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가 소란스럽습니다. 문화재청의 불공정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 때문입니다. 무용계에서는 예술원 회원과 전·현직 교수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문화재청의 시대착오적인 행정을 비판하고 있고, 문화재청은 어떻게든 자기들이 꾸민 대로 사태를 끌고 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문화재청의 불공정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당시 문화재청은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 대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실시해 약 20명이 응시했으나 태평무 1종목에서 특정 인사 1명만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해 심사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38개 무용계 관련 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심사위원 편파구성, 콩쿠르식 심사방식, 특정 학맥의 영향력 행사 의혹 등을 제기했고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은 결국 보류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문화재청이 다시 인정조사 재심사를 통해 보유자를 선정하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촉발됐습니다.
무용계에서는 또다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강행을 규탄하는 성명서도 발표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문화재청은 불공정 심사논란에 휩싸인 무용 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절차를 전면 백지화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박근혜 정부 당시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 백지화, 승무·살풀이춤·태평무에 대한 심사결과 투명 공개, 11명의 무형문화재 보유자후보 선정 무효화, 무형문화재위원 전원 사퇴, 문화재청 담당 관련 인사조치, 무형문화재 제도 및 정책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등 6가지 사항에 대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2015년도에 보류가 됐으면 인정심사가 잘못되고 불공정했음을 인정했던 것이라 할 것인데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은 해소되지 않은 채 똑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장이 바뀌고 개혁을 하겠다고 해도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이권으로 뭉친 문화 카르텔이 공고하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를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길배 무형문화재과장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 예고한 특정 인사가 신무용의 주자로서 태평무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내용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인데 지금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의 실상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길배 무형문화재과장은 “대학에서 문화재청과 관련 없는 학과를 전공했더라도 대학원의 전공이 문화재청과 부합하면 문화재청에 근무할 수도 있듯이 무용도 현대무용을 하다가 전통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특정 인사의 정체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특정인을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서라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여러 소문이 돌고 있지만 결코 그렇게 행정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도대체 문화재청 근무가 무용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런 비유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서로 완전히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례들을 가지고 얘기를 하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습니다.
이길배 무형문화재과장의 이런 대답을 보면서 태평무 사태가 석전 일무 원형 논란과 겹쳐 보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이길배 무형문화재과장은 석전 일무 원형 논란이 일자 “지금이 어느 때인데 중국 것인 명·청시대의 의식을 왜 고집하는가”라며 망언을 해 지탄을 받은 바 있습니다. 자기 스승이 일제의 잔재라고 했던 것까지 부정하며 일제의 잔재를 오히려 우리의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특정 인사를 옹호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무형문화재과장이라는 이유로 언제까지 이런 무지한 발언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0주년을 맞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미래 100년으로 나가자고 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미래 100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고, 둘째는 일제에 의해 왜곡된 민족정신의 정수를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입니다.
태평무 사태와 석전 일무 원형 복원 논란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문화재청으로 인해 태평무에 스며있는 민족의 혼과 얼이 망실됐다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석전 일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재청은 오히려 일제 잔재의 청산을 가로막고 원형 복원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태평무 사태와 석전 일무 원형 복원 논란이 겹쳐 보이는 것은 본질이 같기 때문입니다. 무지함에서 비롯된 야만이 여전히 무형문화재 행정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적폐 청산, 적폐 청산 하지만 실제로는 말로만 그치는 것 같습니다.
이상호 /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