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에서 “명불정즉언불순(名不正則言不順)”이라 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바로 설 수 없고, 말이 바로 서지 않으면 질서 또한 무너진다는 뜻이다. 유교의 정명(正名) 사상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다. 권한과 책임, 지위와 역할이 일치해야 공동체가 유지된다는 질서의 원칙이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은 한국 자본시장이 오랫동안 외면해 온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들고 있다.
“실제 권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이며, 책임은 누가 지는가?”
논란 이후 스타벅스코리아의 대주주인 이마트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 10만2500원에서 22일 9만500원까지 하락했다. 약 일주일 만에 12% 가까운 하락이다. 시가총액으로는 약 3000억 원 이상이 증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단순 이벤트 논란이 아니라 그룹 전체 브랜드 가치와 ESG 리스크 훼손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역사 인식 논란과 정치적 해석까지 겹치며 기업 이미지 훼손이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25년 7월 시행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사는 이제 단순히 회사만이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개정안은 2025년 7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달 22일 공포·시행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소액주주 보호 강화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상법 개정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정용진 회장을 사실상 그룹의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인식한다. 브랜드 전략과 그룹 방향성, 조직 문화 역시 총수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 회장은 핵심 계열사 상당수에서 등기이사 직함을 맡고 있지 않다.
결국 실질적 권한과 법적 책임이 분리된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그룹의 상징적 권력은 총수에게 집중돼 있지만, 실제 법적 책임은 형식상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에게 귀속되는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교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매우 낯선 구조다.
유교는 오래전부터 권한과 책임의 일치를 강조해 왔다. 논어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말이 나온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신분 질서가 아니라 역할과 책임의 일치를 뜻한다.
또한 중용에는 “덕불배위 필유재앙(德不配位 必有災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덕과 책임이 그 자리에 맞지 않으면 결국 재앙이 따른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 재벌 구조는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향력은 총수에게 있지만 책임은 전문경영인에게 향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법 개정 이후 시장은 단순한 실적보다 ‘누가 실제로 의사결정을 하는가’를 보기 시작했다. ESG 시대에서 브랜드 리스크는 곧 기업가치 리스크로 연결된다. 과거에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논란도 이제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시장은 숫자가 아니라 질서를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번 상법 개정은 분명 한국 자본시장에 중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이번 ‘탱크데이’ 논란은 동시에 또 다른 질문을 남겼다.
상법은 이사의 책임을 강화했지만, 한국 재벌 구조에서 실제 권력을 가진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유교는 오래전부터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름만 있고 책임이 없으면 질서는 무너지고, 권한만 있고 의무가 없으면 공동체는 흔들린다.
지금 한국 자본시장이 마주한 문제 역시 결국 그 오래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는 과연 그 권한에 걸맞은 책임까지 함께 지고 있는가?"
정도기 (유교신문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