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우리 사회는 공동체 정신에 바탕을 둔 신뢰의 문화와 주권재민을 기본 원리로 작동되던 민주주의 시스템이 흔들리며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도자라고 불리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그릇된 욕망을 앞세우고, 중간 관리자에 해당하는 이들이 불법과 위법을 앞장서 실천하며, 실무자 그룹은 잘못되었음을 잘 알면서도 입을 다문 채 부끄러운 짓을 버젓이 해왔다.
지난 해 연말에 갑자기 벌어진 불법비상계엄이 그랬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회사들이 그랬으며,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과정에서 보이는 정치권의 모습도 그러하다.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라는 종교의 의미는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해왔고, 우리 땅에서 적어도 2천 년 이상의 오랜 기간 존재하며 조선왕조가 건국된 1392년부터는 국가의 통치이념은 물론 사회 운영의 기본 원리로 작용해온 유교는 내세에서의 편안함 대신 지금 세상에서의 인간다움, 예의와 염치를 알고 실천하는 바른 자세, 누가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가는 정신을 강조해 왔다.
조상 대대로의 이러한 내용은 한국인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과 지갑을 보이는 곳에 두더라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나라’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발생하면 함께 도와주는 문화가 형성된 사회’를 이루는 바탕이 되었고, 우리의 이런 모습은 외국인들 사이에 크게 화제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여행 국가’의 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예전처럼 사회 구성원 절대 다수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공부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정신과 뜻을 이어 바르게 살아가며 국가를 위해 헌신할 것을 결의한 집단이 유림이고, 이런 유림들을 대표하는 중앙조직이 유교 종단 성균관이며, 성균관의 수장이 성균관장임을 우리는 잘 안다.
따라서 성균관과 성균관장은 유림은 물론 국민과 세계인들에게도 떳떳하고, 자부심이 넘치며, 불법·탈법·위법 등의 악행에 대해서는 준엄한 목소리로 꾸짖을 수 있을 정도의 도덕성과 존재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지난 1년 여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유교 종단 성균관과 성균관장은 정반대의 길을 걸어오며 스스로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고, 지난 3월27일 개최된 ‘2025년도 제1차 성균관 임시총회’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사회 보편의 양심과 법적 절차조차 무시하고 있는 지금 성균관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회는 물론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도 지키는 의결방법을 따르지 않아 대부분의 결론이 정당성을 상실한 그날 회의에서 총무처장은 등기필정보 및 등기완료 통지서를 대의원들에게 보이면서 “(주)명륜당이 (성균관 소유 성북동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을 해지하라며 준 서류이다”라며 보안스티커를 뜯었고, “법무사를 통해 해지 절차만 거치면 된다. ㈜명륜당의 것은 해지되었음을 보고 드린다”라고 덧붙였으나 지금까지도 근저당권 설정은 여전히 존재한다.
선배 유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종헌과 제규정, 재산을 소중하게 지키고 관리해야 할 성균관장과 총무처장, 총무처가 과거의 만들어진 뜻을 완전히 왜곡해 마음대로 해석하고 무시하는 것을 넘어 불과 2년 사이에 네 번(①12차 개정:2023.5.31. ②13차 개정:2024.3.28. ③14차 개정:2024.11.28. ④15차 개정:2025.3.27.)이나 종헌을 개정하며 역대 성균관장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무소불위의 내용들로 채웠다.
지난 4월18일에는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 국고보조금 부정수급관리 합동점검반의 직원과 회계사 2명이 성균관에 실사를 나와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의 국고보조금 지출항목 중 유교티브이방송으로 넘어간 광고비 2,100만 원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내부자 거래) 혐의에 해당되는가를 살폈다.
이렇게 의심받은 이유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최종수 성균관장이 유교티브이방송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인데 오는 5월21일 열리는 문화체육관광부 부정수급심의위원회에서의 관련 사항에 대한 심의 결과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종헌에서 선배 유림들이 성균관의 재정공개를 유교신문에 하도록 정했던 것은 성균관의 이 같은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림 모두가 감시토록 했던 것이고, 지난 2010년 성균관의 재정난으로 유교신문사를 법인화할 당시 성균관이 계약서를 작성해 성균관이 제공하는 장소에서 ㈜유교신문사를 설립토록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성북동 토지에 대한 각종 위법 및 편법 행위, 종헌 및 제규정을 무시한 회의 진행과 재정 지출·채무 보증 등에 대한 유교신문의 진실 보도가 이어지자 여기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과 합법적인 조치는 거의 생략한 채 ‘전부 허위보도이다’라는 낭설로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최종수 성균관장과 김기세 총무처장이 성균관에 채무를 발생시킨 돈은 무려 20억여 원에 달한다. 성균관의 채무도 아닌데 불법으로 성균관 소유 토지에 근저당권을 해줘 받은 밀린 임대료, 임대사업자에게서 빌린 5억 원의 차용금, 조건부 기부금 9천만 원 등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서 내역도 공개하지 않고 벌써 재정난에 빠졌다고 전해진다.
‘왜 굳이 성균관의 치부를 드러내느냐’며 본지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해결 방안을 물으면 ‘나중에 기부를 받아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황당한 답변들이 주로 돌아온다.
불법과 편법, 위법으로 엉망이 된 곳에 어느 누가 기부를 하겠는가? ‘나중에’ 결국 이 모든 것을 수습하고 해결할 이들은 우리 유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