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동민 / 석전대제 이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무리가 아니다. 얘들아, 북을 울려 성토하는 게 좋겠다.”(子曰 非吾徒也 小子 鳴鼓而攻之 可也)
곧 추기석전이 다가온다. 또 다시 일무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2017년부터 (사)석전대제보존회와 문화재청이 합동으로 석전대제 일무 검증위를 실시하였고, 2018년 3월, 검증위의 보고서가 나왔고, 같은 해 5월 ‘석전대제 일무 검증위 보고서에 대한 성균관의 입장’이 (사)석전대제보존회 명의로 발표됐다.
문화재청에서는 성균관의 보고서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나름대로 문화재 위원들의 의견을 듣는 등 요식적인 행위를 거쳐 일무를 좌지우지하려 하였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018년 당시에는 추기석전만 종전대로 악과 무를 봉행하면 해결책을 내놓을 것처럼 약속해 놓고는 부지하세월이다. 공무원의 무능인가 직무유기인가, 아니면 직권남용인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실상을 고백하면 자업자득인지도 모르겠다. 원래는 성균관장의 결재를 득(得)하고 수차례에 걸친 성균관 내부의 회의까지 경유하면서 원만하게 진행되던 것이 신임 총무처장의 등장으로 급변했던 것이다.
원칙과 소신에 의해 잘 진행되던 것을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구실로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것이 현 총무처장이다. 타협할 일이 있고 타협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 있다. 이 악과 무는 선조들의 말씀에 따라 봉행하면 될 일이다.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 되는 유교적 명제다.
총무처장은 언제까지 관의 눈치만보고 문화재청이 일무를 결정해주기만을 기다릴 작정인지 모르겠다.
충분히 시간이 경과됐다. 이제는 주체적으로 성균관이 일무를 결정할 때다. 적어도 성균관 측 일무 검증위에서는 현재 성균관에서 봉행하는 일무가 잘못됐음을 충분히 지적했고, 문화재청 자문기관인 문화재 위원들 또한 그것을 인정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의 지시(?)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일무 문제를 이렇게 만든 총무처장은 그 동안의 과정을 투명하게 알려 관과의 유착관계가 없음을 밝히고,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유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성균관에서 봉행하는 일무와 악을 남의 눈치를 보며 차일피일 미뤄야 된단 말인가?
옛 어른들의 악(樂)에 대한 생각을 전거에 의해 몇 가지 서술한다.
1. 섭몽득이 말했다. 천자께서 한번 학교에 거둥하여 교훈을 주는 것이 3가지다. ①석전을 봉행하여서 도가 중함을 가르치고, ②악을 연주하여 덕이 높음을 가르치고, ③노인을 봉양함으로써 효도를 극진히 할 것을 가르쳤다.(葉氏 夢得曰 天子一入學 而所教者三 釋奠以教重道 合樂以教崇徳 養老以教致孝)(출전: 『오례통고(五禮通考)』)
즉 석전(釋奠)과 합악(合樂)과 양로(養老)는 마치 솥의 세 발이 정립(鼎立)해 있는 것과 같아서 그 중의 하나라도 없어지면 그 솥은 넘어지게 돼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2. <전략> 옛적에는 태학을 풍악 맡은 기관으로 했는데, 풍악이 없어지자 학교제도도 희미해져버렸다. 옛 풍악을 다시 지을 수는 없으나, 장악원을 태학 안에 옮겨다 설치하고, 대사성을 장악원 도정으로, 지성균(知成均)·동지성균(同知成均)을 제조(提調)로 삼아서 풍악에 대한 일을 다스리도록 하여야 거의 옛 제도와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출전: 다산 정약용의 『경세유표(經世遺表)』)
다산 선생은 성균관 조직 안에 장악원을 귀속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장악원의 후신인 국악원에 성균관의 악과 무를 귀속시키려는 문화재청의 생각과는 정반대되는 생각을 하셨는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3. 벽옹은 오제의 대학 이름이다. 주나라의 벽옹은 중앙에 있고 그 남쪽에 있는 것이 성균이다. 『주례(周禮)』 「대사악(大司樂)」에 “대사악은 성균의 법을 관장하여 국학의 정교(政敎)를 세우고 다스리며, 나라의 자제들을 모은다”라고 하였다.(辟雍五帝大學之名, 周人辟雍居中, 其南爲成均。 周禮, 大司樂, 掌成均之法, 以治建國之學政, 而合國之子弟焉)(출전: 『경국대전』 「성균관」조)
위의 설명은 조선시대 4대 법전의 하나인 『경국대전』에 나와 있는 성균에 대한 설명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예서(禮書)에 나와 있는 성균은 악을 관장하는 곳이라는 설명을 그대로 경국대전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전통과 미풍양속이 무너지면서 예악이 조화를 이뤄야 할 성균관 역시 국민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하여 고유 기능까지 떼어주면서까지 국가기관에 빌붙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루빨리 성균관이 원래 기능을 되찾아야함은 물론이다.
성균관의 직원들 또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사문난적(斯文亂賊)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중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