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영산대학교 인문문화기행 2학년
지난 4월14일은 인문문화기행 현장 수업이 있던 날이었는데, 오전 10시까지 기장향교에 모이라는 공지대로 가벼운 차림으로 필기구를 챙겨 집을 나섰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차성로 417번길 35에 위치한 기장향교에 네이버지도의 안내로 도착해 보니 예전에 식사하러 자주 왔던 흙시루 식당 근처였다. 예정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니 향교 입구에 이미 많은 학생들과 부남철 교수님, 배병삼 교수님, 이동성 교수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기장향교는 인문문화기행 온라인수업에서 미리 공부를 한 덕분인지 바깥 풍경이 친숙하게 다가왔고, 입구 계단 위의 세심문(洗心門) 현판이 눈에 띄었다.
교수님, 1·2학년 학생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1학년 과대표가 준비해 온 생수를 받은 후 부남철 교수님과 함께 향교 안내판 앞에서 조감도를 살펴보고 경내로 들어갔다. 세심문을 지나 마주친 2층 누각에 풍화루(風化樓)라는 현판이 걸려있었고, 누각을 마주보는 명륜당에 올라 김두호 사무국장(성균관 전인, 윤리위원)과 인사를 나눴다.
기장향교는 대성전, 신삼문(내삼문), 명륜당, 풍화루, 세심문(외삼문)이 일자형으로 배치되었으며, 명륜당 양옆에는 학생들의 숙소와 학습장소로 쓰였던 동재, 서재가 있었다. 특히 서재는 팔작지붕 형식이며 동재의 남향은 팔작지붕, 북향은 맞배지붕이 혼합된 독특한 형태라 건축가들이 자주 찾기도 한단다. 명륜당은 풍화루를 마주하고 있어 명륜당에서 공부를 하던 학생들이 바깥 풍경에 눈을 빼앗기지 않도록 구성된 폐쇄형이라는 말씀이 실제 현장에서 보니 한결 이해가 되었다. 명륜당은 강학공간으로 우리 학생들로 하여금 옛 학생들이 공부하던 느낌을 살려 주시기 위해 전날 밤 부남철 교수님께서 직접 명륜당에 돗자리를 펴놓고 가셨단 말씀을 듣고, 교수님의 열정과 제자들을 위하는 마음이 저절로 전해져 왔다.
부남철 교수님의 강의에서는, 현판에 명륜당이라 적힌 글씨체의 80% 정도는 주자의 것이고 주자의 글씨에는 주자가 씀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고 하신다. 반면에 대성전의 글씨체는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한데 누가 쓴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증거도 없다고 하셨다. 집자(集字, 글씨를 오려서 사용함)에 대한 설명도 하셨고, 명륜당은 문이 없는 개방형으로 열린 학업을 하던 곳이란다. 그러고 보니 탁 트인 창으로 뒷풍경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우리 학생들은 명륜당 마루에서 경재잠(敬齋箴)을 같이 읽고 논어의 삼호도 읽어보았는데, 논어 전문가인 교수님들께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 아름다운 문장들을 머릿속에 담았다. 공자는 인류의 스승이자 문화자산으로 섬겨져야 한다는 귀한 말씀도 공감이 됐다.
배병삼 교수님께서는 공자의 정체로 호학(好學)하는 사람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셨다. 단순히 공부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미가 어린 아들을 평생토록 보살피고 조건 없이 사랑하는 그런 마음으로 배움을 대하는 것이니 그 말씀이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시간을 초월해 고전이 될 수 밖에 없는 저력을 가진 힘의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으로 갈비탕을 먹고 올라와 대성전 앞에 다시 모여 김두호 사무국장의 집례로 부남철 교수님이 우리 일행의 대표로 예를 갖춰 문묘에 향을 올리셨다.
평소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데 특별히 교수님들과 동행해서 인문학 전공자로서 학생이란 지위를 빌어 대성전 안에 들어가는 영광스런 기회를 얻었다. 대성전에는 정위에 공자를 모셨으며, 배위 4성이신 안자, 증자, 자사자, 맹자의 위패가 도통의 질서에 의해 교차로 모셔져 있었고, 종향위(동향과 서향)에는 송조 4현이신 주돈이, 주자, 정호, 정이의 위패가 각각 두 분씩 모셔져 있었으며, 우리나라 성현이 9분씩 동서로 나뉘어 도통의 질서에 의해 18분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대성전은 공자와 그의 제자들과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제향공간인 만큼 그 앞에서는 다른 사람과 인사도 하지 않으며 박수를 쳐서도 안 된다는 설명을 듣고 예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향교 본래의 기능은 강학과 제향으로 병행해오던 것이 지금은 제향기능만 유지되고 있어 각 향교마다 현실에 맞는 여러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오랜만에 인문문화기행 현장수업을 나왔는데 정말 특별한 하루였다.
4월이라는 봄의 계절이었기에 바깥으로 나서는 발걸음 자체도 가벼웠거니와 교수님들과 함께한 시간이었기에 우리를 맞아주는 향교 사무국장님도 최선의 예를 갖춰 주셨고, 해박한 전문지식과 적절한 유머로 분위기를 살려 주셨다. 향교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함께 물 흐르듯 매끄럽고도 매력적인 성독(聲讀=音讀)을 직접 들어보는 영광스런 체험도 다시 없을 경험이었다. ‘지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김두호 사무국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평소 배병삼 교수님의 강의도 많이 들으시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전문가로서 끝임 없이 노력하시는 자세도 배울 점이라 생각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함께하기 위해 동행해 주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우리들을 챙겨주신 학과 임원분들의 보이지 않은 수고로움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1년 동안 공부를 한 덕택인지 1학년들보다는 2학년인 우리들은 교수님들의 말씀이 귀에 편안하게 들렸으리라 자부해 본다.
다음 문화기행에는 2학년 우리 학우들이 더 많이 참석해서 살아있는 공부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 5월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