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식 영주향교 전교
공부자탄강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자는 데 대해서는 유림(儒林)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자탄강일 국가기념일 제정을 정부로부터 승인 받기 위하여 성균관(成均館)에서 석전대제(釋奠大祭)를 탄강일에 함께 행사하겠다는 것은 매우 졸렬한 방식이요 앞일을 생각지 않은 좋지 못한 방법이다.
석전대제는 제례악(祭禮樂) 및 일무(佾舞)와 함께 지난 1986년 11월 1일 국가무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되어, 삼국시대 때 이 나라에 유교가 전해진 이래 1500여 년 동안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精神文化)를 지키고 간직해 온 유림권 최대 행사이다.
또한 위대한 유림의 정신을 발현하는 큰 행사로서 합악(合樂)과 헌수(獻酬)가 있는 성대한 제전이며, 석전제(釋奠祭)·석채(釋菜)·상정(上丁)·정제(丁祭) 등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 지켜온 유림 고유의 행사이다.
그런데 이를 탄강일 행사와 함께 한다면 석전대제를 희석(稀釋)시킬 뿐만 아니라 탄강일 행사까지 빛이 바랠 것이라 생각된다.
어떤 종교단체라도 그 종교 창시자의 탄신일 행사와 그 종교의 전통적인 주요(主要) 행사는 각각 따로 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유림들이 모인 서원(書院)에서도 주벽(主壁)으로 모시는 분의 기일과 탄신일은 일족이 따로 제사하고, 향사(享祀)는 춘추로 지내고 있다.
하필 유림의 중심이 되는 성균관이 탄강일 행사와 석전을 합치려 하다니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며, 이는 유림 고유의 행사를 희석시켜 없애거나 망치려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탄강일에는 탄강일 고유제(告由祭)를 올리고 탄강일 이벤트를 얼마든지 시대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 많은 사람이 참여해 즐기고 보기 좋게 행사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또 석전일이 음력일이어서 불편하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것으로 사료되어 양력으로 일정한 날을 잡아 정하면 되는 것이기는 하나, 우리가 음력 정월 초하루를 민속의 날로 정하여 행사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음력 사용이 뒤떨어진 생각이라 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달(月)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우리는 양력과 음력 두 가지를 사용하는 문화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성균관 행사의 참례(參禮)인 숫자를 논(論)하나 참례 인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사 자체가 중요하다. 굳이 참례자 인원수가 많아야 된다면 중앙과 지방의 교류를 위하여 향교별로 일정 인원 참례하도록 권장 동원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두 가지 행사를 합치는 것은 차라리 아니 하고 그대로 두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