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는 공자를 교조로 하는 철학이자 종교다. 교조인 공자의 가르침은 인간에 관한 것이었고, 공자로부터 비롯하는 유교적 전통의 흐름은 언제나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유교는 특정한 신과 관련 없는 인간의 기본, 사람 되기를 가르쳐 왔으며, 유교의 정체성은 이로부터 규정된다. 이를 벗어나면 유교라 할 수 없다.
오령설로 이 같은 유교의 정체성을 뿌리째 뒤흔든 서정기 씨가 ‘유림은 오령교도, 자신은 교주’라고 망언을 하더니 아예 사이비 신흥종교 교주 행태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제는 오령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귀신과 조물주 하느님까지 거론하면서 유교의 덕목을 귀신과 교접하고 접신하는 수단으로 만들어버렸다.
지난 11월 10일 서 씨의 요청으로 관장실에서 서 씨를 만났다. 불교전공자로서 오령교도인 박영기 총무처장도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서 씨에게 더 이상 오령 좀 얘기하지 말라고 했더니 서 씨는 용이나 봉황 같은 전설상의 짐승들이 정말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예기> 예운편의 사령에다 난새를 넣어 오령을 말하는 것은 주자가 인의예지에 신을 더해 오상을 얘기한 것과 같다며 오령을 모르는 것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씨의 말대로라면 주자와 퇴계, 율곡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오령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오령을 말한 자기는 주자보다도 낫다는 것이다.
서 씨의 말을 정리하면, 오령은 진짜로 있고 화평세계가 되면 이 오령이 나타나는데, 서 씨는 이 오령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령을 나타나게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 지금 헌성금을 내라는 것이다.
오령을 얘기하던 서 씨는 이제 귀신과 조물주를 얘기하고 한술 더 떠 하느님을 얘기한다. 지난 11월9일 전북일보 인터뷰 기사에서 서 씨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는 질문에 “길이길이 제사밥을 받아먹는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라고 했다. 서 씨와 대화를 하던 중 탁자 위에 있던 이 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유교에서 언제 귀신이 되라고 가르치느냐, 공자는 귀신 얘기 하지 않았다고 하자, 서 씨는 <논어> 해석을 잘못해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글의 세계>라는 잡지 한 권을 가져와 신계(神界)도 있다고 했다.
서 씨한테 책을 받지는 않았지만 도대체 서 씨가 그 잡지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했다. 서 씨와 헤어지고 나서 <글의 세계> 2014년 가을호를 구해 읽어봤다.
서 씨는 이 책 기고문에서 천계, 신계 운운하면서 만물을 창조해 주재하는 하느님과 이를 보필하는 신들을 거론하며 이 신들과 감응하는 게 유교의 성(誠)이라고 했다. 또한 사람이 죽어 혼은 신이 되어 하느님의 사업을 돕는다고 하면서 유교의 경(敬)은 귀신을 교접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서 씨는 천계니 신계니 하는 허황된 주장을 하면서 유교의 ‘성’과 ‘경’을 귀신과 감응하고 교접하는 방법으로 만들어 버렸다. 서 씨가 귀신이 되라는 건 죽어 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 하느님의 사업을 도우라는 것이다. 유교를 말한다면서 신을 얘기하고 조물주 하느님을 말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 같은 서 씨의 얘기는 일제 침탈 이후 생겨난 신흥종교들의 교리와 맥락을 같이 한다. 신흥종교 중에 신교라는 게 있다. 이 신교는 서 씨처럼 세상을 신계, 우주만물계 등으로 나누고, 사람의 혼백은 신령한 혼령이 되면 천궁에 들어 하느님을 보좌한다고 한다. 신교를 유·불·선의 뿌리라고 하는 증산교에서도 신계를 말하면서 상제 밑에 오제와 오령이 있다고 하고, 오제를 거느리는 자가 천하대장군, 오령을 거느리는 자가 지하여장군이라고 한다.
세상을 무슨 ‘계’로 나누고, 조물주 하느님을 얘기하고, 신을 얘기하고, 귀신을 얘기하면서 제사를 강조하는 것은 서 씨나 이들 신흥종교들은 기본 틀이 같다. 서 씨가 제사만 지내면 모두 유림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 씨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그럴듯한 공약을 내세워 성균관장이 된 후, 기존의 성균관 총무처 직원들을 내쫓고 자기 추종자들로 채웠다. 성균관 로고와 홈페이지도 멋대로 바꾸고, 기존의 성균관 도서와 자료들을 모두 폐기했다. 2~3백만원이면 되는 홈페이지를 5천만원짜리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선전 도구로 만들고 자기가 만든 교리로 해석한 책들만 성균관 발행도서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제 성균관에는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말씀은 온데간데없고 서 씨의 사설만 난무하는 지경이 돼버렸다.
사이비 종교의 일반적 특징은 이중교리를 갖고 있으며, 교리의 무분별한 혼합과 왜곡으로 건전한 종교의 특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리고 돈을 얘기한다. 서 씨가 바로 이런 경우다. 유림들이 낸 헌성금을 오령교 선전에 탕진한 서 씨는 스스로 오령교주라고 선언하고도 대놓고 헌성금을 달라고 한다. 얼마나 유림들을 우습게 봤으면 이러나 싶다.
참담한 현실 속에서 우리 유림들은 한국 유교 역사의 죄인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서 씨가 그렇게 만들었다. 서 씨는 본색이 탄로났으면 이만할 때 떠나는 게 그나마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다. 오령교주 서 씨는 유림들을 더 이상 욕보이지 말고 성균관을 하루라도 빨리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