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경(문양서당)
다양한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다. 그런데 법이 제정되고 제대로 시행도 하기 전에 해당 법률의 개정안이 제출되었다.
인성교육진흥법 법률개정안은 해당 법률에서 강조하였던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덕목 중에서 효를 배제하고 개인, 대인관계, 공동체 차원에서 요구되는 ‘예(禮), 정직, 책임, 존중과 배려, 소통과 협동, 정의와 참여, 생명존중과 평화’ 등 사람됨과 시민됨의 가치를 중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법률의 개정이 시민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개정된다는 데에 대해서 이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핵심 가치인 효 사상만을 배제하고 시민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다.
다행히 해당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8월16일 성균관과 유교신문에 “효를 핵심가치로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전해 와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 같다.
사실 인성교육진흥법 개정 당시에 제기된 비판의 핵심은 개인의 인성을 국가가 통제하고 획일화하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충효(忠孝) 교육을 재생산(再生産)할 수 있다는 데에 대한 우려였다. 창의성과 개성, 비판적 사고를 중요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한 역행이자, ‘부모에 대한 효도와 부부 사이의 조화, 준법정신’을 강조한 일본강점기의 교육칙어(敎育勅語)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 법률개정안은 공교롭게 전통적 가치의 핵심인 효만 배제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것은 효 사상이 갖고 있는 본질적 의미나 사회적 가치를 배제하고 권위주의 시절에 왜곡되고 오용(誤用)된 충효 사상의 입장에서만 효 사상을 바라보는 근시안(近視眼)의 오류이다.
효의 근본은 가족 간의 책임(責任)과 의무(義務)를 중시하는 인성(人性)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 사상을 부모 자식 간의 수직적 인간 관계와 맹목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해석할 경우 편협(偏狹)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생각을 잠시 바꾸어 보자. 가끔 해외여행을 할 경우 다른 나라 공항을 가면 매우 불편하고 시설이 낙후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세련되고 화려한 우리 인천공항을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느린 업무 처리를 하는 나라를 비판하게 된다. 하지만 능률적이고 세련된 우리 인천공항이 꼭 자랑스러운 것일까?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우리 공항을 바라보면 현대적 시설에 기가 죽을지는 모르지만 인천공항에서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언제까지 IT 선진국의 대한민국만 자랑할 것인가. 한국의 문화나 전통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관문(關門)을 대하며 이른바 5000년 역사의 국가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다.
문화가 산업이 되는 시대에 유형문화재(有形文化財)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無形文化財)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적(文化的) 자산(資産)을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저녁 있는 삶을 강조하고 있다. 저녁 있는 삶의 핵심(核心)은 가족이다. 가족이 함께 저녁을 나눌 수도 없게 각박해진 사회적 현실에서 가족 간의 윤리에 대한 오랜 전통마저 거부하고 시민성 강화를 통해서만 가치를 찾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오랜 문화적 전통 속에서 부정적이고 부족한 부분은 고치고 개선하면 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한 노인 문제 해결 방안의 중요한 축도 효다. 효를 전통적 입장에서만 해석하여 노인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인을 중시하였던 사회적 가치로서의 효의 효능성(效能性)을 통해서 복지(福祉) 확충의 사회적 공감(共感)을 형성하고 세대(世代) 간 갈등의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배경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성교육진흥법 법률 개정안 해프닝을 바라보며 유교 문화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