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진주향교 전교 / 전국전교협의회 부회장)
한국유교의 총 본산인 성균관이 잠시 혼란스러운 때가 있었다. 반목과 소송으로 얼룩지고 삼두마차가 되어 방황의 세월을 겪기도 했다. 참으로 암담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금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 압도적인 지지로 새 관장을 선출하고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새 관장의 취임식 때는 대통령 후보자와 국회의장이 참석하여 축하해 주었다. 이후 성균관에는 관계 장관과 정부요직 인사들이 찾아와 관심과 협조를 약속하기도 했다. 새봄과 함께 새로운 희망 속에 김영근 호는 닻을 높이 올렸다.
만족하지는 않지만 단절되었던 정부지원도 재개되었고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었다. 유교문화사업단이 결성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만 매우 의욕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생기가 돌고 있다.
필자는 지난 11월15~16일 전남 광주 일원에서 열리는 ‘향교·서원으로 떠나는 여유만만 팸투어’에 참여하였다. 새로운 사업이라 우리 향교에서도 벤치마킹 할 생각에 옵서버로 참여하였는데 참으로 잘한 일이고 진한 감동을 느꼈다.
첫날, 멀리 광주까지 달려온 최영갑 단장의 인사말과 사업소개에서 이 사업의 중요성과 유교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문화 관광 종교분야의 기자 및 여행작가, 파워 블로거, 유교신문 기자와 향교 서원의 청년유사들이 참여한 이번 투어에는, 젊은 세대이니까 우선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월봉서원에서 선비복장을 갖추고 서툴지만 숭덕사 봉심으로 선비체험을 하고, 빙월당에서의 서원음악회, 선비 길을 걷고 선비밥상 등으로 선비의 일면을 연출하였다.
그리고 퇴계와 고봉의 아름다운 만남 공연, 또 나를 돌아보는 여행으로 문화DJ의 ‘자경자담’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 이 밖에도 이틀 동안 많은 체험과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모두가 한결 같이 유교문화와 선비정신을 일깨우는 매우 유익하고 보람 있는 행사였다.
그 중 필자가 가장 관심 있게 보았던 것은 참여자 모두가 자기와 소속단체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행사 진행 중에 잠시 막간을 이용해 진행된 자리였는데, 모두가 참으로 대견하고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향교·서원의 청년유사, 유교문화 사업단의 젊고 패기 있는 참여자들이 자기와 소속단체 소개를 하는데 모두가 한결 같이 당당히 조리 있고 유창하게 자기의 소신을 밝히는 것을 보고 “아! 이거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몇 년 후 이들이 유교계의 유림 주역이 되었을 때 한국유교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필자가 참석했던 전국전교회의나, 소위 말하는 유림지도자(?) 모임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의 허물은 덮어두고 고고한 학(鶴)인양 남을 탓하고 큰소리 치고 소란스러운 그런 분위기가 아닌 참으로 신선하며 화기애애하고 논리정연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보며 참으로 부끄럽고 이제 우리 기성유림들도 “내 탓이요” 하는 마음으로 남을 질타하기 전에 나를 되돌아보고 화합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우리를 따라오는 다음 세대들의 눈총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번 행사를 보며 빈틈없이 알차게 운영하는 유교문화사업단의 이찬호, 양소희 씨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고를 높이 치하하며 이러한 사업은 명년에도 조기에 발주하여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