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5) 괘사
직역
건괘는 원(봄의 덕)을 베풀고, 형(여름의 덕)을 베풀고, 이(가을의 덕)를 베풀고, 정(겨울의 덕)을 베푼다.
의역
하늘(건)은 봄의 덕(원의 덕)을 베풀어서 따뜻하게 길러주고, 여름의 덕(형의 덕)을 베풀어서 화창하고 무성하게 길러주며, 가을의 덕(리의 덕)을 베풀어서 숙성시키며 결실 맺게 하고, 겨울의 덕(정의 덕)을 베풀어서 감춰주며 저장시켜준다.
한자풀이
元 ∶ 으뜸 원. 위의 ‘一’은 하늘이고, 아래의 ‘一’은 땅이 되며, 그 아래의 ‘儿(人)’은 양(丿)과 음(し)으로 표현되는 만물이다. 만물이 땅 속에서 움직여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이다. 사람으로 치면 갓난아기부터 사춘기 이전의 아이이고, 식물로 치면 씨앗에서 싹이 나와 자라기 시작한 어린 식물이고, 벌레로 치면 알에서 깨어나서 성체가 되기 전의 어린 벌레이다. 계절로 치면 따뜻한 봄이고, 하루로 치면 아침에 해당하며, 제품으로 치면 기획이 구체화되어 초기 제품을 만들 때에 해당한다.
亨 ∶ 형통할 형. ‘ㅗ’는 줄기를 하늘 위로 뻗은 것이고, ‘口’는 호흡하고 먹고 배설하는 모든 생명활동을 뜻하고, 아래의 ‘了(마칠 료)’는 생장활동을 잘 하도록 든든하게 뿌리를 내린 모습이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활동을 하는 사춘기부터 청년까지라고 볼 수 있다. 식물로 치면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고 꽃을 피우는 시기이고, 벌레로 치면 환골탈태해서 성충이 되어 활동하는 시기이다. 계절로 치면 무더운 여름이고, 하루로 치면 한낮의 뜨겁고 환한 때이며, 제품으로 치면 한창 홍보하고 판매하는 때에 해당한다.
利 ∶ 이로울 리. 왼쪽의 ‘禾(벼 화)’는 초목(木)의 열매가 익어 고개 숙인 모습(ノ)으로 가을의 열매를 뜻하며, 오른쪽의 ‘刂(선 칼 도)’는 칼이나 낫(刀)으로 가을의 결실을 베어 수확한다는 뜻이다. 사람으로 치면 장년기에서 노년기로 경륜 있게 일처리를 잘해서 결실을 맺을 때이다. 식물로 치면 가을에 서리가 내려 내년을 위해 열매를 맺고 숙성시키는 시기이고, 벌레로 치면 2세를 낳고 기르는 시기이다. 계절로 치면 서늘한 가을이고, 하루로 치면 저녁의 서늘한 때이며, 제품으로 치면 제품 판매를 마무리 지으며 결산을 보는 때에 해당한다.
貞 ∶ 곧을 정. 위의 卜(점 복)은 만물이 자라는 것을(丨) 못자라게 빗장을(一) 지른 것이고, 아래의 ‘貝(조개 패)’는 음양(八)의 씨눈(目)이다. 엄동설한에 자라는 것을 멈춘 체 땅 밑에 움츠려 씨눈을 간직하는 것이다. 겨울의 혹한 속에 씨눈을 보호하는 것이고, 어미의 자궁 속에 아기를 품고 보호하는 상이다. 사람으로 치면 수정되어 태아로 있을 때이고, 식물로 치면 땅속에서 씨눈을 보호하고 있을 시기이고, 벌레로 치면 동면하고 알에서 부화되기 전의 상태이다. 계절로 치면 혹한의 겨울이고, 하루로 치면 밤의 적막할 때이며, 제품으로 치면 구체적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기 전의 계획만 하고 있을 때에 해당한다.
괘사의 상
“건원형이정”은 복희씨가 그린 부호(䷀)를 보고 문왕이 글로 해석한 괘사(卦辭, 단사)이다. 이 밑에 나오는 효사와 더불어 주역의 경문(經文)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주역의 경문은 ‘괘 그림(복희씨)+괘사(문왕)+효사(주공)’이다.
모든 효가 양으로 되어 있는 건괘는 존귀한 사람이고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이며, 성실하고 열성적인 사람이다. 또 하괘도 건(☰)이고 상괘도 건(☰)이다. 건은 ‘굳건함, 태양의 끊임없이 움직임, 명예와 권력, 부귀’ 등의 뜻이 있다. 사계절의 어떤 때를 만나더라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상이다.
* 복희씨가 그린 괘 그림(䷀)은 만물의 이치가 걸려 있다고 해서 ‘괘’라고 한다. 본래는 ‘걸 괘(掛)’자를 썼는데, ‘扌(재방 변)’은 사람의 손(수手)을 뜻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걸었다’는 뜻이 된다. 주역은 이 세상 모든 일을 다 언급한 우주철학이다. 주역에서 말한 천지만물을 모두 사람의 손으로 걸어놓은 것이 아니므로 ‘掛’자에서 ‘扌’을 빼고 ‘卦’만을 쓴 것이다.
주역에서는 이와 같이 ‘사람, 나무, 손’ 등등 특정한 재질을 뜻하는 글자를 빼는 성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재(材)’자는 나무(木)를 빼고 ‘才재’를 쓰고, ‘效효’는 ‘亠’와 ‘攵’을 빼고 ‘爻’를 쓴다. 또 괘사는 괘를 ‘끊어 판단한다’는 의미에서 단사(彖辭)라고도 한다. ‘彖단’자는 ‘판단할 단(斷)’과 통하며 ‘돼지(시豕) 어금니’를 뜻하는 글자이다. 돼지가 어금니로 물건을 딱딱 끊듯이 괘 전체의 재질을 잘 끊어 판단한 글이라는 것이다.
괘사의 점
주자(朱子)는 문왕이 괘사를 쓴 목적이 길흉을 알기 위한 것이므로 ‘크게 형통하고(으뜸 원+형통할 형)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다(이로울 리+바를 정)’라고 점사적으로 풀이하는 것이 맞다고 하였다.
하지만 우주의 운행과 나를 일치시킴으로써 미래의 정보를 얻는 것이 점이다. 우주관이 담긴 철학적인 이치에 바탕해서 길 또는 흉의 점사를 얻는 것이다. 따라서 점치는 사람에게 봄의 사랑으로 따뜻하게 길러주는 마음, 여름의 누구나 활개치며 무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판을 벌여놓는 마음, 가을의 잘 익은 열매는 품어주고 쭉정이는 버리는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마음, 겨울의 잘 저장하고 쉬게 하는 기운을 모을 수 있는 마음이 있으면 길하고, 그렇지 못하면 흉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