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특별 기고 - 염치(廉恥) 있는 유림(儒林)이 되자

작금(昨今)의 우리 유림(儒林)을 볼 때 염치(廉恥)도 체면(體面)도 모르는 행태가 도리어 위세를 떨치며 성하고 있으니 무엇을 보고 배워 장차 유림의 본분과 사명을 다할 수 있을까? 이런 세태에 염치 있는 사람, 체면을 지킬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우리 스스로에게라도 염치 있게 살았노라고 자부할 수 있게 되기를 빌며 유림의 의기(義氣)를 일깨워 보고자

편집부 2017. 9. 1.

작금(昨今)의 우리 유림(儒林)을 볼 때 염치(廉恥)도 체면(體面)도 모르는 행태가 도리어 위세를 떨치며 성하고 있으니 무엇을 보고 배워 장차 유림의 본분과 사명을 다할 수 있을까? 이런 세태에 염치 있는 사람, 체면을 지킬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우리 스스로에게라도 염치 있게 살았노라고 자부할 수 있게 되기를 빌며 유림의 의기(義氣)를 일깨워 보고자 한다.

염치란 무엇인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 정의하고 있다. 또는 면목(面目)이라고도 하는데 ‘체면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한자어 뜻으로는 청렴할 렴(廉), 부끄러울 치(恥)를 쓰며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폐를 끼치거나 할 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보면 한(漢)의 유방(劉邦)과 초(楚)의 항우(項羽) 사이에 천하를 둘러싼 쟁패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해하(垓下)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수세에 몰린 항우는 20여기밖에 남지 않은 기마병을 이끌고 장강 기슭에 도착해서는 동쪽으로 오강(烏江)을 건너려고 했다.

오강의 정장(亭長)이 배를 강 언덕에 대고 기다리다가 항우에게 “강동(江東)이 비록 작으나 땅이 사방천리요 백성이 수십만 명에 이르니 그 곳 또한 족히 왕업(王業)을 이룰만한 곳이니 원컨대 대왕께서는 빨리 건너십시오. 지금 저에게만 배가 있으니 한나라 군사가 이곳으로 건너지는 못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항우가 웃으면서 “하늘이 나를 버리는데 이 강을 건너서 무엇을 하겠는가? 또한 내가 강동을 떠나 서쪽으로 갈 때 강동의 젊은이 8,000명과 함께 하였는데 그 부형(父兄)들이 나를 두고 무엇이라 하겠는가! 설사 그들이 나를 왕으로 추대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해도 내 양심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리고는 정장에게 ”나는 그대가 후덕(厚德)한 사람임을 알고 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이 말을 탔는데 이 말이 대적할 것이 없었으며 하루에도 천리를 달렸다. 내 차마 이 말을 죽일 수 없어 그대에게 주겠노라”라고 하고 부하들로 하여금 모두 말에서 내려 걷도록 하고는 손에는 짧은 무기만을 들고 싸움을 하게 하였다.

이때 한나라 군사 중에 옛날 그의 수하였던 여마동(呂馬東)이 있음을 보고는 “내가 들으니 한나라 왕이 내 머리를 천금(千金)과 만호(萬戶)의 값으로 사려고 한다고 하니 내 그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리라” 하고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항우는 수십만 강동(江東) 백성들의 자식들 8,000명을 전장에서 잃어버린 장수로서 면목이 없으니 설사 그들이 왕으로 추대하겠다고 하여도 강을 건널 수 없었던 것이고, 또한 어질고 착한 여마동에게는 자신으로 인해 전장의 군졸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에서 지도자로서의 체면이 없음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여 여마동이 편히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면목은 염치와 같은 의미인데 면목이 없다는 말은 스스로 자기 잘못을 뉘우쳐 사람다움을 지켜 나간다는 뜻임을 알아야 한다.

염치가 없다는 말은 자신이 정직하지 않거나 옳지 않거나 한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는 뜻이다. 나쁜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염치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염치를 모르는 사람을 파렴치(破廉恥)한 사람이라 한다.

염치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자신의 자리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며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본다. 내가 아닌 너를 공경하고 배려하는 자세, 그 자세의 표현이야말로 겸손이고 예의인 것이다.

모든 단체에서 내가 아닌 너를 공경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그 얼마나 화기 넘치고 행복하겠는가.

하물며 인(仁)·의(義)·예(禮)·지(智)를 추구 이념으로 삼는 유림집단(儒林集團)에서 내가 아니면 안 되고 내가 제일이라고 하는 자만과 만용이 팽배해 있다면 그 같은 유림은 이미 유자(儒者)로서의 자질을 잃은 것이니 염치도 없고 체면도 없고 면목도 없는 자들의 집단일 것이다.

이제 우리 유림들의 구성체인 성균관유도회(成均館儒道會)는 인(仁)과 의(義)를 새롭게 세우는 기풍을 일으킬 수 있기를 갈구한다. 예(禮)를 갑옷 같이 입고 나아가 혼탁한 이 사회와 낡고 병든 유림세계를 새롭게 단장하여 공자의 가르침대로 인의예지가 샘처럼 솟아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원년(元年)이 되도록 헌신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러면 먼저 자신을 낮추고 남을 공경하는 염치를 아는 수신(修身)으로 시작하여 가정과 가족을 바로 이끌어 사회를 순화시켜서 행복한 사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건강한 국가, 예의지국(禮儀之國)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성균관유도회의 일원만이라도 염치를 알아서 의로운 생각과 실천으로 서로에게 양보하고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자. 그것이 유학을 배우기를 마음먹고 유자라 불리는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이상인 것이다.

최기순 / 강원도향교재단 이사·성균관 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