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론

<泮村魯堂>유림(儒林)과 미투(#MeToo)

김학경(용인향교 장의/문양서당 훈장) 이른바 ‘미투 해시태그(#MeToo)’ 운동의 열기가 뜨겁다. 미투 운동이라고도 부르는 이 운동은 ‘나도 겪었다’는 의미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다른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미투 운동의 발단은 2006년 미국의 타라나 버크(Tara

편집부 2018. 2. 13.

김학경(용인향교 장의/문양서당 훈장)

 

이른바 ‘미투 해시태그(#MeToo)’ 운동의 열기가 뜨겁다. 미투 운동이라고도 부르는 이 운동은 ‘나도 겪었다’는 의미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다른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미투 운동의 발단은 2006년 미국의 타라나 버크(Tarana Burke)라는 사람이 유색(有色) 인종(人種) 여성 청소년을 위한 단체 ‘저스트 비(Just Be)’를 설립하고 SNS에서 “Me Too”라는 문구를 쓰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시작되었다.

이것은 성범죄에 취약한 계층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피해 여성들 간의 공감을 형성하여 성범죄 피해에 맞서고자하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였다. 10여 년 전에 제안된 이 운동은 지난 2017년 10월 미국의 헐리우드 배우 알리사 밀라노(Alyssa Milano)가 트위터에서 #MeToo를 제안하면서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 이후 미국의 사회 각계 각층을 필두로 전 세계에서 성폭력 고발이 줄을 잇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이라는 유명한 영화 제작자의 성폭력에 관한 폭로는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펄프 픽션〉(Pulp Fiction)이나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같은 영화를 제작한 유명 제작자 와인스타인은 지난 30여 년 간 수많은 여성 배우와 직원들 50명 이상을 성추행하고 성폭력마저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전 세계의 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조용하던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미투 운동의 불길이 당겨졌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근무하는 서지현 검사는 8년 전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밝히며 당시 안모 검사장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하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성추행 장소가 법무부 장관까지 배석한 장례식장으로 여러 검사들이 있던 곳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한편으로 보면 경악할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암암리에 또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던 성추행 사례가 드러난 것에 불과하였다.

특히 검사 사회는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의 특성상 피해를 입은 검사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웠고 심지어 문제 제기 이후 오히려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받은 정황이 드러나며 엄정한 법을 집행해야 하는 사법부의 신뢰는 하루 아침에 무너져 버렸다.

사실 우리는 지난 보수 정권에서 정치 검찰의 행태를 수없이 보아 왔기에 더 떨어질 신뢰마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온갖 정치적 권모술수도 모자라 성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절망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최영미 시인이 시를 통해 고발한 ‘En(은)’이라는 문단의 거목 앞에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이 ‘En’이라는 시인은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며 문단의 거장으로 칭해졌으니 더욱 분노할 뿐이다.

앞으로 미투 운동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 다양한 분야에서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하나 둘 일어설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 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감추어졌던 일들이 들추어져 더 이상 성범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빌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사회의 성범죄가 만연한 사회 현상의 원인을 분석할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가부장적 사회 문화와 권위주의적인 사회 구조이다. 이러한 사회학적 분석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사회 현상을 이야기할 때마다 유교 문화의 폐해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불식(不息)할 만한 자신도 없다. 분명한 것은 성범죄의 많은 부분에 권위주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지난 시대 유교문화의 한 부분이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유교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바탕으로 인간 관계를 존중하고 모두가 다 잘사는 사회를 이루고자 꿈을 꾸는 사상이자 종교이다. 유림이야말로 사람을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생활 습관을 생활화한 사람들이다. 이제라도 우리 유림들은 잘못된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여성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지 않았던지 돌이켜 볼일이다.

그래서 우리 유림들도 억압된 관행에 저항하고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굴레에서 당당히 벗어나려는 용기 있는 ‘#MeToo’ 운동을 격려하고 박수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