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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으로 보는 세상 51천생연분은 놓지 말아야 한다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육은 미더움이 있으나, 끝까지 못하면 뜻이 어지러워져서 망령되이 모일 것이다. 만일 힘을 다해 천생연분을 찾으면 일제히 비웃으려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찾아 가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萃卦 初六] 『물명고(物名考)』에는 지렁이의 특징과 생김새를 잘 나타낸 이름이 많다. 땅 속의 용이라 하여 지룡 또는 토룡, 잘 모여 산다 하여 구인

편집부 2014. 7. 15.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육은 미더움이 있으나, 끝까지 못하면 뜻이 어지러워져서 망령되이 모일 것이다. 만일 힘을 다해 천생연분을 찾으면 일제히 비웃으려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찾아 가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萃卦 初六]

 

『물명고(物名考)』에는 지렁이의 특징과 생김새를 잘 나타낸 이름이 많다. 땅 속의 용이라 하여 지룡 또는 토룡, 잘 모여 산다 하여 구인, 황토 진흙에 산다 하여 근인, 잘 구부러진다 하여 곡선 또는 토선, 암수가 한 몸으로 잘 붙어산다 하여 부인, 잘 꿈틀거린다 하여 원선, 길게 울 수 있다 하여 가녀 또는 명유, 약재로 쓸 때 찬 기운이 있다 하여 한인 등등. 지렁이는 땅의 정기를 흠뻑 받은 동물이다.

그래서 땅의 덕(土德)으로 왕조를 세웠다는 고려시대에는 70척이나 되는 큰 지렁이가 많이 출현했다고 한다.

고려를 세운 왕건뿐만 아니라 견훤도 땅의 기운을 흠뻑 받고 태어난 사람이다. 『삼국유사』에는 “옛날 광주 북촌에 사는 부잣집 딸에게 밤마다 자줏빛 옷을 입은 사내가 찾아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돌아갔다. 딸이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긴 실을 바늘에 꿰어 사내의 옷에 찔러놓으라고 하였다. 아버지가 시킨 대로 했더니 북쪽 담장 밑에 허리에 바늘이 찔린 큰 지렁이가 죽어 있었다”라고 전한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밤마다 찾아오던 자줏빛 사내가 “나는 지렁이의 화신인데, 나를 보고 싶으면 북쪽의 담장 밑을 파봐라. 그러면 큰 지렁이가 나타날 것인데, 그가 나인 줄 알라”고 말하고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고 한다.

견훤의 어머니는 상주의 북촌에 있는 부잣집의 딸인데, 신라 왕족 출신으로 상당한 거인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아자개는 지렁이에게 오줌을 싸다가 지렁이 독에 쏘여 옥경이 퉁퉁 부어올랐는데, 우습게도 그렇게 부어야 덩치 큰 아내를 만족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은 채로 합궁을 하는 고통도 싫었고, 또 그렇게 해서 생긴 견훤도 지렁이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자개는 “네가 왜 내 아들이냐?”고 할 정도로 견훤을 미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의 성씨인 이(李)씨를 따르지 않고 ‘질그릇 견(甄)’씨로 바꿨다고 한다. 아버지가 천생연분을 버리고 새장가를 가서 자신을 미워했으면, 그 자식이라도 그러지 말아야 할텐데, 아버지를 닮았는지 혹은 성기가 둘인 지렁이를 닮았는지 견훤도 여러 명의 아내를 두어 10여 명의 자식을 낳았다.

결국 자식들끼리 서로 죽이며 권력다툼을 하는 바람에 고려로 도망가 살다가 홧병으로 죽었다.

견훤은 일본·후당·고려·거란 등등 외교에 힘을 써서 나라를 부강하게 한 사람이다. 그가 그런 장점을 살려서 이복형제들하고 친하게 지내며 세력을 넓혔으면 후백제가 삼국통일을 했을 것이고, 또 본처의 자식으로 정통성을 내세워 후사를 맡겼으면 골육상잔으로 인한 패망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가깝게 친해야 할 가족이 서로 다투게 하는 구조를 만듦으로써 평생의 사업을 한순간에 날린 것이다.

그래서 易에서는 “처음의 믿음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면 뜻이 어지러워져서 그 모임이 망령되게 된다. 주변 시선과 상관없이 평생연분을 찾아서 함께 하라”고 가르친 것이다.