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자격 없는 이가 어울리지 않는 자리를 맡아 621년 전통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거짓이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나도 자신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것이라며 자리를 지키겠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공자께서 말씀하신 민면이무치(民免而無恥)입니다.
성균관장이나 부관장, 총무처장 등 성균관의 주요 직책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더 유교적이어야 하고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직책을 내려놓고 반구저기(反求諸己)하는 것이 유림으로 자처하는 자의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교에서 전하는 정명(正名)의 가르침입니다.
최근 성균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유교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에 많은 유림들이 참담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유교 종단을 대표하는 성균관장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큽니다.
유림들 사이에서는 성균관 밖으로 그러한 사실이 알려져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정 능력을 상실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김영근 성균관장으로부터 비롯된 지금의 사태는 진실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정말 부끄럽기 한이 없습니다. 주자가 말한 시정지인(市井之人)보다도 못한 모습에 탄식이 저절로 나옵니다.
김영근 관장의 거짓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김영근 관장의 개인 신상에서부터 각종 실언에 이르기까지 거짓으로 드러나는 사실들로 인해 이제는 김영근 관장이 도대체 누구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김영근 관장은 최근까지도 자기가 어려서 한학을 배우고 서울로 올라와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큰 기업을 일구게 되었다고 말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화재 이우섭 선생 문하에서 10년 동안 한학을 수학하고 서울에 올라와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식회사 휴롬을 설립해 회장을 하다가 동생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지금은 명예회장으로 있다고 했습니다.
김영근 관장이 제30대 성균관장 선거에서 공시한 후보 경력과 약력이다. 제32대 선거에서는 아예 학력을 공시하지 않고 제30대 선거에서 공시한 내용을 말로 대신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화재 이우섭 선생은 2007년 돌아가셨을 때 전국 유림장으로 장례를 치른 영남의 거유(巨儒)입니다. 화재 선생의 문하생은 200여 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김영근 관장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은 우연한 사건으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성균관장 선거에 출마했던 P 씨가 지난해 김영근 관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입니다.
P 씨는 김영근 관장의 거짓말로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P 씨가 제기한 소송은 인과 관계가 불분명해 당연히 기각이 될 수밖에 없는 소송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은 관련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김영근 관장은 화재 이우섭 선생의 문하에서 10년 동안 수학을 한 제자도 아니었고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입학하거나 졸업한 적도 없습니다. 물론 청강생도 아니었습니다. 김영근 관장이 주식회사 휴롬을 설립해 회장을 한 적도 없었고 지금도 명예회장이 아닙니다.
김영근 관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신은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한양대학교를 졸업했다면 졸업증명서 한 장 발급받으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재판부에서는 원고인 P 씨의 요청에 따라 한양대학교에 사실 조회를 했고 한양대학교에서는 김영근 관장과 관련해 해당기록이 없다는 회신을 했습니다.
그 이후가 더 황당합니다. 김영근 관장은 주장을 바꿔 청강을 했다며 학생증을 제시하고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시 한양대학교에 사실조회를 했고 이 역시 해당기록이 없다고 회신을 받았습니다.
김영근 관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가짜 학생증. 학생증의 이름도 지금의 이름과 다른데 학생증의 이름이 본명이다. 김영근 관장의 본래 한자 이름은 金煐根이 아니라 金煐謹이다.
아마도 김영근 관장은 재판부에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사실조회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자 그때서야 김영근 관장은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유림들에게 사실을 밝히고 판단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말만으로 그쳤을 뿐 수개월이 지나도 아무 조치가 없었고 오히려 진실을 알고 있는 본지를 비방하는 일에만 골몰했습니다.
김영근 관장은 본지가 거짓을 은폐하는 데 협조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김영근 관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다렸지만 문제해결은커녕 본지가 성균관과 상관이 없다며 비방에만 몰두했습니다. 성균관 내부에서 해결할 일을 외부로 밝혀 분열만 가져온다며 비방만 하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김영근 관장에게 부화뇌동한 일부 인사들은 이에 합세해 본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협박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본지가 없으면 이런 사실에 대해 지방의 유림들이 알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김영근 관장은 본지만 막으면 거짓을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김영근 관장의 허위 학력과 경력에 대해 말하는 것은 학력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닙니다. 학력과 경력을 속였다는 게 문제이고 그것이 성균관의 대표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은폐하려는 그 과정도 질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김영근 관장은 주변 사람은 물론 자신의 변호사도 재판장도 모두 속였습니다.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자신도 사기를 당했다고 합니다. 학생증을 돈 주고 샀는데 그것이 가짜인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도무지 황당한 주장입니다. 끝까지 거짓말이니 어떻게 이런 사람을 유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더군다나 성균관장입니다.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621년 성균관의 전통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김영근 관장은 앞서 어윤경 전임 관장의 학력 위조에 대해 수시로 비판해 왔습니다. 그런 김영근 관장이 이럴 줄이라고 생각한 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맹자는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으면 안 된다. 부끄러운 마음이 없음을 부끄럽게 여기면 부끄러운 행위가 없어질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이 없어져서 도덕 불감증에 걸리지 않도록 늘 각성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진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각성은커녕 성균관장이라는 자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짐승의 길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자기만 눈 감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며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김영근 관장을 보면서 우리 유교의 암담한 미래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상호 /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