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특별기고 - 공부자탄강일과 석전대제에 대한 소고

이준용 / 연천향교 유교신문 주재기자, 연천문화원장 석전대제는 유림(儒林)들의 연중 가장 큰 행사 석전대제(釋奠大祭)란 공부자를 추모하여 올리는 정중하고 엄격한 제례의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부자의 기신일(忌辰日)이 있는 춘기(春期)와 공부자탄강일(孔夫子誕降日)이 있는 추기(秋期)로 나누어 제례(祭禮)를 지내며 일부 향교에서는 춘기제례를 생략하는 곳도 있다

이준용 기자 2020. 9. 28.

 

 

이준용 / 연천향교 유교신문 주재기자, 연천문화원장

 


 

 

 

 

석전대제는 유림(儒林)들의 연중 가장 큰 행사

 

 

석전대제(釋奠大祭)란 공부자를 추모하여 올리는 정중하고 엄격한 제례의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부자의 기신일(忌辰日)이 있는 춘기(春期)와 공부자탄강일(孔夫子誕降日)이 있는 추기(秋期)로 나누어 제례(祭禮)를 지내며 일부 향교에서는 춘기제례를 생략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추기제례만큼은 전국의 모든 향교가 봉행하고 있다.

 

석전대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되어 있는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인 약 1600여 년 전 고구려 소수림왕 시대 태학(太學)을 위시하여 신라의 신문왕 때 국학(國學), 고려의 국자감(國子監),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태조7년 숭교방에 성균관(成均館)을 설치해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유학(儒學)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석전대제를 봉행하여 왔으며 각 향교에서도 별도로 제향(祭享)을 받들고 있다.

 

그렇지만 석전대제를 봉행하는 과정에서 춘기석전은 향교별로 2월 상정일을 정해서 지낸다고 하지만 추기석전행사에 대해서는 제향일이 제각각 〮8월 상정일(上丁日)에 행하는 곳과 공부자탄강일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매년 9월28일 제례의식을 행하는 곳도 있고, 일부 향교에서는 공부자탄강일인 음력 8월27일에 맞춰 행하는 등 이것조차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각 향교별 배향위수(配享位數)도 많은 차이가 있다.

 

전국을 상대로 하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비교하기 쉽게 경기도의 향교들을 조사하여 본 바로는 경기도 전체 25개 향교 중 8월 상정일에 맞춰 제향을 행하는 곳이 6개소, 공부자탄강일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9월28일 행하는 곳이 8개소, 그리고 공부자탄강일에 맞춰 음력 8월27에 행하는 곳이 11개소 등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경기도의 향교가 석전대제 일정마저 제각각이다. 이것은 비단 경기도내 향교만이 아닌 전국적으로도 이와 거의 비슷한 비율로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추기석전대제 일정에 대하여는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다가 전국 유림총회의 결의로 성균관은 공부자탄강일인 양력 9월28일, 향교는 음력 8월 상정일에 봉행키로 하였다고 한다. 춘기석전대제는 음력 2월 상정일에 동시에 봉행하고, 추기석전대제는 성균관과 향교의 봉행일을 달리해 성균관 추기석전대제에 최대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자탄강일이 음력 8월27일임에도 이를 양력으로 환산하여 매년 9월28일을 석전대제일로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전대제일을 일관되게 통일하여야 한다

 

성균관에서 추기석전대제를 양력으로 환산한 매년 9월28일 봉행하는 것이 비록 전국 유림총회의 결의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이에 대한 이론(異論)이 없을 수 없다.

 

왜 예수 탄생의 해에 맞춘 책력, 양력에 공부자탄강일을 맞추는가, 부처 탄신일은 양력으로 환산할 줄 몰라서 음력 4월 초파일을 고수하는가, 그렇다면 추석이나 설날도 양력으로 환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흔히 제사 날짜를 돌아가신 전날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착각(錯覺)이다. 정확하게는 돌아가시기 전날 모든 준비를 한 후 자정(밤12시)에 지내는 것이 맞다. 조급한 마음에 밤12시 이전에 제사를 지내려고 하면 왜 남의 제사를 지내느냐고 하며 어른들께 야단을 듣는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9월28일을 음력으로 환산해보니 2018년 9월28일은 음력 8월19일이고, 2019년은 8월30일, 2020년은 8월12일이다. 분명 공부자탄강일을 음력 8월27일이라 해놓았는데 해마다 음력이 틀리니 결국 이것은 남의 생일날 남의 잔치를 벌인 꼴이 되었다. 음력 8월27일에 행사를 치른 향교만이 제대로 석전대제를 치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혹자는 공부자탄강일에 석전대제를 함께 치르는 것이 유림 고유의 석전대제를 희석(稀釋)시킬 것이라 하여 일정을 나눠 따로 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杞憂)에 불과하고 오히려 분산되게 행사를 하는 것이 희석될 수가 있다.

 

오늘날과 같이 행사일도 많고 지정일(指定日), 기념일이 많은 때 탄강기념일 따로, 석전대제 따로 한다면 혼란스럽고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새로 날짜를 지정해야 한다는 것도 옳지 않고 오히려 희석될 확률이 더 높다. 차라리 공부자탄강일에 맞춰 1부는 탄강일 기념행사와 2부는 석전대제를 행함으로써 분명한 일정을 외부에 확실히 알리는 것이 번거롭지 않다고 할 것이다.

 

언제인가 공부자탄강일을 국가기념일(國家記念日) 또는 공휴일로 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를 환영을 할지언정 반대할 유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부자를 기리는 석전대제도 이렇게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고 제각각이면서 무슨 근거에 의해 어느(?) 날짜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고 할 것인가?

 

공자께서는 세계 4대 성인의 한 분이시며 2500여 년이 넘는 동안 전 세계 인류의 표본이시고 스승이시다. 마땅히 예수와 석가모니에 버금가는 또는 그 이상의 예우를 해 드리도록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마땅히 유림 내부에서부터 정리를 한 뒤에 행할 일이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고 했다. 즉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원칙과 의례(儀禮)를 가장 중시하는 유교의 유림들이 이를 무시하고 편리하다고 하여 원칙과 의례를 무너뜨리면 결국 유교도 무너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중심을 잡아 행사 일정을 마땅히 바르게 설정하여 전국의 향교에서 모두가 공부자탄강일인 음력 8월27일 기념식과 함께 석전대제를 실시하도록 하고 이제 추기석전대제만큼은 한 날 한 시에 일제히 행할 것을 필자는 간절히 기원한다.

 

물론 필자와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 분들의 고견도 한 번 들어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