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독자기고 : 남녀 간의 예절이란

조선시대에는 관청에만 배부하던 조보(朝報)라는 신문이 있었다. 조선 현종(顯宗) 때에 조보에 명성황후의 두통이 완쾌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조보를 본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담당자를 크게 나무랐다. 부인의 질병은 그 경중만을 언급할 수 있으며 병의 종류나 환부(患部)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실례라는 것이었다. 환부를 말하게 되면 신체부위를 거론하

편집부 2013. 10. 2.

조선시대에는 관청에만 배부하던 조보(朝報)라는 신문이 있었다. 조선 현종(顯宗) 때에 조보에 명성황후의 두통이 완쾌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조보를 본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담당자를 크게 나무랐다. 부인의 질병은 그 경중만을 언급할 수 있으며 병의 종류나 환부(患部)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실례라는 것이었다. 환부를 말하게 되면 신체부위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남녀 간의 일에 대해서는 이 같이 언동이 신중했다.

근대의 서양에서는 신체부위를 언급하는 일은 매우 금기시되었다. 상류사회에서는 심지어 탁자난 의자의 다리의 같은 것에 대하여서도 언급하지 못할 정도였다. 서양이 식탁에 보를 씌우는 풍습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이성을 상징하는 표현들은 남녀의 예절에서 가장 큰 금기가 되는 것이다. 더욱 직접적인 것은 신체의 노출과 관계된 문제이다.

의관(衣冠)의 예의 표상이 된 것은 오로지 의복의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욱 직접적인 것은 신체의 노출에 관계된 문제이다. 의복은 단정해야 하지만 남녀 간의 교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복에는 띠를 매고 양복에는 넥타이를 매는데 그 이치는 같다. 그것은 신체를 동여매는 것이며 동시에 방종한 마음을 단속하는 일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상징이 될 만한 것은 겉으로 드러내거나 입에 담지 않으며 행동하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남성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실례 가운데 하나는 부지불식간에 나타나는 여성 경시 경향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남존여비적인 의식과 인습 때문이 아닌가. 이러한 언동은 여성들의 분노를 사게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여성을 무시하는 언동은 삼가야 한다. 혹시나 거친 언사를 쓰는 일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언동도 달갑게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인식하고 정당하게 대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남녀예절의 기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남녀평등의 사회라고 해서 여성들이 남성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예절이 아니다. 여성들이 좋아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여성답게 행동한다는 것은 예절의 출발이 된다.

용모와 언어, 행동에서 단정하고 정숙한 것이 무슨 흠이 되겠는가? 일부 여성의 남성에 대한 지나친 대립이나 경쟁의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의식 자체가 여성들의 존엄과 품위를 격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것은 여성을 흉내 내는 남성과 다를 게 없다. 남녀는 평등하지만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별에 대한 정체성을 바르게 인식하고 그에 맞게 하는 것은 시대의 변천에 상관없이 예절의 근간을 이룬다.  

임승호(前 기성초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