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은 지난 8월8일 총무처장 명의로 성균관 총회 전국 대의원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했다. 사과한다면서 오령설을 선전하고 서정기 관장을 ‘巨儒’, ‘大儒’, ‘徐子’라고 칭하는 유인물도 함께 첨부했다. 사과한다는 것인지 오령설을 선전하려는 것인지 알 수도 없고 사과의 진정성도 엿볼 수 없었다.
사과문 내용은 지난 6월9일 성균관 임시총회의 잘못을 인정하고 서정기 성균관장의 훈시를 받들어 엎드려 사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과문은 서 관장의 훈시와 당부말씀이라는 시대착오적 내용과 거짓말로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
서 관장은 취임한 지 3개월도 안 된 지난 6월9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성균관 정관’ 개정을 시도했다. 이 ‘성균관 정관’은 6개월에 걸쳐 전국 유림의 총의를 모아 지난 1월7일 확정된 것이었다. 언론의 취재까지 막은 서 관장의 정관개정 시도는 취임 후 정관을 무시한 불법적인 성균관 운영 실태를 은폐하고 정당화시키려는 게 목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시총회 당시 총회장에서는 정관 절차를 지키라는 대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으나 서 관장은 이를 무시했다. 당시 대의원들은 서 관장의 정관개정이 정관에서 정한 절차를 어겼고, 소집통보서의 의안과 총회에 제출된 의안이 다름을 지적했다. 또한 이 같은 불법적 운영은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된다는 점도 지적됐으나 이 역시 묵살됐다.
6월9일 임시총회와 관련해 서 관장이 받고 있는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 관장은 지금도 임시총회 대의원 명부와 회의록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임시총회 성원보고 당시 위임장을 제출한 대의원이 199명이었고, 위임 대의원들이 소집통지된 의안에 100% 찬성했다고 보고했으나 이 또한 거짓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시총회 이후 (재)성균관을 비롯해 정관개정으로 대의원 자격을 박탈당한 대의원들은 계속해서 정관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성균관 정관’의 환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 관장은 이러한 요구들을 묵살하고 개정된 ‘성균관 정관’을 공포했으며, 임시총회 관련 각종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7월17일 결의무효확인 청구소송이 제기됐고, 27일 법원에서는 성균관에 소장을 송달했다. 서 관장은 원고와 법적대리인의 개인신상정보가 포함된 이 소장을 전국 향교재단과 향교에 다시 그대로 발송했다. 이 같은 행위는 법 상식은 물론 일반 상식에도 크게 벗어나는 일이었다.
서 관장의 의도와 달리 이로 인해 비난이 급증하자 결국 서 관장은 총무처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사과문조차 시대착오적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고 거짓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 총무처에서 실수를 인정했나?
사과문에서는 “성균관 총무처 담당부서에서는 안건의 내용이 전혀 다른 것이 아니라 안건의 표현상의 다름을 확인하고 실무진의 실수를 인정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서 관장 이하 성균관 총무처 어느 누구도 실수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 어디 감히 유림지존인 서 관장을 비판하느냐는 비난만 했을 뿐이다.
운영위원회 결의사항을 그대로 상정했나?
사과문에서는 “임시총회 본래 취지인 5월15일 운영위원회 결의사항을 그대로 상정했다”고 했으나, 5월15일 운영위원회 역시 불법으로 점철된 것이었고 운영위원회 결의사항을 상정한 것도 아니었다. 당시 운영위원회는 일부 운영위원들에게 정관에 규정된 서면 통지가 없었고, 정관에도 없는 성균관 직제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됐으며, 과반수가 아닌 다수결로 결의해 무효였던 것이다.
불법 임시총회 지시 누가 했나?
사과문에서는 “소송 사실을 성균관장께 보고 드리자 관장께서는 퇴계, 율곡선생의 유훈을 말씀하시면서 일이 잘못되었으면 즉각 고치는 것이 선비의 도리임을 훈시하셨다”고 했지만, 임시총회의 불법을 직접 지시한 사람은 서 관장이었다. 그럼에도 서 관장은 총무처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송케 함으로써 그 책임을 아래 사람에게 전가했다.
서 관장 평생 송사를 하지 않았나?
사과문에서는 “성균관장께서는 평생 송사를 않고 도덕과 예절부흥운동에 진력해 오셨다”, “과거 불미스런 성균관의 재판 풍토를 깨끗이 일소할 것을 염두에 두셨다”고 했으나, 서 관장은 각종 진정과 투서, 고발을 남발한 당사자다.
지난해 성균관의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이 불거질 당시 서 관장은 청와대와 검찰에 ‘국고보조금 횡령 등 조사요청’과 ‘성균관장 비리 조사 요청’ 등 진정과 탄원, 투서, 고발을 일삼았다. 본보가 입수한 서 관장의 진정서와 투서, 고발장만 해도 14건 30여 장에 이른다.
서 관장이 이미 관장직을 사임하고 영어의 몸이었던 원임 관장에 대해 여죄를 물어야 한다며 검찰에 고발 탄원한 내용을 보면 ‘유림분열죄’, ‘사회혼란죄’, ‘성현모독죄’, ‘공금유용죄’, ‘사기죄’, ‘배임죄’, ‘부당해고죄’, ‘허위사실유포죄’, ‘명예훼손죄’, ‘전통문화파괴죄’, ‘국가모독죄’ 등 황당무계한 것이었고, 그 내용 역시 유림이라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사과문을 발송할 즈음에 서 관장은 성균관에서 14년 넘게 근무해 온 여직원을 해고했다. 벌써 몇 명째인지도 모른다. 해당 여직원은 자신이 왜 해고를 당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했다. 단지 서 관장이 나가라고 하니 나가야 할 뿐이었다.
사과문 발송 이틀 뒤 분향일에는 성균관 총무처의 비난 성명서 내용을 베낀 유인물이 성균관 원로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배포 게시됐다. 여기에는 원임 관장이 실형을 받고 복역 중에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담겨 있었다. 심각한 명예훼손 행위임에도 성균관 총무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성균관이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총회 대의원들에게 사과를 했으면 바뀌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걱정이다.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결국 서 관장에게 있다. 나중에 그 책임을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