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경(용인향교 장의/문양서당 훈장)
우려도 하고 기대도 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평양 올림픽이라고 비판하던 제1야당 관계자들의 주장이 무색하게 그 어느 올림픽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평화 올림픽’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기간 중 북한 대표단과 응원단 문제 등으로 크고 작은 논란은 폐막식까지 이어졌다. 야당에서는 폐막식에 참석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천안함 사건 연루를 거론하며 결사반대를 부르짖었다.
심지어 제1야당 의원들은 듣기에도 섬칫하게 김영철을 사살해야 한다고 하고 원내 대표는 목을 저잣거리에 걸어야 한다는 기자회견도 했다. 그런데 제1야당이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2014년 남북 군사회담에 김영철이 북한 수석대표로 참석했을 때 남북의 갈등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환영 논평을 냈었다는 사실을 환기(喚起)한다면 국가의 안보나 평화통일마저 정략적(政略的) 수단으로 전락(轉落)시켜버리는 야당의 행태에 분노마저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올림픽 책략으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덫에 걸렸다”는 영국의 '21세기 연구 프로젝트' 국장 피터 앱스(Peter Apps)의 평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 이전까지는 북한 핵 문제로 인해 전쟁 위협이라는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던 북한과 미국의 주요 인사가 한 공간에 자리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김정은은 자신의 동생까지 대표단으로 내보내며 평화 제스처를 보였고, 미국도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여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하고 북한 대표단의 참석에 대해 유엔의 북한 핵 제재까지 완화해 주며 서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자리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이제 축제는 끝났다. 미국은 올림픽 기간에 잠시 미루어 두었던 북한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포함한 공세(攻勢)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절부터 제기되던 러시아의 선거 개입 문제가 특별검사에 의해 좁혀 오고 국민들의 지지도도 떨어지자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처한 정치적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 행동도 서슴지 않을지 두려울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전 플로리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겪은 학생과 교사를 앞에 두고 총기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교사들을 무장시키고 인센티브를 주겠다고까지 했다는 소식은 실소(失笑)를 넘어서 그의 정신 상태까지 우려하게 만든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시행한 트럼프 '정신 건강'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47%가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미국인들마저 걱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대한 염려를 지켜보며 트럼프가 정치적 궁지를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을 공격할 지도 모른다는 일각(一角)의 우려가 기우(杞憂)이기를 빌 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수 야당이나 일부 언론은 GM 자동차의 한국 철수 문제까지 현 정부의 경제 실책으로 몰아가고 자국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국제사회의 역할은 내팽개치는 미국의 태도에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심지어 미국은 안보보다 경제가 우선임을 명확히 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보수 야당에서는 시대착오적으로 안보 우방만을 앞세우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 이후 미국은 한미 FTA 재협상 등 통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고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던 사드 비용마저 요구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은 안보를 미끼로 우리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과 희생을 강요할지 모른다. 그래서 보수는 보수답게 현 정부에게 강대국에 의존하는 안보에서 벗어나 자주 국방을 촉구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그동안 핵을 통한 정권 유지에만 혈안(血眼)이 되어 있던 김정은이 평창 이후 남한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대화 제스처를 보이는 것이다.
북한은 핵 제재의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인류 평화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정치권에서도 진보든 보수든 정치적 이익을 위한 정략적 논쟁이 아니라 평화를 기반으로 통일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