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泮村魯堂>정직(正直), 그리고 개헌(改憲)

김학경(용인향교 장의/문양서당 훈장)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전직(前職) 대통령들은 대부분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부정선거(不正選擧)로 4,19혁명에 의해 권좌(權座)에서 쫓겨났고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서거(逝去)하였다. 이후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武力)으로 진압하고 학살(虐殺)한 전두환, 노태우는 비록 사면(赦免)을 받았다고 하지

편집부 2018. 3. 29.

김학경(용인향교 장의/문양서당 훈장)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전직(前職) 대통령들은 대부분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부정선거(不正選擧)로 4,19혁명에 의해 권좌(權座)에서 쫓겨났고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서거(逝去)하였다. 이후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武力)으로 진압하고 학살(虐殺)한 전두환, 노태우는 비록 사면(赦免)을 받았다고 하지만 대법원에서 전두환은 사형, 노태우는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았다. 최근에는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씨가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고, 다시 이명박 씨는 온갖 비리와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퇴임 후 평안한 노년(老年)을 맞은 사람은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뿐이었다.

며칠 전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기 집안의 가훈(家訓)이 ‘정직(正直)’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족이 지켜야 할 가훈으로 정직을 선택한 집안이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화목(和睦),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나 성실, 근면 등과 같이 가족 간의 도리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가치 덕목(德目)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씨 집안의 가훈이 정직이란 것은 그만큼 자신과 일족(一族)의 부족한 덕목을 보완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을까.

그 동안 이명박 씨의 과거 행적을 보면 정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앞으로 재판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검찰의 발표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스는 누구겁니까?’라는 사회적 질문에 모르쇠 아니면 거짓으로만 일관했다. 덕분에 온 집안이 범죄 혐의에 연루되어 피의자(被疑者) 또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자방(4대강 정비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이라고 불리던 이명박 정권 당시의 석연치 않은 정책들에 대한 혐의까지 수사가 진행될 경우 비리(非理)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유독 돈과 개인의 이익에 천착(穿鑿)했던 한 지도자의 몰락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인간의 욕심(慾心)이 어디까지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또한 한 국가의 운명을 책임졌던 대통령직이 개인과 집안의 사익(私益) 추구의 수단에 불과했음을 보며 참담한 심정이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전국 초·중·고등학생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청소년 정직지수’ 결과에 따르면 55%가 “10억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답변했으며, 46%가 “내 것을 빌려주기 싫어서 친구에게 거짓말 한다”고 답하였다. 특히 학령별 정직지수(100점 만점)는 초등학생 88.4점, 중학생 76.2점, 고등학생 69.9점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정직지수가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즉 배우면 배울수록 정직해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과연 교육의 문제이겠는가.

아쉽게도 이명박 씨는 대통령 후보가 될 때부터 온갖 위법행위로 전과 10범이 넘는다는 사실이 회자(膾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겼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여도 결과적 승자(勝者)가 독식(獨食)할 수 있는 사회 구조는 그의 부정직(不正直)함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 기성(旣成) 세대가 청소년의 정직지수가 학령이 올라갈수록 하락한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며칠 전 대전버스운송조합에는 한 장의 편지와 함께 5만원권이 넣어진 편지봉투가 전달되었다고 한다. 대전 시민이라고 밝힌 분의 편지에는 수년전 자신이 동생의 청소년 버스카드를 이용해 시내버스 요금을 할인받았던 잘못을 고백하며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5만원을 보낸다는 것이다. 소시민들은 자신의 작은 잘못으로도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고 참회하지만 정작 대통령까지 지낸 우리 사회의 리더들은 참회는커녕 자신에 대한 변명뿐이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改憲) 발의에 의해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되었다. 그 동안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던 제왕적(帝王的) 대통령제의 권한 축소,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과 지방자치 및 분권(分權) 강화, 대통령 4년 연임제 등 시대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헌법을 국회에서 마련해야 할 때이다. 야당(野黨)의 반대로 험난(險難)한 과정이 예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時代精神)을 담은 개헌은 꼭 필요한 우리 정치권의 숙제이다.

이제는 정치인들의 거짓된 ‘정직’과 같은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정직한 정치를 만들어 내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헌 논의가 그동안 불행한 대통령으로 일관되었던 우리나라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