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새 그 꽃이 아름답고 열매를 많이 맺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않은 새 그 흐름이 내를 이루어 바다에 이르나니…’
이 글은 세종대왕 때 완성하여 간행한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그 근원이 튼튼해야만 번성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의 마땅히 실천해야 할 근본 도덕은 과연 어떤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효도일 것이다. 효도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모든 윤리와 도덕과 근원이 되는 것이다. 옛날부터 우리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또 사람이야 천지간에 가장 귀중한 존재라고 일켤어져 왔다. 그 까닭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인간에게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숭고한 윤리와 도덕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효도를 백행의 근본이라 하고 또 온갖 선행의 근본이라고 하였으니 인간의 모든 행실이 효도가 아니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효도의 출발은 자식이 부모님을 정성으로 공경하고 봉양하는데 있다. 낳아서 길러주시고 모든 뒷바라지 해주시느라고 온갖 고난을 다 겪으신 부모님의 태산 같으신 은혜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부모님을 공경하고 정성껏 봉양하는 것이 효도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올바른 효도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모든 행동이 빠짐없이 효도와 관련돼 있다.
알기 쉬운 예로 여기에 한 학생이 있다고 하자. 학생이 선생님의 교훈을 잘 지켜서 공부도 열심히 잘하고 행실 또한 모범학생이 되었을 때 그 부모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며 자식을 키운 보람을 느끼시겠는가. 즉 기쁨과 보람을 안겨다 주는 일 이것이 바로 참된 효도이다. 효도를 모든 행실의 근본이라고 말하는 것이니 각자 자기 자신에게 부과된 직책을 충실히 완수해 나가는 것이 참다운 효도인 것이다. 진실로 효도가 아니면 우리들의 모든 행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며 효도가 아니면 인간의 온갖 언행이 행하여질 근거가 없어질 것이다.
이 세상 그 어디에 부모가 없는 자식이 있겠으며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런 까닭에 효도를 인간 도의의 근본이라 일컬어 자기의 부모님에게 효도함을 모르는 사람이 국가와 민복을 위해 훌륭한 업적을 남긴 예가 없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사회의 실상은 과연 어떤가? 모든 국민들이 자식된 도리를 깨달아 인륜도덕의 근원인 효도정신에 얼마나 투철하며 자기의 부모님을 과연 얼마나 공경하고 봉양해 평화롭고 안락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지 생각이 여기에 이를 때마다 필자는 언제나 통탄과 부끄러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는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을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취급하여 모든 일에 소외시키고 괄시하는 일이 허다하다. 자기 부모님이 늙어 생활능력이 사라지고 쓸모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며 방자한 태도와 온갖 구박을 자행하는 불효를 행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평생을 오로지 자식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바치는 늙은 부모님은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게 되었으며 고독과 슬픔을 견디지 못한다. 자살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뿌리가 튼튼해야지 지엽이 무성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데 인간윤리의 근본인 효도정신이 이 지경으로 말살된 곳에 어떻게 참다운 도의와 올바른 기풍이 진작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들 주변에서 만연되어가는 온갖 부조리와는 결국 효도정신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의 부모님을 받드는 사람이 나의 모국을 배반한 예가 없고 남의 집 늙은이를 경멸하는 법이 없다. 또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사람은 형제간에 싸우는 일 없고 친구 사이에 신의를 저버린 예도 없으며 이웃간에 다투지 않는다.
즉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도 명랑하고 살기 좋은 사회생활도 근본은 효도 정신에 달려 있다. 그런 까닭에 옛날부터 충신은 효자의 문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였으며 애정과 신의와 화목의 모든 도덕률이 효도를 근본으로 하여 성립된다고 했다.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전통에 빛나는 우리 민족은 지금 유사 이래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가장 위대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경이적인 경제성장과 국민 소득의 급속한 증대, 새마을 운동의 성공과 과학기술의 보급에 현재 우리들의 손으로 이룩하고 있는 위대한 정신은 반만년의 역사상 처음 있는 전세계에 자랑할 만한 놀라운 발전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야말로 민족중흥의 보람찬 시대에 태어난 자랑스러운 국민들이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높은 이상은 결코 물질적인 풍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고귀하고 보다 더 아름다운 정신적인 윤리의 도덕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 도덕의 근본이 바로 효도라는 것은 지금까지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다. 이런 까닭에 옛날부터 효도정신이 말살되는 집단이나 사회가 자멸되지 않는 때가 없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 점을 우리들은 깊이 깨닫고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점차 사라져가는 효도정신을 크게 진작해야 겠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고귀한 충효정신과 자랑스러운 미풍양속을 다시 찾아 세계만방에 크게 선양할 때가 지금이다. 그리하여 경제발전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 민족이 윤리와 도덕면에 있어서 모든 인류의 모범이 되고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참된 효도를 모든 인류에게 전파하여 평화롭고 살기 좋은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자.
성균관 전의 임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