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李玄崗의 泮中雜詠>‘졸속’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해야

교육부가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한 달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3월 새학기부터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내용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으킬 정도다. 오죽하면 광복회에서는 ‘영리한 개만도 못한 역사교과서’라고 통곡을 했을까. 교육부는 기

편집부 2016. 11. 30.

교육부가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한 달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3월 새학기부터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내용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으킬 정도다. 오죽하면 광복회에서는 ‘영리한 개만도 못한 역사교과서’라고 통곡을 했을까.

교육부는 기존의 검정 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고치고 균형잡힌 역사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설명에 나섰지만 뉴라이트 성향의 집필진이 포함되고 건국절 사관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국사편찬위원장의 기자회견에 배석한 집필진이 현대사 집필자 가운데 순수 현대사 전공자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 자신이 그 시대를 경험했는데 전공이 무슨 문제냐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에 더해 이제는 국정 역사교과서 초고의 내용과 표현 등이 교과서로 쓰기에 역부족이어서 국사편찬위원회 직원들이 수정했다는 증언도 보도되고 있다. 사실상 새로 쓴 것이나 마찬가지이어서 누가 쓴 것인지도 몰라 시간에 쫓겨 편법 집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교육부 장관은 “새로 만들어질 역사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우리 민족의 독립 운동을 축소 서술하는 등 역사를 왜곡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오해들이 있었다. 또한 지난 수십년간 우리 역사교과서에 사용되었던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를 일각에서는 ‘건국절’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면 ‘건국절’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서인지 급조한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자기모순에 빠진 곳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건국 강령」(1941)을 제정하여 장차 수립될 민족 국가의 이념과 체제를 제시하였다. 건국강령에는 광복 후의 건국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균등한 사회를 건설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으며, 이는 광복 이후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 강령은 임시정부의 최종 헌법인 1944년의 제5차 개정임시약헌의 이념적 기초가 된 것으로 말 그대로 건국 강령이다. 그럼에도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를 광복 후의 건국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눈 것처럼 왜곡시키고 있다.

또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제헌 헌법과 관련하여 “제헌 헌법은 1919년 3․1 독립 선언의 결의를 담아 민주 공화국을 세우려 하였던 대한민국 임시 정부 헌법의 정신을 계승하였다…이러한 헌법의 바탕 위에 주권 재민의 민주 공화국인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여”라고 기술하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기술하고 있는 ‘대한민국 수립’은 뭐고 ‘기미 3․1 운동으로 대한민국 건립했다’는 것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건립’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정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하면서 정작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 사진을 싣고, 게다가 친절하게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이라고 설명까지 달아놓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은 뭔가.

1948년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1948년 9월1일 대한민국 관보 1호에는 연호를 ‘대한민국 30년’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1987년 제정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이라고 돼 있다. 임시헌장과 헌법 조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19년에 대한민국은 건국되었고, 1948년에 재건돼 정부수립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고 그것이 자연스럽다.

일반적 인식과 상식을 비켜가기 위해 고작 말장난 수준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파리장서 사건을 비롯해 유림들의 독립운동에 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다. 이는 단지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만이 아니다. 유림이라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상호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