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IKEA)라는 외국 브랜드의 가구점이 광명시에 입점했다고 한다. 이곳은 남자들도 쇼핑이 즐거운 곳, 남자로서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곳이다. 아이와 아내 앞에서 보란 듯이 다소 무거운 가구를 운반한다. 제법 복잡해 보이는 제품을 조립하는 가장을 보며 그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직업의식이 투철한 기자에 의해 이 자존감은 산산이 부서진다. 이케아 제품과 국내 가구의 내구성, 디자인, 가격 등을 상세히 비교하고 이케아 제품이 가격대비 고가(高價)이며 별 볼일 없는 가구라고 폄하한다.
기자의 고발정신에 구매자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일부지만 한 부류는 실체를 파악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인다. 다른 한 부류는 상당히 감정적이다. 실체를 파악해 볼 이성이 애초부터 없다. “가격이 비싼데 보태 준 것 있어?” “내가 내 돈으로 비싼 가구 좀 샀는데 뭐가 문제라는 거야?” “그래서, 어쩌라구?” 사실은 내가 무겁게 운반하고 박수갈채를 받으며 어렵게 조립한 가구가 형편없다 하니 내심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우리는 본질이나 실체보다는 가식(假飾)이나 이미지에 가치를 두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앎[知識]에 있어서도 다름 아니다. 전거(典據)를 상세히 밝혀 바른 예법을 소개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평소 배우고 익혔던 예법과 상반될 때, 대부분의 유림은 잠재의식 속에서 그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예학의 시대를 살아가던 선조들 모두가 동일한 결론을 내린 사항들도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르면 여지없이 부정하기 일쑤다. 선조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설(異說)이 없는데 현대에는 근거 없는 이설이 너무 횡행(橫行)하고 있다.
각설하고 문과 계단의 출입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 『예기』 <곡례편>
1. 대부와 사(士)가 궁궐 문을 출입할 때는 문설주의 오른쪽을 경유한다.(大夫士出入君門)
2. 주인은 문에 들어갈 때 오른쪽으로 하고 손님은 문에 들어갈 때 왼쪽으로 한다. 대부와 사가 오른쪽을 경유하는 것은 신하로서 임금을 따르는 것이다. 감히 손님의 입장으로 주인을 상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主人入門而右 客入門而左 大夫士 由右者 以臣從君 不敢以賓敵主也)
3.주인은 문에 들어갈 때 오른쪽으로 하고 손님은 문에 들어갈 때 왼쪽으로 한다. 주인은 동쪽 계단으로 나아가고, 손님은 서쪽 계단으로 나아간다. <중략> 주인이 먼저 오르고 손님이 뒤따른다. 한 계단을 올라가서는 발을 모으며 걸음을 연이어서 오른다. 동쪽 계단으로 오를 때에는 오른발을 먼저 하고 서쪽 계단으로 오를 때에는 왼쪽 발을 먼저 낸다.(主人入門而右 客入門而左 主人就東階 客就西階 <중략> 主人先登 客從之 拾級聚足 連步以上 上於東階 則先右足上於西階 則先左足)
㉡ 『상변통고』 <奉主升降由西階>
<전략> “승강(升降) 때 주인은 조계를 경유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서쪽 계단을 경유한다. 주객으로 말하면 주인은 동쪽이고 빈은 서쪽이다. 신주를 받드는 것으로 말하면 신도(神道)는 오른쪽을 숭상하니 마땅히 서쪽 계단을 경유해야 한다. 일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니, 아마도 빈(賓)의 계단이란 것에 꼭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升降時 主人由阼 而餘人幷由西階 以主客言之 則主東而賓西 以奉主言之 則神道尙右 當由西階 隨事而異其義 恐不必以賓階爲拘也)
『예기』 와 『상변통고』 는 일천 수 백 년의 차이를 두고 써졌으나, 위의 내용면에 있어서는 부절(符節)처럼 딱 들어맞는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선현들이 저술한 예서는 대부분 동일하다. 이설이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궁궐을 출입하거나 석전 때 출입(出入)이 십인십색(十人十色)이며 학설도 구구하다. 관광지의 고궁, 향교, 서원 등에 잘못된 출입표지판을 떡하니 코팅해서 붙여 놓는다.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리 예서에 근거해서 말씀드려도 바꿀 생각도 없다.
우리는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서적(書籍)들이 도서관 또는 컴퓨터 안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학식 있는 선생님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이 궁금하면 도서관이나 컴퓨터를 찾으면 손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아무개 선생에게 이렇게 배웠다.’ ‘우리 가문에서는 이렇게 한다.’ ‘가가례(家家禮)다.’ ‘윗대부터 쭉 이렇게 해 왔다.’ 등등의 이야기는 제발 그만했으면 한다.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충분한 근거에 의하여 냉정하게 판단하고, 잘못된 예법이 있으면 바른 예법을 찾는데 주저하지 말자. 더 이상 민낯을 드러냄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허상(虛像)보다는 실질(實質)을 숭상(崇尙)하자.
군더더기지만 독자(讀者)의 편의를 위해 다시 윗글을 정리한다.
1. 각 궁궐, 성균관 및 향교: 동쪽 문과 동쪽 계단을 경유한다.(망예례 등 특별한 경우 제외)
2. 관·계례 행사 등: 주동객서(主東客西 :주인은 동쪽, 손님은 서쪽을 경유)
3. 문중의 사당: 종손은 동쪽문과 동쪽 계단, 그 외는 서쪽문과 서쪽계단을 사용한다.
* 참고로 문묘(文廟)를 교궁(校宮)이라 한다. 전(殿)은 임금이 거처하는 곳이다. 대성전(大成殿)은 ‘대성지성문선왕’의 사당이다. 공부자를 제외한 38위는 주벽(主壁)이 아니다. 배향(配享), 또는 종향(從享)일 뿐이다. 비유하자면 대웅전(大雄殿)에 석씨(釋氏)를 모시는 협시(挾侍) 보살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방동민 / 석전 이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