다 빨래 걷어라

편집자 註: 유교신문에서는 이번 주 부터 격주로 최보기 작가의 칼럼을 게재한다. 최 작가는 고려대학교를 나와 작가이자 시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넘나들며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유교신문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아가, 비

최보기 2026. 5. 26.

 

편집자 註: 유교신문에서는 이번 주 부터 격주로 최보기 작가의 칼럼을 게재한다. 최 작가는 고려대학교를 나와 작가이자 시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넘나들며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유교신문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아가, 비 온다 빨래 걷어라

 

대청마루에서 내다보이는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에구, 비가 오려나?’ 혼잣말을 하시던 어르신께서 “아가, 비 온다. 빨래 걷어라!” 크게 소리를 치신다. 아가는 며느리고 어르신은 시아버지다. 3대, 4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던 게 일반적이던 시절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부분 독자께서도 기억하실 상품 광고의 한 장면이다.

 

‘어느 구름에 비 들어있는지 모른다’는 속담도 있는데 시아버지는 어떻게 비가 올 것을 알았을까? 날이 궂으면 관절통이 도진다는 속설 때문이라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 겪은 바로는 동네 어르신들께서 바람, 습도, 구름의 색깔과 높이 등을 종합해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판단한 ‘감각적 일기예보’였다.

 

공자께서는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을 말씀하셨다. ‘과거를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이다. 고등학생 때 이 문장을 접하고는 ‘아! 그렇겠구나’ 했는데 어느 날 과학 선생님께서 “예전에는 경험이 최고 선생이라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이 컸지만 지금은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세상이라 미래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 이제 과거 즉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도 점점 사라질 것”이란 말씀을 하셨다. 그때는 일견 그런 것 같기도 했지만, 과연 그럴까?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을 알아낸 천재 물리학자 뉴튼은 “내가 남들보다 더 멀리 봤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탄 덕분”이라고 했다. 뉴튼에게 어깨를 내준 거인들은 목숨 걸고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데카르트 등 선배 과학자들이었다. 이것이 온고이지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욱 놀라운 것은 요즈음 봇물 터진 듯 세상을 덮치는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이 ‘척척박사’라고 칭송이 자자하나 본질에 육박해보면 그가 찾아오는 답들은 100% 세상에 이미 있던 ‘과거’들이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사실을 AI는 단 한 줄도 가져오지 못한다. AI야말로 온고이지신의 모범생이 아닌가!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아프리카 격언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


최보기_작가·시인·칼럼니스트


<책글문화네트워크> 대표

<공무원 문서 글쓰기> 강사

 

 

 

 

 

 

 

 

 

 

 

 

 

 

※ 본 칼럼은 외부 필자의 기고이며, 내용은 유교신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