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경영

홈플러스 벼랑 끝에 세운 MBK, 이익은 챙기고 책임은 피하나 [유교경영리포트]

홈플러스의 자금난이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수십 개 점포 휴업 가능성에 이어 임직원 급여 지급 차질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회사를 인수해 경영해 온 주체가 위기 국면에서는 한발 물러서고, 채권단에만 추가 자금 부담을 요구하는 구조가 과연 책임 있는 경영인지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

김정기 기자 2026. 5. 21.

 

홈플러스의 자금난이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수십 개 점포 휴업 가능성에 이어 임직원 급여 지급 차질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회사를 인수해 경영해 온 주체가 위기 국면에서는 한발 물러서고, 채권단에만 추가 자금 부담을 요구하는 구조가 과연 책임 있는 경영인지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단에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약 1000억 원 규모의 2~3개월 초단기 운영자금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지원 조건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유입 시 조기상환, 연 6% 수준의 이자율, 최대주주인 MBK와 경영진의 연대보증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쟁점은 보증이다. 홈플러스 측은 조기상환 조건은 수용할 수 있지만, MBK와 경영진의 연대보증 요구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미 다른 운영자금 지원을 위해 연대보증을 제공한 상황이라며, 부동산 후순위 수익권에 대한 질권 설정을 연대보증의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금융 측의 판단은 다르다. 메리츠금융은 배임 등 추가 법적 분쟁 발생 소지를 줄이기 위해 MBK에 보증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신규 브릿지론에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에 이미 약 1조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대출 회수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을 지원하려면 담보나 보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MBK의 태도다. MBK는 국내 대표 사모펀드이자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를 자처해 왔다. 금융감독원 국내 등록 기준으로만 봐도 운용자산은 17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외 펀드까지 포함한 실제 운용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십조 원대 자금을 굴리는 사모펀드가 정작 자신이 인수해 경영한 홈플러스 위기 앞에서는 직접 자구책은커녕 신규 대출 보증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옛 성현은 이익 앞의 책임을 무겁게 다뤘다. 『논어』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 했다. 이익을 보면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기업을 사고, 운영하고, 수수료와 성과를 얻었다면 위기 때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지금 MBK를 향한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채권단과 노동자, 협력업체, 지역사회에 떠넘기는 구조라면 그것은 경영이 아니라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업계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를 포함한 3호 펀드 운용과 관련해 두 자릿수 내부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관리·운용 수수료도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부호 순위 보도에서는 김병주 MBK 회장의 자산이 90억 달러대에 이르는 것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물론 개인 자산과 펀드 운용 구조, 홈플러스 법인의 유동성 문제를 단순히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다만 시장이 묻는 질문은 분명하다. 홈플러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는 수익과 수수료를 누렸던 최대주주가, 정작 회사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어느 정도의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있느냐다.

 

『논어』 술이편에는 “이이불의 부차귀 어아여부운(利而不義 富且貴 於我如浮雲)”이라는 말이 있다. 의롭지 않게 얻은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는 뜻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단순한 재무 협상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모펀드가 투자 이익과 운용 수수료를 취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책임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점포 휴업은 지역 상권과 협력업체에 충격을 준다. 급여 지급 차질은 노동자 가정의 생계를 흔든다. 납품대금 지연은 중소 협력사로 위험을 전이시킨다. 대형 유통기업 하나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금융권 장부에만 남지 않는다. 노동자, 소비자, 협력업체, 임대인, 지역사회가 함께 흔들린다.

 

이 대목에서 MBK와 김병주 회장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사모펀드는 투자자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기구다. 다만 홈플러스처럼 국민 생활과 고용에 밀접한 대형 유통기업을 인수해 운영했다면, 단순 투자자 논리만으로 모든 책임을 설명할 수 없다. 경영권을 행사했다면 책임도 행사해야 한다.

 

『논어』 이인편은 “불인자불가이구처약(不仁者不可以久處約)”이라 했다. 어질지 못한 자는 오래 곤경에 처한 이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 홈플러스 노동자와 협력업체는 곤경 속에 놓여 있다. 이들을 외면한 채 금융 논리만 앞세운다면, MBK가 내세워 온 책임투자와 장기 가치 창출의 명분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참여연대도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과 자금 조달 계획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참여연대는 당초 시장에서 거론된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매각이 진행됐고, MBK가 부담하기로 한 자금도 필요한 유동성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MBK 측은 이에 대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회생 절차에 따라 진행된 거래이며, 자산 회수 목적의 독자적 거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부채 승계 조건 등을 감안하면 3000억 원 수준 가치의 거래라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실제 현금 유입 규모와 MBK 측이 설명한 거래 가치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본계약상 현금 인수대금은 채무 승계 조건을 제외하면 1200억 원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영업 양수 예정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 운영자금 확보를 둘러싼 브릿지론 협상은 홈플러스 회생의 당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MBK 책임론은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은 MBK의 자구 노력과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로 공개 비판에 나선 바 있다. 홈플러스 사태가 단순한 기업 회생 문제가 아니라 사모펀드의 사회적 책임 문제로 번지는 흐름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신(信)은 말의 문제가 아니라 행위의 문제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 했다. 신뢰가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홈플러스 사태에서 MBK가 잃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신뢰다. 시장은 MBK가 돈이 없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책임질 뜻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의 관건은 결국 MBK의 자구 노력과 자금 지원 의지에 달려 있다. 채권단은 이미 기존 대출 회수 불확실성과 추가 지원에 따른 배임 논란을 부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보증 요구를 거부한 채 채권단의 추가 지원만 기대한다면, 책임의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공자(孔子)는 “견리망의(見利忘義)”, 즉 이익 앞에서 의(義)를 저버리는 행태를 군자의 도리에 반하는 것으로 경계했다. 수십조를 굴리며 수수료를 취해온 MBK가 보증 하나를 거부하며 홈플러스 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장의 지적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와 다르지 않다.

 

기업 경영에서 위기는 본색을 드러낸다. 잘될 때는 주인처럼 행동하고, 어려울 때는 투자자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면 그 경영은 오래 설 수 없다. 홈플러스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사회가 감당할 고통 앞에서 MBK와 김병주 회장은 더 이상 금융공학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계산이 아니라 결단이다. MBK가 홈플러스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채권단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보증과 자구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홈플러스를 인수해 운영한 최대주주의 최소한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