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대성전 앞뜰 양쪽에 측백(側柏)나무 두 그루가 마주보고 서 있다. 왼쪽 나무는 지상에서 약 4m 위에 다섯 갈래로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으니 이를 오륜(五倫)의 상징으로, 오른쪽 나무 역시 같은 높이에서 세 갈래로 가지가 뻗었기에 삼강(三綱)의 상징으로 일컫고 있다.
왜 하필 측백나무를 심었을까? 멀리서 보면 측백나무와 흡사한 것으로 향나무 종류가 있고, 일본에서 도입된 편백나무와 화백이 있다. 외모가 비슷한 이 나무들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수목학적으로 살펴보면 향나무는 가지에 비늘잎과 바늘잎이 함께 달린다. 손으로 잎을 만져보아 따끔할 정도로 뾰족한 바늘잎이 달리면 대개 향나무이다.
예외적으로 우리나라 원산의 섬향나무와 일본에서 도입된 가이즈카(貝塚) 향나무는 바늘잎이 없는데, 가지를 심하게 잘라내면 처음엔 바늘잎이 돋아나는 특성이 있다. 향나무와 달리 측백·편백·화백은 비늘잎만 겹쳐 있기에 촉감이 부드럽다. 이 세 종류의 나무는 잎 뒷면이 각기 다르므로 구분할 수 있다. 즉, 비늘잎이 연속되는 지점에 기공(氣孔: 숨구멍)이란 흰줄이 겹겹이 나타나며 그 모양이 각기 다르다. 기공이 Y자 모양으로 배열된 것은 편백이고, W자 모양의 배열은 화백이다.
측백나무는 V 또는 X자 형태로 기공줄이 배열되지만, 선명치 않아 잎의 앞 뒤 구별이 어렵다. 지난 시절 기차정거장 주변에 낮은 울타리 형태로 측백을 심은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모습이 사라졌다.
한편 고궁(古宮) 뜰에는 커다란 측백나무가 여러 군데 심어져 있다. 측백나무는 잎이 옆을 향해 돋아나서, 이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서쪽을 향해 기울어 자란다는 뜻도 있다고 전한다. 잎은 백자엽(柏子葉), 열매는 백자인(柏子仁)이라 하며 여러 병증(여성의 하혈증세 특효) 치료에 사용된다. 그 외에도 고인(故人) 묘역인 왕릉엔 소나무를, 왕족묘지엔 측백을 주로 심었다.
중국에서는 측백나무를 왕조번영의 신성한 수종으로 여겼고,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궁궐·문묘·사찰 경내에 흔히 심었다. 우리나라엔 측백의 자생지가 많은데, 대구 도동의 측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1호이고, 단양 영천리의 측백숲은 천연기념물 제62호이다. 또한 영양 감천리의 측백숲은 천연기념물 제114호이고, 안동 구리의 측백숲은 천연기념물 제252호로서, 주로 석회암이나 퇴적암 토양지대에 자생한다.
일반 측백나무와 유사종으로 경기 이북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눈측백’이 있는데, 세찬바람과 적설로 인해 유전적으로 줄기가 땅에 눕고, 잎 뒷면에 흰빛을 띄는 게 특징이다. 측백나무의 꽃은 3~4월에 피고, 9~11월에 열매가 성숙하며 종자번식이 용이하다.
정윤수 / 원임 성균관 부관장, 전 건국대 자연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