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학술

관광객 3000만명, 숫자보다 ‘맞이하는 방식’이 먼저다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시대가 열리느냐를 가르는 것은 입국자 수치가 아니다. 공항에 내린 여행자가 처음 몇 분 동안 무엇을 겪는지,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불편을 느끼는지, 그 경험의 결이 국가 관광의 수준을 말해준다. 숫자는 선언으로 세울 수 있지만, 체류 만족도와 재방문 의사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따라오지 않는다. 정부가 올해 2월 국가 관광 전략회의

김정기 2026. 4. 16.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시대가 열리느냐를 가르는 것은 입국자 수치가 아니다. 공항에 내린 여행자가 처음 몇 분 동안 무엇을 겪는지,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불편을 느끼는지, 그 경험의 결이 국가 관광의 수준을 말해준다. 숫자는 선언으로 세울 수 있지만, 체류 만족도와 재방문 의사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따라오지 않는다.

 

정부가 올해 2월 국가 관광 전략회의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공식화한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이제 시선은 목표의 크기보다 그것을 떠받칠 기반으로 옮겨가야 한다. 많이 오는 나라를 넘어, 와서 편안하고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한국 관광의 현실은 아직 그 문턱에 머물러 있다. 공항, 교통, 결제, 숙박, 지역 관광, 문화 콘텐츠가 한 줄로 이어지지 못하고 각각 따로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여행인데, 서비스는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있는 셈이다. 이 단절이 누적되면 첫인상은 곧 피로감이 되고, 피로감은 소비 위축과 짧은 체류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K-TripONE 김용순 대표의 문제의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김 대표는 관광을 단순한 방문 산업이 아니라, 도착 순간부터 출국 직전까지 설계되는 ‘연결의 산업’으로 본다. 그는 “글로벌 관광 선진국들은 데이터 기반 관광 정책을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관광객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간 수요를 균형 있게 분산함으로써 지역 관광 활성화와 관광지 과밀화 해소를 동시에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기술 소개가 아니다. 관광정책의 시선을 ‘몇 명이 왔는가’에서 ‘어떻게 움직였는가’로 바꾸자는 제안에 가깝다. 실제로 관광 선진국의 경쟁력은 유명 관광지 숫자보다 동선의 매끄러움, 정보 접근의 편의성, 결제와 이동의 일관성, 위기 상황 대응력에서 갈린다. 결국 관광객 한 사람의 하루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흘러가느냐가 산업 전체의 수준을 결정한다.

 

특히 공항 도착 직후의 몇 시간이 중요하다. 언어는 낯설고, 교통 체계는 익숙하지 않고, 결제 방식은 다르다. 이 첫 구간에서 길을 잃거나 시간을 허비하면 여행 전체가 흔들린다. 반대로 이 구간이 정돈되면 한국이라는 목적지에 대한 신뢰도는 빠르게 올라간다. 관광 경쟁력의 출발점은 화려한 홍보 영상이 아니라 입국장의 안내선과 교통 연결, 정보 전달의 정밀함에 있다.

 

생활문화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는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관광은 한 사회가 낯선 이를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여주는 생활의 품격이다. 시니어 여행객, 임산부, 영유아 동반 가족, 장애인 등 이동 약자를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느냐는 그 사회의 문화 수준과 직결된다. 많이 오는 관광보다 편히 머무는 관광이 먼저라는 말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 관광은 명소 중심 경쟁에서 경험 중심 경쟁으로 옮겨가야 한다. 관광객이 어느 지역에서 오래 머무는지, 어디서 소비가 일어나는지, 어떤 구간에서 불편이 반복되는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 데이터가 정책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수도권 집중은 줄고, 지역 관광은 살아나며, 과밀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김용순 대표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관광객을 한 번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이동과 선택을 읽어 다음 정책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감각적 홍보 문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교한 데이터, 끊김 없는 서비스, 사람 중심의 설계가 결합될 때 생긴다.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시대의 성패는 입국 통계가 아니라 맞이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손님을 많이 받는 나라와 손님을 잘 모시는 나라는 다르다. 한국 관광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도 바로 그 차이 위에 있다. 숫자를 세우는 나라를 넘어, 경험을 완성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