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특별기고 - 울진의 비경(秘境)인 연호(蓮湖)가 다시 태어났다

김성준 울진문화원장 죽존(竹尊) 박영선(朴永善)의 귀곡성(鬼哭聲) 시이다. “무덤 위에 정자를 세웠다고 귀신은 성내지 말게. 정자 속 사람이 바로 무덤 속 사람이라네. 사람과 귀신이 서로 이웃이 된들 무슨 해가 되겠으며, 저승과 인간세상은 만년토록 사바세계에 속하네” 이 시를 짓고 난 후로는 귀신의 울음소리가 없어졌다는 일화가 있다. 연호정은 예로부터 지역

장부중 2021. 5. 15.

 

김성준 울진문화원장

 


 

죽존(竹尊) 박영선(朴永善)의 귀곡성(鬼哭聲) 시이다. “무덤 위에 정자를 세웠다고 귀신은 성내지 말게. 정자 속 사람이 바로 무덤 속 사람이라네. 사람과 귀신이 서로 이웃이 된들 무슨 해가 되겠으며, 저승과 인간세상은 만년토록 사바세계에 속하네” 이 시를 짓고 난 후로는 귀신의 울음소리가 없어졌다는 일화가 있다.

 

연호정은 예로부터 지역 선비들이 모이는 중심지였다. 선비들은 수시로 모여 시를 읊었고 정기적으로 시회를 열어 장원을 뽑기도 했다. 지금도 울진 토박이 문중들의 문집에는 의례히 연호정을 차운한 한시들이 전해온다.

 

현재 연호정자 안에는 여러 개의 시판들이 걸려있는데 모두 지역 유림들이 시회를 열었을 때 지은 수작(秀作)들이다. 어느 때는 연꽃을 감상하는 축제도 열렸다고 한다. 물론 요즘과 같은 거창한 축제는 아니었겠지만 주민들이 모여 밤새도록 시화를 하거나 연꽃놀이에 취해 있다가, 새벽녘이 되면 연꽃 봉우리 ‘퍽’ 하며 터지는 개화성(開花聲)을 듣는 것을 정점으로 놀이가 파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지난 5월3일 울진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연호근린공원조성사업’ 준공식을 열었다. 이번에는 과감하게 토질부터 개선하는 근본적 차원에서 접근하였고, 호수 중앙에 날렵한 모양의 팔각정을 세워, 연꽃 속에 묻혀 개화성을 들을 수 있는 운치를 만들었다.

 

달빛을 받으며 정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면 마치 중국 항주(抗州)의 서호(西湖)나 동정(洞庭)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 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돌아온다. 아이야 박주산채(薄酒山菜) 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라고 노래한 한석봉의 시가 연상되는 절경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연호를 강원도 강릉의 경포호에 비견한 모양이다. 더구나 볼만한 것이 연호정의 야경이다. 연호정자에 비치는 오색 조명은 시시각각 환상적인 광채를 발하며 팔각정 교량에 설치된 조명은 잔잔한 파문을 따라 그야말로 활홀경에 빠지게 한다.

 

호수 주변에는 곳곳에 쉼터와 함께 예술 동호인들이 마음대로 공연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무대와 각종 운동기구들이 배치되어 있어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 펼쳐져 있다. 1984년 울진군지 기록을 보면, 본래 연호가 있는 자리는 고(高)씨가 살던 마을인데 마을의 땅이 꺼져 높이 되었다고 하여 ’고성(高姓)늪‘이라 불렀다.

 

"잉어, 붕어, 뱀장어 등이 많았고, ‘평포십리(平浦十里)’에 부용(芙蓉)이 반발했다“고 적혔으며 ‘한 옛날에는 염어선(鹽漁船)이 오르내렸다’고 하고, 소금을 실은 배가 연호까지 올라왔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연호에는 연꽃뿐만 아니라 갖가지 물고기가 많았다. 수년 전만 해도 낚시하는 주민들이 많아 행정에서 ‘낚시금지’라는 팻말을 세우기도 했다. 연호정 답사기를 보면 ‘낚시꾼과 연꽃 구경객이 붐비고, 고기 잡는 소리와 연캐는 곡조가 서로 마주보며 화답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번 연호정 정비사업 가운데 가장 백미로 꼽히는 것은 호수 중앙의 팔각정이다. 팔각정의 옛 이름은 ‘월연정(月蓮亭)’이라 명명했고, 팔각정으로 들어가는 교량을 ‘어락교(魚樂橋)’였다. 정자 명과 교량 명칭은 김성준 울진문화원장이 짓고, 글씨는 울진문화원 사무국장인 초사 신상구 서예인이 썼다.

 

요즘 멋지게 단장된 연호공원에는 유서깊은 고장답게 역사적인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연호정 뒤쪽의 고려 충신 최한주의 기적비(紀績碑), 무대 앞쪽의 ‘울진의 노래비’는 울진의 역사와 울진인들의 정신을 함축하고 있어 자녀들의 교육장으로도 좋은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노래비 건립은 울진군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으나, 예산 관계 등으로 지연되다가 지난 2020년 12월 울진문화원의 특별사업으로 건립됐다. 울진금강송을 형상화한 좌우 기둥과 중간에 울진군 지도를 넣고 ‘울진의 노래’ 가사를 적었다. 태양광 전지를 설치하여 버튼을 누르면 항상 울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울진의 노래는 1957년 윤병한 선생이 작사하고 김송열 선생이 곡을 붙였다.

 

휘영청 밝은 달밤, 정자 난간에 걸터앉자 연닢에서 굴러 떨지는 물방울 소리와 “퍽”하는 ‘개화성(開化聲)’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무릉도원이 아닐까?. 말끔하게 단장된 연호공원. 명실공히 울진인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