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文鄕)ㆍ예향(禮鄕)ㆍ다향(茶鄕)의 도시 ○○이 유구하게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과 미풍양속의 하나인 다례제(茶禮祭)”라는 설명에 이어 “○○향교 대성전에서 치러진 ○○석전대제를 시작으로 ○○의 다례제(茶禮祭)가 막을 올렸다”는 홍보문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다례제와 석전제는 다르다. 다례제는 삼헌관이 없으며, 술을 쓰지 않고 차를 쓴다. 석전대제는 삼헌관뿐 아니라 분헌관도 있으며, 술은 예제(醴齊), 앙제(盎齊), 청주(淸酒) 등 우리의 술이 성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성균관과 전국 향교에서 일 년에 두 번 공자를 주향(主享)으로 지내는 제례는 ‘석전제(釋奠祭)’라 한다. 조선 오례의 예법과 절차 등을 기록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서는 “인물에 대한 제례는 ‘제향(祭享)’, 조상에 대한 제례는 ‘제사(祭祀)’라 한다”라고 하였다. 또, 의례 가운데 우리의 차(茶)로 조상님께 예(禮)를 지키던 문화와 설·추석에 지내는 제례를 차례(茶禮)라고 한다.
그러나 전통 차를 다루는 모임으로 다도(茶道)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다. 70년 전에는 차 문화와 그 정신을 다도(茶道), 글씨 쓰는 법을 배우는 일을 서도(書道)라고 하였으나, 요즘에 와서 ‘서도(書道)’는 우리의 마음과 잠재의식을 통제하여 서예(書藝)로 고쳐 쓰고 있다. 그러나 '다과(茶菓)․다방(茶房)․다도(茶道)․다모(茶母)․다사(茶事)' 모두 70년 전 일본이 전해 준 용어이나 우리는 아직도 즐겨 쓰고 있다. 주체의식을 찾고자 하는 여러 모임에서 다도회를 순우리말로 바꾸어 ‘들차회’ 등으로 말하고 있으며, 60~70년대에 온갖 차(茶)를 팔면서 사교의 장으로 인기가 많았던 ‘다방(茶房)’은 요즈음 합성어를 만들어 '찻집' 이라 하고, '차를 따라 마시는 종지'를 ‘찻잔’이라 하는 것을 보았다. '다옥', ‘다잔’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우리의 의례 가운데서 미수연(美壽宴), 희수연(喜壽宴), 미수연(米壽宴), 백수연(白壽宴)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 모두 나이를 일컬을 때 흔히 쓰는 일본식 조어(造語) 가운데 하나이다. 건강을 중요시 하는 일본인들은 66세의 경우에는 '아름다울 미(美)'를 써서 미수(美壽), 77세의 경우에는 '기쁠 희(喜)'를 써서 희수(喜壽), 99세의 경우에는 '흰 백(白)'을 써서 백수(白壽) 등으로 표기하는데, 이들은 모두 초서(草書)와 파자(破字)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미(美)'를 파자하면 '육(六)+육(六)'이 되어 66세, '희(喜)'를 초서로 쓰면 '칠(七)+칠(七)'이 되어 77세, 미수(米壽) 역시 '쌀 미(米)'를 파자하면 '팔(八)+팔(八)'이 되어 이를 합치면 88이 되기 때문에 88세의 별칭으로 쓴다. '백(白)'은 '일백 백(百)'에서 '한 일(一)'을 빼면 99가 되어 99세로 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에 별칭이 없다 하여 전거(典據)에도 없는 용어를 그대로 들여와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사전에도 기록하여 전한다. 이 모두 버려야 할 용어이다. 민족의 주체성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고쳐 사용하여야 한다.
최기순 / 강릉향교 총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