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李玄崗의 泮中雜詠> 김영근 성균관장,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

전통사회에서 성균관의 수장(首長)인 대사성(大司成)은 전국 유생의 사표(師表)로 인식되던 존재로 성균관 유생의 교육을 총괄했습니다. 따라서 그 자격 요건이 엄격했는데 경학(經學)에 정통하면서 어질고 덕이 있는 자, 그리고 나이가 많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되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이름이 바뀌었어도 성균관의 수장인 성균관장의 자격 요건 역시 여기서 크게

이상호 기자 2019. 8. 26.

전통사회에서 성균관의 수장(首長)인 대사성(大司成)은 전국 유생의 사표(師表)로 인식되던 존재로 성균관 유생의 교육을 총괄했습니다.

따라서 그 자격 요건이 엄격했는데 경학(經學)에 정통하면서 어질고 덕이 있는 자, 그리고 나이가 많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되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이름이 바뀌었어도 성균관의 수장인 성균관장의 자격 요건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김영근 성균관장의 학력과 경력은 흠 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영남 거유(巨儒)의 문하에서 한학을 수학한 데다 서울의 명문대학을 나오고 기업가로도 성공해 부를 이뤘다고 한 그의 성공담은 혼란에 빠져 있던 성균관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성균관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가짜로 확인됐습니다. 학력과 경력은 물론 (한자) 이름까지도 죄다 가짜라고 하니 621년 성균관 역사에 전례가 없는 희대의 사기극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를 지지했던 유림들은 충격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건의 당사자는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사람은 못 돼도 짐승은 되지 말라는 성현의 말씀이 무색하기만 합니다.

그는 법원의 사실조회로 학력과 경력이 거짓으로 밝혀질 즈음 자기가 직접 전국 유림들에게 사실을 밝히고 판단을 받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또 하나의 거짓말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거짓을 또 다른 거짓말로 은폐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는 성균관 총회의 승인도 받지 않은 ‘성균관소식’이라는 유인물을 전국 유림들에게 보내 그의 거짓을 밝힌 본지의 기사가 ‘허위 사실’이라며 막말을 늘어놓았습니다.

글쓴이도 기재하지 않아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익명의 거짓 글 뒤에 숨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김영근 관장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우선 그가 허위 사실이라고 한 본지의 보도 내용이 과연 그러한지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가짜 학력과 가짜 경력 지적에 왜 침묵하나

 

김영근 관장은 본지의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지금까지 확인된 가짜 학력과 가짜 경력에 대해서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랬듯이 그냥 뭉개고 있으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가짜 학생증을 만들어 법원까지 속이려 한 그의 행위는 일반인이라도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승(師承) 관계를 가짜로 만들고 (한자) 이름도 가명을 쓴 것은 유림으로 자처한다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김영근 관장의 한자 이름은 金煐根이 아니라 金煐謹입니다. 지금까지 그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고유문이나 임명장, 선임장 등이 모두 가명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성균관장이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그는 도대체 진짜 학력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전혀 답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사태 뒤에 감춰져 있는 진실은 보다 더 충격적입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용서를 구하고 물러나는 게 사람의 도리입니다.

 

가짜 작품이라고 지목된 부채의 글씨가 직접 그린 그림?

 

김영근 관장은 부채 작품이 가짜라는 본지의 보도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장이 황당합니다. ‘글씨를 썼다’고 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그가 본지의 보도를 허위 사실이라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힐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김영근 관장은 부채 전시회를 열고 유림들에게 각각 30만원, 50만원, 300만원에 부채를 팔았습니다. 300만원에 강매하려 한 가짜 작품은 ‘恭寬信敏惠’ ‘國有四維’ 글씨가 적혀 있는 두 개의 부채였습니다.

그는 부채 전시회를 한다며 도록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개의 부채는 도록에도 실려 있지 않습니다. 차마 가짜 작품을 도록에까지 실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김영근 관장의 부채 전시회 도록. 문제가 된 가짜 작품은 수록되지 않았다.

 

가짜 작품이라는 게 지적되자 김영근 관장은 이 두 개의 글씨가 적혀 있는 부채를 두고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했습니다. 글씨를 그림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그렸다고 하는 그의 주장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는 전 전례위원장 K 씨가 쓴 것을 마치 자기 작품인양 전시하고 전시회장을 방문한 A 부관장에게 3백만원에 사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3백만원짜리가 두 개인데 하나는 이미 B 부관장이 샀으니 A 부관장이 나머지 하나는 사줘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A 부관장은 지켜보는 다른 사람도 있고 해서 300만원에 사기로 약정하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온 후 필자에게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그 작품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필자는 김학윤 총무처장을 찾아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고 꾸짖었습니다.

가짜 작품이라는 게 탄로나자 김학윤 총무처장은 A 부관장에게 전화를 걸어 실제 돈을 받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며 없던 일로 하자고 했습니다. 김영근 관장은 그 과정에서 A 부관장에게 K 씨로부터 채본을 받아 자신이 그린 것이라며 변명을 했습니다. 이것이 가짜 부채 사건의 전말입니다.

 

유교박물관 토지보상비가 정당하게 집행되었다고 총회에서 의결했다?

 

김영근 관장은 강원도 전교 간담회 당시 유교방송과 유교박물관 토지보상금 문제에 대한 전교들의 질의에 대해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이 같은 태도가 본지 기자들의 보도로 문제가 되자 도리어 이를 비난하며 자신이 알지를 못해 책임자에게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취지로 설명했던 것이고, 유교박물관 토지보상비는 총회에서 정당하게 집행되었다고 의결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거짓말입니다. 김영근 관장은 성균관장 후보 공약 사항으로 유교방송의 확충을 내걸었고, 유교박물관 토지보상비의 사용내역에 대해 밝히겠다고 수차에 걸쳐 약속한 바 있습니다.

 

김영근 관장의 제30대 성균관장 선거 공보물

 

그는 공보물에도 나와 있듯이 “유교방송을 확충하여 전국네트워크로 유림현대화에 앞장서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교방송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또한 그는 성균관장 취임 이후 유교박물관 토지보상금 사용내역에 대해 밝히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약속했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열린 유교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에서도 사용내역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거짓말로 끝났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2019년 3월 성균관 정기총회에서도 유교박물관 토지보상금 내역을 밝혀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2019년 3월 성균관 정기총회에서 감사가 보고한 감사결과보고서

 

성균관 감사는 감사결과보고서에서 유교박물관 토지보상금 사용내역은 성균관 총무처에서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김영근 관장이 공개하겠다고 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영근 관장은 전교 간담회에서 유교박물관 토지보상금 5억원을 성균관 운영비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이제는 성균관 총회에서 정당하게 집행했음을 의결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결과보고서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유교박물관 토지보상금 5억원은 정상적으로 사용된 바 없으며, 성균관 총회에서도 정당하게 집행됐다고 의결한 사실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유교박물관 토지보상금의 사용내역을 제대로 밝혀야 합니다.

 

교장 선생님 출신 전교들이 경험이 없으니까 도와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김영근 관장은 재임 기간 동안 한 번도 유교에 대해 강론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의아스럽게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김영근 관장의 거짓말로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근 관장의 거듭된 실언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막말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영근 관장의 거친 말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본지의 보도 내용은 그런 그의 말을 견디지 못한 직원들이 녹취해 제보한 내용입니다.

김영근 관장은 막말의 일부가 보도되자 이를 두고 “교장 선생님 출신 전교들이 경험이 적으니까 도와주어야 한다”, “시도와 협의하여 향교를 지원하게 하고 성균관도 향교를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라고 또 다시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글은 성균관 직원으로부터 제보 받은 김영근 관장의 발언 녹취록 중 하나로 본지에 보도된 문제의 발언 전문입니다.

 

김영근 관장의 문제 발언 전문

 

성균관 원로회의가 유교신문을 규탄했다?

 

김영근 관장이 배부한 ‘성균관소식’에서는 성균관 원로회의에서 유교신문을 규탄했다는 제목으로 “부관장을 중심으로 대책반을 만들어 정리하자고 건의하기로 결의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또한 글쓴이가 적혀 있지 않아 누가 썼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른바 가짜 뉴스의 전형입니다.

하지만 이날 원로회의에서는 김영근 관장이 주장한 내용으로 본지에 대해 규탄 결의를 한 바가 없습니다. 분향 뒤 식사 자리에서 김영근 관장과 그에 야합하는 일부 인사의 일방적 주장만 있었을 뿐 어떠한 규탄 결의도 없었습니다.

김영근 관장은 이미 성균관장으로서 자격을 잃었습니다. 맹자의 말씀에 따르면 일개 ‘필부(匹夫)’에 불과하고, 주자의 말대로 ‘시정지인(市井之人)’일 뿐입니다.

지금도 그는 불법과 비리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영근 관장 취임 이후 확인된 부관장만 60명이 넘습니다. 아마도 선임장 준 것을 전수 조사하면 그보다도 훨씬 많을 것입니다.

‘성균관 종헌’에는 부관장의 임기를 성균관장과 같이 한다고 되어 있고, 인원은 35명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35명의 부관장 역시 말이 안 되는 것이지만 이조차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모두 돈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규정도 필요 없습니다. 성균관 직원 인사도 제멋대로입니다. 직원 하나 내 마음대로 못 자르냐는 그의 발언은 과연 어느 시대를 사는 사람인지 아연실색케 합니다.

성균관 직원 인사는 ‘직원인사규정’에 따라 수석부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임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규정 변경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이를 지킨 적이 없습니다. 문제가 지적돼도 마이동풍으로 콧방귀조차 끼지 않습니다.

이런 김영근 관장을 성균관장으로 두고 유림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도덕을 말하고 인성교육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김영근 관장의 성균관장 직 유지는 유림에 대한 기만일 뿐만 아니라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이상호 /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