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 진주향교 전교
지난 10월4일 경남 진주시에서는 제66회 개천예술제가 열렸다. 진주시의 대표적인 문화행사에 우리 향교는 가장행렬에 참여했다.
그날 가장행렬에 바쁜 일정 모두 접어두고 기꺼이 힘을 모아 준 향내 유림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엎드려 큰절 올린다.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우리 향교의 대열에는 과거 화려했던 유명 인사들이 계급장 내던지고 한 알의 밀알이 되는 심정으로 깃발을 들어주었다.
시청 서기관, 사무관, 대학 교수, 교장, 기관장은 물론이고, 사정이 있는 분은 일군을 사서 대신 보내준 분도 있었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하면서도 끝까지 강행군하신 분이 있는가 하면 계속되는 궂은 날씨에 수확해야 될 감이 썩어 나간다면서도, 1년 농사를 수확기에 포기하면서도 참석해 주시기도 했다.
한 분 한 분 헌신적인 심정으로 190여 명의 힘이 모인 ‘조선시대 유림장’ 행렬은 펄럭이는 조기, 오색만장과 구성진 상여소리와 도포에 갓을 쓴 선비들의 대열은 100여m를 이루며 정말 장관이었다.
거리를 메운 시민들은 향교의 행렬에 끝없는 박수를 보내왔고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향교는 수염 쓰다듬으며 “에헴” 하고 기침이나 하는 양반계층의 콧대 높은 사람들만 출입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없는 것이 아니었는데, 작년과 금년 시민들의 품속으로 파고든 가장행렬 참여는 그 인식을 상당히 크게 변화시킨 큰 성과였다.
결과는 최우수상이었다. 심사위원들의 한결같은 평은 단연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에 연이어 향교에 대상을 주는 것은 다른 팀의 사기에 문제가 있어 2등이었다고 하는 말도 들린다.
우리 유림은 애당초 등수에, 상금에 연연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고 그 결과에 모두가 만족했다.
행사를 마치고 생각해 보니 옥에 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부자께서 “巧言令色이 鮮矣仁이라” 말씀하셨지만, 평소 똑똑하고 잘 나서던 사람들은 어렵고 귀찮은 일에는 나오지 않았다.
늘 그랬지만 그 어떤 조직이 성장과 발전하는 데는, 잘난 체 앞서 떠드는 사람보다 묵묵히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 향교가 발전하고 남의 이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과거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고 사회의 중추적인 인사들이, 참으로 대단한 인사들이 그냥 조용히 나와서 그 많은 시민들 앞에 부끄러움 없이 깃발을 들고 나서는 참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을 계기로 향교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불초가 취임하고 계속되는 행사에 자존심 버리고 기꺼이 참석해 주시고 궂은일 개의치 않으면서 힘을 모아 주신 향내 유림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한 분 한 분의 그 정성이 모여 도도히 큰 물결을 이루고 이제 진주향교는 많은 시민들의 인식 속에 각인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결코 교만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항상 낮은 자세로 향교의 위상을 생각하면서, 향교 본연의 의무를 다하며 유림을 섬기는 전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