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경(용인향교 장의/역사디자인 연구소)
아직도 월드컵 경기는 끝나지 않아서 어느 팀이 우승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쉽게도 우리는 16강에 들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 독일을 2-0으로 완파한 덕분에 탈락하고도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부터 시작된 거리 응원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거리를 뒤덮었던 태극기 행렬은 줄어들고 태극기를 드는 것마저 눈치를 봐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국기(國旗)는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모든 국민이 공유하고 합심(合心)하게 만드는 상징물이다. 그런데 지난 촛불집회 이후 태극기는 특정 정치 집단의 상징으로 변모하였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정치 세력이 존재하고 공존(共存)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따라서 태극기를 들고 시위를 할 수 있고 그들의 주장이나 표현도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태극기가 특정 정치 세력의 수단이 되어버린 뒤로 태극기는 국가의 화합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역사 인식, 폭력 시위 등 부정적 상징으로 변했다. 태극기를 가장 사랑한다고 온 지역을 태극기 물결로 뒤덮었던 부(富)의 상징 서울 ‘강남구’의 구청장은 구속되었다. 태극기를 앞세워 정치적 이익을 꾀했던 집단의 말로(末路)가 씁쓸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27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019년이 되면 100주년이 되는 3·1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남북 공동 기념사업 추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북한과 함께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뤼순 감옥 인근을 수색하는 방안 도 추진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많은 순국선열(殉國先烈)들의 희생으로 건국(建國)된 나라이다. 국가의 뿌리를 1948년 7월 17일 공포한 제헌 헌법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며 3·1운동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계기이고, 대한민국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3·1 운동 100주년 남북 공동 기념사업은 의미가 돋보이며 다시 한 번 민족의 정기(精氣)를 드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가 되고 그 상징이 3.1운동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 세력들은 지난 건국절(建國節) 논란에서 본 바와 같이 건국 연도를 1948년이라고 하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며 태극기를 들고 있다.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국론(國論)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로 이런 사고(思考)에 기반한 세력들이 현재 태극기를 시위 도구로 사용하며 국가의 상징마저 훼손하는 우(憂)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젊은이들이 월드컵을 응원하며 거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을 외치던 모습마저 사라지게 한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 상에 너무 많은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 단순히 뉴스가 아니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서 유통되는 거짓 정보들은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고 잘못된 행동으로 이끌고 있다. 얼마 전 청와대의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과로와 감기 몸살로 이틀간 연차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연차 휴가 기간에 일부 세력들은 대통령의 뇌에 이상이 생겨 머지않아 유고(有故) 사태가 생길 것이라며 거짓 정보를 유통시켰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 안보(安保)의 핵심이고 사회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이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주장할 수 있는 선을 넘는 가짜 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한 시대이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사회적 주장들이 봇물을 이루듯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체복무제, 난민(亂民) 문제, 성차별 문제 등 어느 하나 만만한 주제가 없다. 사회적 입장에 따라 첨예한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의견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가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태극기를 활용하는 집단에서는 국민들에게 태극기를 돌려주어야 한다. 태극기가 분열과 대립의 상징이 되면 사회 화합은 요원(遼遠)하다.
유림(儒林)들에게 태극(太極)은 우주 만물의 생성(生成), 소장(消長)의 이치가 숨어 있고, 조화와 상생의 원리가 함축된 것이다. 또한 태극의 도(道)가 하늘〔天〕의 도이고, 인간의 도리(道理)이다. 이렇게 큰 뜻이 담긴 태극의 정신을 다시 돌아보고 진정한 조화와 상생의 상징으로 태극기가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