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동민 / 석전대제 이수자
유림들 사이에 모자에 대한 이견이 아주 많습니다. 갓이나 유건을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광대를 쳐다보듯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비웃는 것이 현실이죠. 이런 시각이 바로 우리가 전통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서양의 잣대에 의해 재단되어지는 현실에서 전통 또한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는 것이 서양의 에티켓이고, 성인(成人)이라면 실내외를 막론하고 머리에는 관을 쓰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예절입니다.
검수적각(黔首赤脚)이라 하여 검은 맨머리에 붉은 맨다리를 한 백정들은 머리에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것 또한 전통시대의 법도였습니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현대의 우리 모두는 민머리를 하고 있는 개백정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얼마 전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만남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미군들은 실내에서는 철저하게 탈모를 하고 있었습니다. 단, 4성장군(四星將軍)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군인과 경호담당자만이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어야 한다는 서양의 에티켓에도 어둡고, 고유의 한복 차림에는 반드시 모자를 착용해야 한다는 동양의 예절도 잃어버린 채, 어정쩡한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갑오경장 이후, 신분제가 철폐되면서 한복을 입을 경우, 모자를 써야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실내에서도 반드시 모자를 써야 한다는 그 중심(中心)인 상투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림이 유건도포를 착용하거나 두루마기에 유건을 쓰는 것에 관해서 시비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옛 어른들은 모자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계셨는지에 대해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① 『예기』의 관례에 대한 주석에서 방씨(方氏)는 “관(冠)이라는 것은 성인(成人)의 복식이다. (方氏曰 冠者成人之服)”
② 계례에 대한 주석에서는 “비녀란 부인의 수식(首飾)이니 대체로 성인의 복식이다. ( 笄者 婦人首飾 蓋成人之服也) ”
③ “초례(醮禮)를 행하는 것은 관을 씌움으로써 성인이 되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도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적어도 유가에서의 의관정제(衣冠整齊)는 성인으로서 당연한 것이며, 때로는 신분을 나타내는 표식이었습니다.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상징이기도 하였습니다.
불가에는 가사장삼이 있고, 각 종교마다 그 종교에 맞는 복식이 있습니다. 또한 민족마다 고유의 의상이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한복을 입는 것이 어찌 이상하게 볼 일입니까? 그리고 그 한복에 맞는 모자를 쓴 것이 어찌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요?
각 나라 간에 대사 등 외교사절을 파견할 때 상대국에게 사전 동의를 얻는 외교의식을 ‘아그레망’이라고 합니다. 이때 각 나라의 대사들은 한결 같이 고유의상을 입고 파견지의 수장을 만납니다. 단, 우리나라만이 버젓이 한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나갑니다. 이 또한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 외교관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건도포는 우리 유림의 복장입니다. 의관정제야말로 유림의 첫걸음이며 권장사항입니다. 의관정제를 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지는 못할지언정 유림들마저 유건도포 차림의 유림을 조롱하고 시비한다면 이것은 무엇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석전이나 분향 때, 양복바지에 와이셔츠를 속에 입고 겉에만 제복이나 유건도포를 입는 우스꽝스런 복장은 지양해야 합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목후이관(沐猴而冠, 원숭이가 관을 씀)에 다름없다고 합니다. 부끄럽게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의관정제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종교의식을 보면 얼마나 엄숙하게 격식을 갖추고 있습니까?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야 모성지심(慕聖之心)도 돈독해지고 경건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