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재 충주향교 전교
전국 234개 향교 중 100여 곳은 재원이 없거나 적어서 춘추 석전제도 제대로 봉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나마 나머지 향교는 재산을 기부한 유림들 덕분에 임대료 수입으로 향교의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창건 624년의 역사를 이어 온 충주향교도 겨우 운영되고 있음은 향교를 위해 사유재산을 쾌척(快擲)하셨던 선배 유림들의 선견지명(先見之明) 덕분으로, 그분들의 정성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 가득하다.
문화재로 향교를 관리하면서도 정부의 운영 재원 지원이 전혀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각종 사회단체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을 받아 물 쓰듯 사용하는 것을 보면 차별화에 좌절감마저 든다.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오면서 유학을 전파하는 교육기관이 향교이다. 유(儒)자를 파자하면 사람 인(亻)+수(需:필요한 것을 갖추다)로 ‘사람으로서 필요한 것을 구하고 갖춘다’는 의미이므로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배우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유학은 모든 학문의 바탕이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유학의 기본바탕 위에서 꽃이 피는 것이다. 이러한 유학을 방치하는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우리 조상의 문화유산인 유교전통을 외면하며 문화민족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전통유교문화를 지키며 전국의 유림을 대표하는 성균관이 「성균관·향교·서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여야정쟁에만 몰두하고 있어 전국 유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현대 학교교육으로 인성이 올바르게 길러지지 않자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밑거름이 중요한데, 퇴비와 같은 인성은 소홀히 한 채 좋은 결실만 얻으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인성교육은 우리 조상들이 살아오면서 오랜 세월 전해 온 고전의 문장을 통해 익혀야 감화와 감동을 줄 수 있다. 학교 현장에 나가 인성교육을 할 때 사자소학, 명심보감, 소학 등의 고전문구를 이야기로 풀어 설명하면 눈동자에 빛이 나고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많다. 현관까지 따라와 고맙다고 인사하는 학생들도 있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륜은 변하지 않는다. 고전문구는 한자로 표기한 한문문장이기에 한글전용정책만 반 세기동안 고집해온 정부의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쉬운 기초한자마저 가르치지 않는 학교교육으로는 고전을 활용한 인성교육은 어렵기만 하다. ‘어차피(於此彼)’도 한자어인데 고유어로 알기 쉽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2/3는 한자어로 되어있다.
그런데 한자는 어렵고 중국글자라 하여 외국어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다. 법률, 용어, 건축, 교육 등 어느 것 하나 한자어가 아닌 것이 없다. TV 자막도 한글로만 표기하니 무슨 뜻인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자는 약 9,000여 년전 요하문명을 일으킨 우리의 조상인 동이족이 처음 만들어 사용했던 글자라는 것이 밝혀졌고 이는 중국인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동이족의 세력이 황하유역으로 전파되어 일으킨 문명이 황하문명인 것이다.
한자라고 한 것은 한자를 정비하고 해서체를 완성하여 사용했던 시대가 한나라였기 때문에 한나라 글자라 하여 한자(漢字)라 하고, 한자로 만들어 쓴 문장을 한문(漢文)이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약 70% 이상이 한자어이고 나머지는 고유어, 외래어, 외국어(영어 등)인 것이다.
이러한 언어현실을 무시하고 한자어를 한글로만 표기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니까 그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가 많은 것은 20가지가 넘는데 한자를 모르면 무슨 말인지 뜻을 모르는 것이다. 시험 볼 때 한글로만 묻는 지문(指文)을 이해하지 못해서 무엇을 묻는지 모르고 엉뚱한 답을 하는 것이다.
OECD 국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장해독능력을 검사한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이 최하위라는 부끄러운 결과가 나와도 정부 당국에서는 한글전용으로 빚어진 결과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아 있는 한자세대들이 세상을 떠나면 우리나라엔 한글세대만 남게 되는데, 우리의 전통문화는 단절될 것이고 글을 읽기는 해도 뜻을 모르는 이상한 나라가 될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위정자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당면한 「성균관·향교·서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하루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전국의 유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국회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