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道가 時中의 道임은 贅言할 여지도 없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핵심의 소재가 이동되고 있는 것이다. 堯時의 決瀆은 殷周의 사업이 되지 못하고 宋人의 章甫는 越人의 禮服이 되지 못함은 前輩들이 備言한 바이다…非告正之法言이면 不敢言이라 하니 우리의 한글은 五帝의 法言이 아니다. 漢人은 孔子를 쿵즈라 하는 우리는 공자라 한다. 귀한 것은 孔子의 성명보다 孔子의 心法이다. 이것이 즉 人類를 지배할 原動力인 時中의 精神이다. 잡으면 있고 놓으면 없어지며 行하면 興하고 反하면 亡하는 것이다.”
“目下 世界의 思潮는 人類 흥망의 기로에서 분탕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첨단에 서 있다. 一步를 差錯하면 不測의 深淵과 巨壑에 추락되어 재기치 못할 것이다. 그럼으로 우리는 … 無用한 形式을 정리하고 事大思想을 청산하여 용기를 분발하고 단합을 견고케 하여 時中의 所在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再起를 도모치 않으면 안 된다.”
심산 김창숙 선생이 성균관 명륜당에서 1946년 3월13일 전국 유림 2,500여 명이 모여 개최한 유도회 창립총회 당시 위원장 추대를 수락하면서 한 말이다.
이날 유도회가 심산 김창숙 선생을 위원장으로 선출함으로써 광복 이후 분립되어 있던 유림 조직들은 비로소 하나가 됐다.
하나가 된 유림 조직은 곧 성균관대학을 설립하고 1953년 향교재단을 규합해 성균관대학을 다시 종합대학으로 승격시킨다. 하나가 된 유림 조직의 큰 힘을 여실히 보인 것이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심산 선생의 초대 위원장 수락 연설은 부끄럽게도 유도회 창립 70주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해 2월 전임 회장의 사퇴 이후 직무대행 체제는 후임 회장 선출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망각한 채 소송과 고소고발을 남발하다 1년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말았다. 게다가 명도소송 패소로 사무실까지 잃고 지방조직 외면으로 선출위원회조차 구성할 수 없게 돼 회장 선출은커녕 이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 부회장들과 감찰위원장이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 11월4일 전국 대의원들에게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 소집요구서를 발송했다. 이들은 원칙도 비전도 없는 직무대행 체제를 끝내고 심산 선생이 유도회를 설립한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을 정상화하자며 전국의 대의원들에게 간절히 호소했다.
심산 선생이 유도회를 설립한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이들의 호소는 설득력이 있다. 유도회 설립 당시나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파행을 겪는 지금의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정상화는 유도회 헌장에 의거한 임시총회를 소집해 신임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유도회 헌장 제17조(총회)에서는 “총회는 정기총회와 임시총회로 나누며, 정기총회는 매년 3월 중에 개최하고, 임시총회는 회장이 필요로 할 때 또는 상임위원 2/3 이상이나 총회 재적 대의원 1/3 이상이 회의목적을 명시하여 서면 요구가 있을 때 개최하며, 회장은 20일 이내에 이를 소집하고 의장이 된다. 다만, 20일이 경과하면 회의소집 요구자의 대표가 소집하고 의장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소집요구서에 의한 임시총회 개최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신임 회장을 선출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파행 사태 속에서 창립 70주년을 맞는 불상사는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정상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 부끄럽지 않은 창립 행사를 치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총회소집에 전국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호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