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李玄崗의 泮中雜詠> 참을 수 없는 경박함, 생각하고 말하라!

<논어>를 보면 공자께서 ‘말조심’ 하라고 경계하신 말씀이 많이 나온다. ‘말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선진편에는 白圭의 시를 하루에 세 번씩 되풀이해 읽는 南容이라는 제자에게 형님의 딸을 시집 보냈다는 내용이 있다. 백규의 시는 다음과 같다. 흰 구슬에 생긴 흠은 갈아 없앨 수 있지만 내 말에 묻은 티는 닦을 수

편집부 2014. 6. 17.

<논어>를 보면 공자께서 ‘말조심’ 하라고 경계하신 말씀이 많이 나온다. ‘말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선진편에는 白圭의 시를 하루에 세 번씩 되풀이해 읽는 南容이라는 제자에게 형님의 딸을 시집 보냈다는 내용이 있다. 백규의 시는 다음과 같다. 

 

흰 구슬에 생긴 흠은 갈아 없앨 수 있지만

내 말에 묻은 티는 닦을 수도 없네

(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 (<詩經> 大雅 抑之篇)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생각하고 말하라는 것이다. 말이라는 것은 행동의 표현이고 행동은 말의 실상이다. 말을 쉽게 하면서 행동을 삼가는 사람은 없다.

최근 성균관에서는 공자의 이러한 말씀을 깊이 새겨야 할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13일 성균관은 ‘성균관 1천만 유림’이라는 이름으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유교권의 입장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유교권의 공론도 아니었고, 이 성명서는 ‘1천만 유림’이라는 허명을 내세운 비겁한 짓이었다.

이 성명서 내용이 서정기 관장 개인 생각인지, 몇몇 성균관 총무처 직원들 생각인지 알 수는 없지만, 1천만 유림의 생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1천만 유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간의 말처럼 서 관장 지시로 총무처 몇몇 직원들이 성명서를 만들어 발표하면서 1천만 유림을 빙자했다면 이는 사기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인식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고, 본인 스스로 사과했듯이 그 인식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앞으로 임명동의 국회요청이 있게 되면, 청문 과정에서 그 문제점은 보다 분명하게 지적될 것이고, 본인의 소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 후보자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잘못된 비판마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성명서에서는 ‘조선왕조는 5백년이나 이어진 문민국가의 모범이었다. 이는 같은 시기 다른 나라가 혼란과 폭동을 겪었음을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라고 하고 ”조선이 망한 것의 우리 자신의 잘못이었던가?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문명국가를 침략한 것이었다. 강도가 집안에 쳐들어오면 먼저 강도의 야만성을 규탄해야지, 집안 사람들이 모질지 못했다면서 자책부터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조선왕조 500년 기간 동안 혼란과 폭동이 없었느냐, 그 기간 동안 다른 나라에는 혼란과 폭동만 있었느냐, 조선이 망한 것에 우리 자신의 잘못은 없었느냐”라는 초등학생 수준의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말문이 막히는 참으로 경박한 생각이다.

성명서에서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망언을 했다면서 ‘이런 넋빠진 인간’, ‘참으로 무지하고 한심한 자’, ‘서양제국주의의 그릇된 사관에 사로잡힌 이런 자’라고 모욕했다. 적어도 종단의 성명서라면 비판과 모욕은 구분했어야 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어찌 되었건 한 나라의 총리 후보로 지명된 사람이다. 설사 총리 후보가 아니더라도 이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적어도 종단의 이름으로 발표된 성명서라면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야 했지만, ‘1천만 유림’이라는 허명 뒤에 숨은 성균관의 성명서는 이조차 지키지 못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도대체 성균관은 왜 이런 성명서를 발표했을까?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 그 동안 서정기 관장이 저지른 불법과 실언들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난 6월12일 서 관장은 일명 ‘1천만 유림도덕부흥 대회’를 개최하면서 공자를 비롯한 성현의 위패를 모신 문묘 대성전 경내에서 노래를 하고 춤을 췄다. 이는 1398년 성균관 문묘 창건 이래 초유의 일로서 있을 수 없는 천인공노할 행위였다.

공자께서는 자기 사당의 뜰에서 팔일무를 추게 한 계씨에 대해 이런 짓을 참고 보아 넘긴다면 그가 무슨 짓인들 차마 못하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마찬가지로 성현을 모신 성역에서 이런 일들을 벌인 서 관장을 참고 보아 넘긴다면 서 관장은 앞으로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고 저지를 것이다.

서 관장은 취임 전후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임 관장들을 입에 담지 못할 언사로 비방해 왔고, 각종 회의와 공식적인 자리에서 관내 다른 기관의 구성원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정화’해야 할 존재들로 언급했다. 심지어 서 관장을 따르는 일부 총무처 직원들은 전임 관장들을 사문난적, 도적, 작태 등의 도를 넘은 표현을 써가면서 비방했다.

서 관장은 법치와 민주를 얘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성균관 정관을 무시하고 불법을 저지르기 일쑤였다. 정관에도 없는 직을 신설해 자신의 측근들을 멋대로 임명하고, 정관의 절차를 무시한 임시총회를 열어 자신의 불법 행위를 정당화시키려고 했다. 정관을 무시하고 임명한 임원 명단은 언제까지 공개치 않고 비밀로 할 참인가.

심지어 전인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 정관을 무시하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공자를 일개 조사로 폄하하고 있는 대만 신흥종교의 국내 총책(전인)을 위원장으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이 신흥종교는 지구상의 많은 이변으로 머지 않아 천지개벽이 되고 진정한 낙원 세상이 이 땅에 세워지는데 미륵불이 구세주라고 한다. 이런 신흥종교의 교주로부터 무슨 자문을 받겠다는 것인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이 같은 서 관장의 불법과 실언들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침묵하고 있는 유림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마냥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공자께서는 “여러 사람이 종일토록 모여 지내면서 말이 義에 미치지 않고 자잘한 재주나 부리기를 좋아한다면 참으로 딱하다(子曰 群居終日 言不及義 好行小慧 難矣哉”(<論語> 衛靈公篇)고 하셨다. 참으로 딱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