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泮村魯堂>홍익인간과 전통문화 말살하는 교육기본법 개정 시도

김학경(역사디자인연구소) 지난달 민주당의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교육기본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이들의 법률개정 주요 내용과 이유는 현행 교육기본법에서 주장하는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이 추상적이어서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법률개정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행법 제2조에서는 교육이념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김학경 2021. 4. 27.


 

김학경(역사디자인연구소)

 


 

지난달 민주당의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교육기본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이들의 법률개정 주요 내용과 이유는 현행 교육기본법에서 주장하는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이 추상적이어서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법률개정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행법 제2조에서는 교육이념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육으로 육성해야 할 자질로는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의 자질 등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궁극적 목적은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표현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입니다. 교육지표로 작용하기 어렵습니다. 1949년 제정된 교육법의 교육이념이 1998년의 현행 교육기본법에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지난 70년간 변화된 사회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번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은 민형배ㆍ김민철ㆍ문진석ㆍ변재일ㆍ소병훈ㆍ신정훈ㆍ안규백ㆍ양경숙ㆍ양기대ㆍ이정문ㆍ황운하ㆍ김철민 등 모두 12명으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이들은 홍익인간이 추상적이며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는 홍익인간이 민주국가나 인류 공영의 이상 실현에 배치되는 가치인지 따져볼 일이다. 비록 우리나라가 서구식 민주주의 발달은 뒤졌을지 몰라도 일찍이 건국이념에서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며 국가 이념으로 삼은 것은 어떤 근대국가보다도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전통과 정신을 소유한 민족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다.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이야말로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근대 민주국가의 이념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 공영의 추구를 중시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 정신이다.

 

일반적으로 근대민주주의 이데올로기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와 평등이다. 하지만 본질적 측면에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도 이상적 실현보다 갈등적 요소의 의미가 많다. 그래서 한동안 세계사에서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본주의와 평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공산주의 대립을 겪었다. 어찌보면 자유와 평등이라는 양립하는 가치를 이데올로기로 내세우는 근대 민주주의야말로 추성성에 기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은 우리 민족과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는 배척하고 서구의 가치만을 중시하는 논리적 근거는 무엇이란 말인가. 서구 국가들은 오랜 민주적 전통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세력 중에는 아직도 파시즘을 주장하거나 인종차별적인 극우 세력도 주요 정치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 유림들도 근대 시민의식의 성장과 발달의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고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 시민 교육이 전통과 문화를 송두리째 묵살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 가치를 바탕으로 각각의 국가 문화와 국민 의식에 따른 민주시민 사회 구축도 가능하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그동안 환상에 사로잡혔던 서구 문화 및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코로나19 방역을 거부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유럽의 시민 사회를 지켜보았으며 이러한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방역 실패로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되는 것도 목격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청 등 행정부의 방역대책에 솔선수범하며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다. 일부는 권위주의 시절을 경험한 문화적 특성 탓이라고도 비하하지만 공동체 문화를 바탕으로 한 시민 의식은 방역 선진국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각각의 국가는 자신들의 삶의 방식과 수준만큼의 방역 대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민족에 내재되어 있던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최대한 구현하여 방역대책으로 표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의 문화 전통이 현시대에도 관통할 수 있는 가치를 보여주는 실증사례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를 이루는 대부분의 가치는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자유와 평등마저도 내면을 탐구하면 추상성에 기초한다. 사회 구성의 특징상 무한 자유와 무한 평등은 존재할 수 없다. 어떻게 홍익인간의 정신만 추상적이겠는가. 혹시 추상적이라는 명분으로 홍익인간의 정신과 전통을 말살하려는 12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또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그래서 이제라도 우리의 오랜 전통 문화를 말살하려는 획책을 그만두고 오히려 전통문화를 선양하고 진작할 수 있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를 권한다. 아울러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올곧이 지키고 있는 유림들이 힘을 모아 그릇된 법률개정안으로 전통문화를 무시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분노의 소리를 내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